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1. 20. 15:02

    ▲ 글로벌IT기업 최고경영진서 벤처CEO로 새 도전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되는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을 보던 중 조명을 이용한 멋진 사진 한 컷에 눈길이 닿았다.

    특히 이 사진이 IT면을 장식하고 있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파원으로 나오면서 취재기자 뿐아니라 사진기자 역할까지 하고 있어 신문에 좋은 사진이 나오면 눈여겨 보는 습관이 생겼다.

    기사는 고품질의 차세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제조하는 벤처기업 소라(Soraa, 일본어로 하늘이라는 뜻)에 대한 것이었는데 기사와 사진 속 인물인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이 낯익었다.

    '에릭 김'

    익숙한 이름이지만 좀처럼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가 없어 인터넷 검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검색결과, 그가 삼성 브랜드를 글로벌 파워브랜드로 키워내고 2004년 훌쩍 인텔로 옮겨가 화제가 됐던 김병국(57) 씨의 미국 이름이라는 걸 확인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진에 있던 분이 왜 갑자기 벤처기업으로 옮겼을까'라는 호기심이 그를 인터뷰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실 그는 삼성에서 인텔로 옮길 때도 각종 추측이 분분했었다.

    구글 등을 통해 검색을 해보니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뿐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전국지들도 앞다퉈 소라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소라가 지난 4년간 고품질의 차세대 LED조명을 자체 개발해 본격 생산에 착수한다는 것이 기사 내용이있다.

    특히 기존 LED와 완전히 다른 제조공정의 이 제품은 박물관이나 레스토랑, 백화점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할로겐램프를 대체할 수 있는 밝기와 빛의 질 뿐아니라 기존 LED의 효율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미국 주류 언론이 벤처기업의 발표 내용을 이처럼 비중있게 다룬 것은 조명업계나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창업자인 일본계인 나카무라 수지 박사가 청색LED를 처음 발명한 유명한 과학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비노드 코슬라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벤처투자가들도 그가 개발한 LED의 성능을 확인하고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대) 교수로 있는 그를 찾아가 먼저 창업을 권했을 정도였다.

    당시 이미 벤처투자가들은 이 회사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CEO 에릭 김 씨의 무게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에 대한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소라의 홍보대행사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요청을 했으나 "너무 바빠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이메일 인터뷰를 하고 사진 찍고 추가 질문만 하는 형식으로 인터뷰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그랬더니 이제는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는 가능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안된다"는 답변이 다시 돌아왔다.

    살짝 화가난 상태에서 다시 메일을 보냈다.

    '한국과 미국 대기업에서 성공한 경영자가 벤처기업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히 이 인터뷰 기사는 이후 한국 진출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답변이 왔다. 다만 한국계이지만 인터뷰는 영어로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렇게 인터뷰 약속하는데만 거의 한달이 걸렸는데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가 너무 바빴다.

    김 씨가 인터뷰에 주저한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는 한창 회사를 키워가야하는 시기에 회사가 아닌 자신이 부각되는 기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터뷰 기사가 송고된 후 공중파 방송국을 포함해 한국의 여러 언론사로부터 김 씨를 취재하고 싶다면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여러차례 받았다.

    김 씨는 그때마다 "회사가 아닌 본인에 대한 기사는 사절한다"고 알려왔다.

    결국 그후 아무도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럼 처음 인터뷰는 어떻게 성사된 것일까.

    인터뷰요청 이메일 내용 중에 '기사가 이후 한국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