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0. 18. 13:06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떨까?

일반인들은 이들이 대체로 진보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꼭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강남좌파'와 비슷하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창업을 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돈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는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있다.

'창업은 세상에서 불편한 것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돈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뜻 거액을 희사하기도 하고, 독재정권에 맞서 '중동의 봄'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소득층을 겨냥한 복지정책에 가중치를 두는 미국 민주당에 가깝다. (민주당이 '진보'냐고 정색하고 물으면 곧바로 답하기는 힘들지만 공화당보다는 조금이나마 가깝다고는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자주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찾는다. 올때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고 또 그들의 후원을 받는다.

실리콘밸리 인사들 가운데는 저소득층을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까지 있다.

세금과 관련된 오바마와 IT인사들 간 일화 두 토막.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팰러앨토시에 있던 페이스북 본사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미국판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문제와 관련해 "나와, 솔직히 당신(저커버그)과 같은 사람들이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고 언급하자 저커버그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응수했다.(관련 기사 여기

또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링크트인과 마련한 '가상 타운홀 미팅'에서는 전 구글 직원이 "돈을 충분히 벌었다"면서 "내 세금을 올려달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관련 기사 여기)

물론 이것이 각본에 의해 이뤄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실리콘밸리 인사들 가운데  스스로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법률회사인 DLA 파이퍼가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IT기업 주요 임원, 벤처투자가 25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4%는 롬니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IT업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는 것.

DLA 파이퍼 자료.pdf

4년전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오바마가 IT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롬니쪽으로 돌아선 것은 프라이빗 에퀴티 규제 우려와 함께 세금 관련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만들어진 세금감면안 시한이 내년 1월로 만료되는데 롬니가 당선되면 연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도 소득 25만달러 미만의 중.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감면안을 마련했지만 응답자들은 모두 이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어 오바마의 방안으로는 자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여기)

사실 지난 4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제2의 닷컴붐에 힘입어  억만장자가 속출하고 수만명의 백만장자가 생겨났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애들 등 실리콘밸리 내 주요 IT기업들이 기존 대기업들과 달리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존의 악적 자본가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구글은 기존 기업이 아니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도 "공동묘지 속에 들어간 부자는 내 관심사가 아니며, 무엇인가 놀라운 것을 했다고 말하면서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신선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애플이 미 출판업자들과 가격인상을 공모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개인정보 설정내용을 복잡하게 해 놓은 뒤 이용자들 모르게 광고업자 등이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독점적 지위을 활용하는 것도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 구글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검색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여기)

이들이 악덕자본가로 불리던 철도, 석유재벌과 정말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