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1. 15. 15:48

    ▲ 교수 꿈꾸던 수줍은 많은 청년, 실리콘밸리에 매료되다

    "아버지를 따라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모습이 조금은 황당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경제학 또는 철학 교수가 되려고 했다. 변화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실리콘밸리에 매혹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류 씨는 원래 수줍움이 많고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의 부모도 그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교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류 씨의 아버지 류재풍 박사도 현재 메릴랜드 로욜라 대학 도시사회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그의 결정을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게 류씨의 설명.

    "벤처기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는 않으셨지만 매우 놀라셨던 것은 사실이다. 교수나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기업가적인 기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부모는 하버드대학에 가는 것을 원했지만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선택했다.

    류 씨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교수 대신 기업가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도 저를 믿는다고 하셨다"면서 "하지만 어릴 때 성격 등을 감안할 때 아직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가 벤처기업에 뜻을 두게 된 것은 매킨지에 근무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실리콘 밸리의 문화를 접하게 됐고 "나 스스로 이곳이 나와 맞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당시 충분히 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이어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이곳은 실패가 용인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래서 1∼2년 정도 모험을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벌써 11년이나 됐다"며 "정말 인생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결정하나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턱대도 벤처기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매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많은 보험회사 고객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보다 좋은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류 씨는 "보험회사들은 매킨지에서 조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 시스템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험회사들은 70∼80년대 구축된 오래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현재도 그때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하는 보험회사들이 많다고 류씨는 말했다.

    "왜 그런지에 대해 고심하다가 IT기업들이 보험회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전혀 다른데도 은행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결국 아무도 보험업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는다고 판단해 회사를 설립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창업을 결심한 류 씨는 매킨지와 아리바, 카나커뮤니테이션즈 등에서 일하면서 만난 동료들을 끌어들였다.

    이렇게 모인 동료 6명이 함께 2001년 가이드와이어를 창업했다.

    그 가운데는 류 씨 외에 한국계가 한 명이 더 있었다. 성공한 작가이기도 한 그는 그러나 2008년 회사를 떠났다. 류 씨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들 6명은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 작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고 류 씨는 전했다.

    "공동창업자 가운데 일부는 첨단기술에 재주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제품개발, 저를 포함한 또다른 공동창업자는 마케팅을 포함한 케뮤니케이션에 소질이 있는 등 공동창업자들 간에 균형이 잡혀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100% 신뢰했다"

    류씨는 "마치 형제처럼 어울렸다"고 소개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회사를 성공시키자고 똘똘 뭉쳤고, 주식도 정확하게 같은 비율로 나눴다는 것.

    그는 "많은 사업가들이 좋은 목적으로 공동창업을 하지만 욕심으로 인해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창업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이 있었다.

    "초기에 자본이 전혀 없었을 뿐아니라 제품도, 직원도, 고객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었다. 단지 다른사람들보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창업 시점부터가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창업시점이 9.11 직후였던 것.

    게다가 닷컴버블도 서서히 꺼지고 있던 때였다.

    그러다보니 많은 벤처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었다.

    그들을 만났을 때 '실제 투자보다는 지켜만 보겠다'는 식이었다.

    12곳을 찾아가 겨우 2곳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또 공동창업자 6명 모두 하던 일을 접고 사업에 뛰어든 상태이었는데 이후 1년간  전혀 소득이 없이 지내야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류 씨는 기억했다.

    그는 "이런 것들로 인해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면서 "특히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며, 아마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고객확보도 쉽지 않았다.

    그는 "보험회사들은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보험회사들은 하나같이 "당신들이 정말 똑똑하고 아이디어도 좋지만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고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옳은 원칙에 입각해 회사를 창업한다면 우리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제대로된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다고 확신했다"

    류 씨는 "정말 여러차례 어려운 결정을 해야했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진 공동창업자들이 유기적으로 서로 도와주면서 극복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헤처나온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데 대해 철학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많은 기업들이 잘못된 이유로 시작한다.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기 위해 시작하는 경우 등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돈과 성공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기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돼선 안된다. 창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해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문제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는 "특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하고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일부 기업가들은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