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1. 18. 14:57

▲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란 이런 것

    류 씨에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이유를 물었다. 가이드와이어는 보험 관련 회사로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혁신의 문화를 가진 곳인데다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자본도 풍족하고 창업과 관련된 법률적인 부분 등 각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창업을 할 수 있을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이외에 이런 장점을 가진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는 정말 특별한 곳(extraordinary place)이다"

    그는 압축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설명했다.

    창업하기에 이곳만큼 완벽한 곳은 없다는 말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이른바 제2의 닷컴붐이 일면서 엔지니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단점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이곳의 엔지니어들은 좋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아마도 엔지니어의 가치가 가장 비싼 곳"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재능있는 엔지니어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질'좋은 엔지니어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미국 유명 취업전문사이트 '글래스도어'에는 가이드와이어에 대한 코멘트에서 "재능있는 인재들이 많다"고 소개돼 있다.

    이렇게 엔지니어를 구하기 힘든 곳에서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좋은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인재채용 방법의 핵심은 우리 문화에 있다. 우리는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우리는 이들의 생각을 매우 진지하게 수용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엔지니어보다 마케팅을 어떻게 해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엔지니어들이 소외되지만 가이드와이어는 다르다는 게 류 씨의 설명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는 유명 IT대기업이 많아 좋은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항상 진지하게 경청한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좋은 엔지니어를 영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으며 이것이 성공포인트 가운데 하나라고 류 씨는 소개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가이드와이어의 기업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가이드와이어의 기업문화를 ▲ 진실성(integrity) ▲ 합리성(rationality) ▲ 동료 간 협력(collegiality) 등 3가지로 요약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사에서 구현되는지 설명했다.

    진실성이란 제품이나 사업과 관련해 사내에서 항상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업사원이든 엔지니어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명확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말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류 씨는 설명했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실이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구성원이면 누구든지 CEO인 저에게 조차 어떤 질문도 할 수 있고 CEO인 저도 곧바로 이에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합리성은 이같은 사실에 입각해 사업 관련된 결정이 내려져야한다는 것이다. 결정이 권력이나 권위, 희망하는 바에 의해 내려져서는 안된다는 것.

    "어떤 결정이 내려지고 구성원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내가 CEO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라고 답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신 옮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상당한 논리적 근거와 사실에 입각해 답을 줘야한다. 심지어 내가 (사업가적인) '감'에 따른 결정이라고 해서도 안된다"

    동료간 협력은 가이드와이어가 매우 동등한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진과 사원 간에 계층이 없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직원 수가 이미 800명이 넘어선 상태에서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하자 "맞다. 쉽지 않다"며 인정했다.

    그는 "따라서 회의도 많고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메신저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씨는 이어 "물론 우리 회사에도 사내 명령체계가 있다, 명령체계가 없으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선임직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내부 승진으로 구성 되기 때문에 선임 직원들은 현재 후임들이 했던 일에 대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선임들은 권위가 아닌 실제 경험을 토대로 후임들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선임과 후임 간에 신뢰가 형성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도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참여했고 영업과 마케팅 관련 자료도 직접 만들어봤다. 다시말해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구석구석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인해 회사가 끈끈하게 하나가 되는데 도움을 준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과 같은 대기업도 벤처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 고심한다고 하자 "구글이 정말 멋진 기업이기는 하지만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우선 주요 구성원들이 이미 많은 돈을 벌어 회사를 떠나고 있고 또 너무 빨리 성장해 기업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 씨는 "우리 회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구글처럼 한해에 2배 또는 3배로 커지지는 않고 있다"며 "매년 25% 정도씩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소개했다.

    또 구글은 현재 진행중인 사업도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추진되는 사업이 수백가지나 되고, 그러다보니 바로 옆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라는 것.

    하지만 가이드와이어는 보험회사의 오래된 시스템을 교체하주는 일을 하고 있고 전 구성원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류 씨는 강조했다.

    류 씨는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의 전략을 이해한다는 것은 기업문화의 연속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당연히 사내 소통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산업이 첨단기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자 강력한 반박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보험이 지루한 것으로 느낀다. 하지만 보험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고 시장규모가 1년에 1조5천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산업이나 전자산업보다도 큰 규모이고, 또 전세계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매력적이다. 일본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보험산업이 없었다면 복구를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사업초기부터 한국진출을 모색했지만 한국 시장은 두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 씨는 "삼성이나 쌍용 등 한국의 '재벌' 보험사들은 자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재벌들은 자체 IT 관련 계열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업체들로부터 시스템을 구입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이드와이어는 손해보험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한국 보험사들은 손해보험사 뿐아니라 생명보험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두 분야의 보험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이드와이어는 손해보험에 특화돼 있어서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심지어 자동차보험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흥미롭다는 평가를 했다.

    그는 "'수퍼보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한국의 혁신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의 독특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 씨는 "현재는 중국과 일본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씨는 그러면서 며칠전에 중국과 한국에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해 한국시장을 신중하고 타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