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0. 10. 16:29

최근 모 신문에 실린  "獨전문가, 삼성-애플 특허소송 '편파 훈수'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의 요지는 독일의 유명한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고 있어 그의 활동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기성언론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내용을 발빠르게 전달, 가장 권위있는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MS와 오라클에 지원을 받고 있어 공정하지 못한 글을 쓴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라는 것.

사실 다른 언론사의 기사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기사를 쓴 상황이나 취재과정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뮐러 기사는 그냥 지나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를 처음 한국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있을 수 있지만 그가 나를 처음 접한 한국 기자라고 한 점을 보면 맞을 확률이 높다) 또 기사가 아니라 개인적인 블로그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봄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과 관련한 뮐러의 코멘트를 인용한 것을 처음 본 이후 그의 블로그에 직접 들어가 그의 칼럼을 인용해 몇차례 기사를 썼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특허소송과 관련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미국의 법률시스템이 다른데다 특허는 그 가운데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어 비전문가인 기자의 입장에서 관련 기사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뮐러는 나름대로 쉽고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예측도 하는 것처럼 보였고 포천과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그의 블로그를 자주 인용하는 것을 보고 직접 인터뷰를 하기로 생각하고 접촉을 시도했다.

그와 첫 접촉에 성공한 후 가장 허탈했던 것은 그가 미국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미국 IT기업들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칼럼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그것도 실리콘밸리 인근에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는 독일 국적으로 독일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

결국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다.

그와 여러차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허소송과 관련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인터뷰 기사가 송고된 이후 포털에 게시된 '댓글' 내용도 특허소송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주를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은 네이버에 게시된 기사 여기)

 그는 20년간 미국 기업과 주로 일을 해왔으며 소프트웨어 특허를 주장하지 말자는 '노소프트웨어페이턴트'(NoSoftwarePatents) 운동을 주도해 2005년 이코노미스트의 '올해의 유러피언 캠페이너상'(Economist Group's European Campaigner of the Year Award )을 수상했다. 이 상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2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2007년) 등이 받은 바 있다.

또 당시 그가 했던 인터뷰 내용 가운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 기업은 모바일 시장점유율을 놓고 싸우는 것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부품공급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1천만대의 갤럭시폰을 판매하는 것이 1억대의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핵심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강력한 브랜드이다. 나도 갤럭시폰을 2대째 쓰고 있다. 이들은 특허문제를 떠나 훌륭한 제품이다. 반대로 부품제조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업이며, 이익도 적다'고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애플에 엄청난 규모의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애플의 아이폰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안정된 시장인 부품 쪽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스마트폰으로 애플에 맞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던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어느정도 선견지명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그에 대해 변명을 해보자.

그가 IT업체인 MS와 오라클에 지원을 받고 있어 공정하지 못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것과 프랜드(FRAND) 조항에 따라 삼성전자의 통신기술특허를 접근해야한다는 시각이 애플 것과 같다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에도 씨넷과 위키피디아에 뮐러가 MS의 컨설턴트겸 로비스트로 돼 있다고 소개했고, 뮐러도 이를 인정했다고 돼있다. 다시말해 그는 이  사실을 숨기고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니다. 또 그의 칼럼이나 언급 등을 감안하면 '프랜드' 조항과 관련해서는 뮐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소신이었으며, 오히려 애플이 소송을 시작하면서 그와 유사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10월께로 기억됨) 특정사안에 대해 그의 코멘트를 요구하자 직전에 MS와 컨설턴트 계약을 맺었다고 미리 알려줬다.

뮐러는 최근 이 기사내용을 알려주자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약간 억울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소송을 하기 전까지는 표준특허와 관련해 충실한 일원이었다고 칼럼에 썼고, 애플이 이와 관련해 주장해온 부분 가운데 잘못된 부분도 지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미 법원 배상평결과 관련해 잘못 계산된 배상부분도 지적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만난 법원출입기자도 올해 상반기 뮐러의 평판에 대해 물어보자 MS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되도록 그의 코멘트를 인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포천의 블로그에 주로 애플 관련 칼럼을 쓰고 있는 필립 엘머-드위트기자(그는 82년부터 애플을 출입했다고 함)는 뮐러를 인용한 기사의 댓글에 한 독자가 '뮐러가 MS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애플-삼성전자 소송과 관련해 그만큼 정통한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다 그의 칼럼내용이 정확해 인용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입장을 지지해 아직도 가끔 내용을 따라 뮐러의 블로그나 코멘트를 인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