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0. 14. 10:00

요즘 실리콘밸리는 iIT붐으로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스포츠의 중심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로는 야구와 미식축구를 꼽을 수 있는데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한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미식축구팀 포티나이너즈가 모두 미국 최고수준의 팀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데 이어 올해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이기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 올라가 있다. 자이언츠는 워싱턴 내셔널즈를 이기고 올라온 샌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붙게 돼 있어 이 지역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현재 4승1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슈퍼볼 우승 1순위 팀으로 꼽고 있다. 

사실 포티나이너스는 지난해 짐 하버가 감독으로 선임이되기 전까지는 승률이 반타작을 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스탠퍼드대 감독이던 짐 하버를 영입한 후 상승세를 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면서 하버 감독의 지도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식축구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생소해 야구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감독이 바뀌었다는 것하나만으로 이렇게 팀이 변할 수 있다는데 대해 놀랐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킨다. 다시말해 기업으로 따지면 CEO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은 이를 '하버 효과'(The Harbaugh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짐 하버를 영입한 젊은 구단주 제드 요크는 올해 포천의 ' 40세 이하 젊은 경영인 40인'의 39번째로 선정됐다(관련 기사 여기). 

요크는 특히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최고채무책임자(CFO) 출신의 한국계 인사인 기드온 유(한국명 유기돈)를 사장으로 영입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관련 기사 여기), 유 사장은 8억5천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실리콘밸리 한복판인 샌타클라라에 포티나이너 새 경기장을 짓고 있다.

암튼 짐 하버의 포티나이너스팀 재건 스토리는 이 지역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 미식축구를 잘 모르고, 지난해부터 포티나이너스팀 경기를 모두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의 팀 재건의 핵심은  현재 있는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짐 하버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전 감독과 쿼터백 알렉 스미스 등 선수들간 불화로 팀이 모레알 같았다. 계속된 패배로 사기도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의 취임 일성은 '팀(team)'이었다. 프로세계에서 잘 나타날 수 있는 개인적인 플레이보다 팀플레이를 강조한 것이다. 포티나이너스 팀 회의실 전면에 'The Team'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이는 미시간 대학 풋볼팀 감독 출신인 아버지 잭 하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짐 하버의 형으로 현재  볼티모어 레이번스의 감독인 존 하버도 선임 일성이 '팀'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첫째도 팀, 둘째도 팀, 세째도 팀이라고 강조해 화제가 됐었다.(유튜브 동영상 여기) 참고로 지난해 이 두팀은 NFL 사상 첫 형제감독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형인 볼티모어 레이번스가 이겼다.

짐 하버는 이처럼 팀 단결을 강조한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방어팀 강화였다. 미식축구는 공격팀, 방어팀, 스페셜팀으로 나눠져있는데 당시 상황에서 가장 재건이 쉽고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방어팀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포티나이너스 수비팀의 체력은 거의 강철에 가깝다. 스크리미지는 뚫리지 않는 철갑을 연상시키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체력훈련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포티나이너스는 지난해 NFL 최고의 수비팀의 명성을 얻었다. 포티나이너스와 대결한 팀 가운데 러싱게임으로 100야드 이상 전진한 팀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정확하게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경기당 거의 대부분 20점 이상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포티나이너스는 수비팀이 30점 이상을 내어준 경기는 무조건 진다고 보면 됐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공격팀은 여전히 그저그런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난공불락의 수비팀을 중심으로 지난 시즌 13승3패의 전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뉴 올리온즈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경기는 지난해 NFL 경기 가운데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하지만  슈퍼볼을 앞두고 NFC 챔피언십 경기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발목을 잡혔다. 사실 이 경기는 다 이긴 경기였으나 두차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무너져 아쉬움이 컸다. 게다가  자이언츠는 슈퍼볼 경기에서 뉴잉글랜드에 물리치고 슈퍼볼을 차지했다.

하지만 짐 하버는 팀을 재건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풋볼리그 NFL의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짐 하버는 올 시즌들어서는 공격팀까지 최강수준으로 탈바꿈시켜 또 한번 팬들을 놀라켰다.

지난시즌이 끝나고는 서둘러 공격팀을 재건했던 것.

그 결과로 공격팀 부진의 중심에 있던 알렉 스미스는 현재 최고 수준의 쿼터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현재 NFL 쿼터백 순위(passer rating)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창의적이고 과감한 패스가 부족해 공격팀은 거의 러싱에 의존했고, 그만큼 스미스는 팬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특히 조 몬태나, 스티브 영 등 걸출한 쿼터백을 배출했던 포티나이너스팬들로서는 알렉 스미스의 부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스토브리그에는 포티나이너스가 다른 스타 쿼터백을 영입한다는 기사가 쏟아져나오기도 했다.(관련 동영상 여기)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알렉 스미스는 올해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러싱게임에만 의존해 왔던 경기스타일을 바꿔 패싱게임까지 적절하게 섞기 시작해 수비팀을 괴롭히고 있다. 포티나이너스는 이를 위해 전설적인 와이드 리시버 랜디 모스를 영입하는 등 이른바 알렉 스미스의 표적을 늘려줬다.

특히 최근 두경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뉴욕 제트와는 34-0, 버팔로 빌과는 45-3으로 승리했다. 공수가 완벽한 팀이 된 것이다. 버팔로 빌과의 경기에서는 팀 사상 최대인 621야드를 전진했다.

짐 하버의 팀 재건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올해엔 슈퍼볼 경기에서 포티나이너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포티나이너스가 경기에 나서기전이나 팀이 해산할 때 외치는 구호가 있다.

주장이나 감독이 "우리보다 잘하는 팀이 있나?"라고 외치면 "아무도 없다"(Who's got it better than us.....NOBODY) (동영상 여기)...재미있는 것은 이 구호도 아버지한테서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