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0. 17. 13:49

▲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지금도 창업을 꿈꾼다"

    닷컴 붐'이 한창이던 1998년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 '마이사이몬닷컴'(MySimon.com)을 창업한 후 2년만에 7억 달러(약 7천800억원)에 매각해 화제가 됐던 마이클 양(50.한국명 양민정)씨를 만난 것은 2012년 이른 봄이었다.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자 흔쾌히 집으로 초대했다.

    지난 3월6일 4번째 창업회사로 7년간 이끌어온 인터넷 쇼핑몰 검색엔진 '비컴닷컴'(Become.com)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미국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최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로스알토스 힐에 위치한 그의 저택에서 만난 양 씨는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다.

    양 씨의 집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전형적인 고급 저택이었지만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집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나이가 이미 50대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선호하는 다른 벤처 창업자들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미남형의 얼굴에 관리가 잘된 균형잡힌 몸매로 정장이 정말 잘 어울렸다.

    미리 질문지를 보내주기는 했지만 인터뷰를 위한 많은 시간 준비를 한 듯 보였다.

    인터뷰 자리에서 펼쳐놓은 그의 노트에는 빼곡하게 메모가 돼 있었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가 개인의 발전과 회사 운영과 관련해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 가운데  한국의 창업자들이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14세 때 이민을 온 이른바 이민 1.5세대이지만 3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한국 말로 진행할 정도로 한국어도 거의 완벽했다.

     물론 다른 모임에서 만난 그는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이곳 IT업계에 종사하는 일부 젊은 한인들은 그가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이다.

    무엇보다 인터뷰 내내 그의 솔직함에 놀랐다.

    어쩌면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는 창업 실패담 뿐 아니라 심지어 현재 자산현황과 이혼의 아픔 등 가정사까지 모두 털어놓는 바람에 오히려 인터뷰를 하는 기자가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IT업계에 종사하는 젊은 한인들에 널리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이유도 그의 솔직함과 진정성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새너제이에 있는 주말 한국학교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미국내 한국계 네트워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코리안 아메리칸' 리더들로 이뤄진 한국위원회(CKA)를 만드는 등 한인사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부 성공한 한인들이 한인사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인터뷰 당시 CEO자리에서 물러난 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하지만 마냥 쉬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 씨는 "비컴닷컴의 지난해 매출이 5천5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이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CEO 자리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실리콘밸리 내 많은 인사들과 교류하고, 또 연구하면서 다음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미 50대 지천명명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몸속에 꿈틀거리는 창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속에 창업 DNA가 있는지 모르겠다. 창업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기회를 보고 아이디어를 이용하고, 기술을 응용해서 새 회사를 차린다는 게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기(실리콘밸리)에서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이사이몬을 시작할 때도 이미 37세였다. 40대, 50대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플소프트 창업자 데이브 더필드의 예를 들었다.

    더필드가 오라클에 2005년 103억달러에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피플소프트를 매각했지만 2006년 65세의 나이에 새로 클라우드 기반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업체인 워크데이를 창업해 3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키워내고 자신도 억만장자의 대열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워크데이는 10월 중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거래 첫날 74%나 상승하는 '대박'을 터트려 현재 72세인 더필드의 현재 순자산 규모가 무려 45억 달러(약 4조원)를 넘어섰다.

    양 씨는 지난 8월에 다른 모임에서 다시 만났을 때 이미 새 회사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창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창업한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공식 발표하겠다고 해 실리콘밸리에서 IT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그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