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1. 30. 11:38

▲ 그가 벤처로 간 이유는…"손자가 사는 세상을 위해"

    소라 본사는 실리콘밸리 외곽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몬트 지역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은 만(灣)을 끼고 웨스트베이(West Bay)와 이스트베이(East Bay)로 나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IT대기업들은 웨스트베이에 몰려있는데 프리몬트는 이스트베이 지역으로 최근 새로 개발되는 곳이다.

    프리몬트는 시당국이 최근 2∼5년 면세를 포함한 각종 혜택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벤처기업들을 유치해 신흥벤처기업단지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미국 중소기업 데이터제공업체인 '사이즈업닷컴'(Sizeup.com)이 미국에서 벤처기업 경영과 관련해 최적의 조건을 가진 도시를 조사한 결과 프리몬트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라 본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지는 조립부문을 제외한 전 제조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큰 2층 건물로 이뤄져있다.

    1층은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등이 있고 2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었지만 직원 책상이 모두 새 것인데다 아직 빈 공간도 아직 많아 이제 막 시작한 신생 벤처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김 씨의 사무실은 3평 남짓한데다 가구도 일반 직원들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삼성이나 인텔에 있을 땐 이 사무실보다는 훨씬 좋았겠죠"라고 묻자 "크기만해도 한 10배는 됐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벤처기업 CEO답게 브이넥 셔츠의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웃을 때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는 편안한 인상이었다.

    그의 PC에는 손자의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올려져 있었다.

    영어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지만 '한국 토종' 기자를 배려해 실제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다.

    11살 때 이민온 그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영어를 섞기도 했지만 거의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처럼 '편안한 아저씨'같은 인상의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쉴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로 잡아끌더니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일일이 직접 시연해 보이고, 관련 연구보고서도 제시하는 등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LED가 각광을 받은 것은 에너지 효율이 가존 제품에 비해 80%나 높기 때문이지만 지금까지 색감 등이 좋지 않아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며 "하지만 소라 제품은 유일하게 할로겐 램프에 견줄 수 있는 색감까지 갖췄다"고 소개했다.

    20분 넘게 그의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예 처음부터 인텔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긴 이유를 물었다.

    "2010년까지 인텔에서 중요한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유명 벤처투자가)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가 직접 찾아와 소라에 합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민끝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김 씨는 비노드가 소라에 대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 획기적인 혁신을 한 회사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한 비노드 코슬라는 현재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술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소라에도 벤처투자가로는 가장 먼저 투자했다.

    "개인적으로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른 첨단기술보다 에너지와 환경이 미래사회에서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해 비노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16개월된 손자가 컸을 때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에너지와 환경분야에 기여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조명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전세계 전력의 25%를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전은 140년전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할로겐 조명도 90%의 열과 10%의 빛으로 이뤄져 있다. 전구라기보다는 오히려 히터에 가깝다"

    김 씨는 조명업계의 측면에서 보면 진정한 혁신은 LED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10년이내 전세계 조명은 모두 LED로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일반 가정의 3%만이 LED를 사용하는 등 아직 시장은 초기단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절전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에는 LED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공간조명으로 쓰기에는 밝기나 빛의 질이 낮고 가격도 너무 비싼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소라의 창업자인 나카무리 수지 박사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창업한 것인 만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김 씨는 덧붙였다.

    이 회사는 2008년 창업했지만 김 씨가 합류한 2010년 7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내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올해 첫 제품 MR16이 출시됐다.

    벌써 50대 후반인데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개인의 능력과 나이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문현답'이었다.

    "(나이보다) 일을 사랑하는 열정이 핵심이다. 항성 도전을 즐겨왔다. 즐기지 못하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로 힘들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기게 되고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돈을 버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보람있고 파급효과가 크고 사회에 큰 기여가 되는 일은 나이와 관계없다"

     진지한 표정의 김 씨는 이어 "지금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게 개인적으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그냥 '나인투파이브(9to5)' 식으로 일해 오지 않았다. 항상 도전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할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소라가 코슬라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달러나되는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놀랐다고 하자 "현재 시장규모가 1천억 달러나 되는 만큼 벤처투자가 입장에서 가능성 있는 신기술에 1억 달러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진으로 있다가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시작은 벤처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벤처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94년에는 파일럿소프트웨어라는 벤처기업 CEO를 한 적도 있어 벤처가 생소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그러나 "대기업은 조직도 크고 일도 구조적으로 잘 짜여져 있지만 벤처기업은 그렇지 못해 각자 알아서 해야할 것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