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1. 20. 14:48


Fortune


특파원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면 한국에 있을 때와는 다른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표기법도 그중 하나이다. 물론 이 문제는 본사의 국제뉴스부 기자들도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 때문에 엉뚱하게 '무식한' 기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가장 괴롭히는 것은 'Fortune' .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전문지로 한국에서도 제법 알려진데다 실제 한국어판도 있다.

'Fortune'지는 이맘때 쯤되면 '올해의 기업인(Businessperson of the Year)'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가 선정됐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5위에 권오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겸 부회장이 올랐다는 점. (관련기사 여기)

그런데 이 내용을 기사화한 후 온라인 댓글에는 온통 기자를 욕하는 글들로 채워졌다.

기사를 'Fortune'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어 표기를 '포천'이라고 한 것 때문이다.

사실 2년 전에 처음 특파원으로 부임해서 기사를 쓸 때는 '포춘'라고 표기했었다. 한국어판 이름도 '포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외래어표기가 '포천'으로 하기로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현재는 '포천'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포천이 경기 북부지방 지명과 같다면서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포츈'으로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일부는 '무식한'기자라고까지 한다.

사실 포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독자의 이메일을 받은 것은 실리콘밸리내에 있는 대표적인 도시인 'San jose'표기였다. 외래어표기법으로는 '새너제이'.

하지만 현지 동포들은 산호세라고 읽고 쓴다.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도 왜 '새너제이'라고 표기하느냐고 묻고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외래어표기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국립국어원 사이트에 나와 있는 'San jose'에 대한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질문--->

"미국 San Jose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검색해 보고 San Jose의 한글표기가 진짜로 "새너제이"라는 데 잠시 놀랐습니다. 많이 아시는 바와 같이 스페인어 어원을 가진 말로서 J자는 ㅎ과 비슷한 발음이 납니다. 위키피디아에 나온 발음기호는 /sæn hoʊˈzeɪ/ 입니다.
- "새너제이"라는 표기법에서는 우선 J자, 즉 h발음을 묵음으로 처리했는데, 비록 잘 들리지는 않을지언정 묵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원문에서는 San과 Jose를 분명히 띄어쓰기 하는데, 설령 연음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해도 표기에서까지 연음을 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San Jose가 "새너제이"라면 Los Angeles는 "러샌절러스"라고 해야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로스앤젤레스"라고 씁니다.
San Jose 역시 샌호세(또는 산호세, 샌호제)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이"발음은 아주 약하고 여기서는 eɪ가 하나의 음절로 취급되는 관계로, 쓰지 않는 게 사실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답변--->

먼저 외래어 표기법의 용례 표기 원칙 제6장에 따르면 표제어의 분류에 있어서 해당 국가의 공용어를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개별적인 지명, 인명이 실제로 속하는 언어는 이 분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그 이름이 실제로 속하는 언어의 표기 원칙을 따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San Jose’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영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제10차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외래어 심의회(1996. 3. 22.)에서 사정한 표기임을 알려 드립니다.
또한 이 표기와 관련해 주신 의견을 담당 부서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전달하였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너제이 이외에도 'San Diego'와 관련해서도 독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분은 기사를 제보했던 분인데 기사가 송고된 것을 보고 직접 전화까지 주셨다. 기사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샌디에이고'로 표기했다.

한국 사립명문대 교수이신 이 분은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샌디에이고' 표기를 잘못했으니 고치라는 것이었다.

외래어표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더이상 따지지는 않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당연히 현지 동포들은 샌디에고라고 쓴다.

지명 뿐 아니라 사람이나 회사명 등은 더욱 황당한 경우가 많다. 처음엔 언론사들이  제각각의  표기를 사용하다가 외래어 표기가 최종 결정되면 그에 따르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도 외래어 표기법에 대처하는 메뉴얼이 있을 정도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단 국립국어원의 용례를 찾아보고, 그곳에서 확인하지 못할 경우 주요언어별 표기일람표와 언어별 표기세칙을 참고해 판단하며, 급한 기사일 경우 그에 맞춰 송고한 후 사내외 표기법 담당자에 문의하도록 돼 있다.

다음은 이미 결정된 외래어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여기)

표기법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은 아마도 국제뉴스를 다루는 동안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