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부의 제주도 消風 (2018. 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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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18. 4. 15.


도시 농부의 제주도 소풍  top pick 6



소풍에 동행한 탄동농협 조합원



신데렐라는 호박마차를 타고 왕자를 찾아 가지만

아내는 나를 찾아왔다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의 어록 비문에 답이 있었다


분재는 2,3년 주기로 분갈이를 한다

분갈이를 하면서 묵은 뿌리는 모두 잘라준다

묵은 뿌리를 잘라야 새로운 뿌리가 자라고

새로운 뿌리의 활력이 나무의 생명력이라는 식물생리가 그의 철학이 된 것이다


묵은 뿌리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노쇠한다는 교훈이다

버려야 할 묵은 뿌리,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천지연 폭포에서 찍은 친구 신혼여행 사진을 보면 몹시 부러웠다는 아내다

우리는 신혼여행을 집에서 가까운 온양온천으로 다녀왔다

그때는 서운했지만 이제라도 와봤으니 다행이라는 아내다

미안하지만 지나간 일을 이제와서 어쩌랴

참고 살았으니 고맙고

앞으로도 잘 살면 그만이다 



제주도 상징은 돌하르방이다

어느 곳에도 돌하르방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돌하르방은 수호신으로 흉년의 기근과 전염병과 잡귀를 쫒는다고 전한다

우리 집안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려고 아내도 돌하르방이 되었다

집안의 액운을 막아 준다니 고맙고  감사하다



레이크파크 사이드 역 앞에 풍차와 동키호테 동상이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는 동키호테의 삶이 우리의 인생이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꿈을 꾸고, 사랑하고, 싸우는 것 또한 인생이다 



[소풍의 시작]



나는 도시 농부다

은퇴를 하고 찾은 시간의 여유가

연어의 모천회귀처럼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시골의 향수를 불러왔다

옥상에 고추를 심으며 농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옥상에서 시작된 나의 농사는 주말농장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주말농장에서 가족이 먹을 채소를 키운다

나의 꿈은 은퇴를 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가를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에 정착한 삶을 바꾸기도 쉽지는 않아서 3년전 부터 고향에 준비한 토지에 나무를 심었다

나의 농사 목표는 식솔의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일이다

고향 논에서 주식을 자급한지는 오래되었고 주말 농장에서는 가을 김장채소를 해결했다

올해는 감자와 마늘까지 자급하려고 준비 중이다


농업은 생명공학이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먹거리는 땅에 씨를 뿌리지 않고는 얻지 못한다

책을 읽어서 지식을 얻고, 기계로 옷은 만들어도 먹거리는 지식과 기계로 만들 수 없다


부모님이 시켜서 하던 호미질은 그렇게 싫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호미를 들고

밭에 있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다

내가 기른 토마토를 맛있게 먹는 손자의 미소를 보는 것이 내가 사는 이유가 되었다


시골 마을에서는 철마다 천렵을 한다

바쁜 농사철에도 날을 잡아 하루는 일을 쉰다

달구지에 솥가마를 싣고 냇가로 간다

물고기도 잡고, 닭도 잡아서 푸지게 먹고 노는 날이다

고단한 노동의 피로를 풀며 노래하고 춤추고 우의도 다지는 날이다


이제는 농촌의 천렵도 달구지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간다

냇가가 아니라 제주도로 간다 



도시 농부 소풍 이야기는 청주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국내선 작은 비행기의 청주 출발은 순탄했다

그러나 제주도에 당도해서는 난기류 때문에 30분간이나 착륙을 하지 못하고 선회를 했다

바람 많은 제주도라고는 하지만 어렵게 착륙하는 동안 심한 요동으로 간담이 서늘한 순간도 있었다


세찬 바람 속에서 제주도의 첫날을 맞았다

바람 때문에 아내와 약속한 도두봉 제주 밤바다 트래킹도 못 나갔다

제주도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태풍급 강풍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있기는 했다


제주공항이 비좁아 비행기 계류장이 부족해서 옛날처럼 트랩을 이용해서 내렸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버스가 출구 까지 태워다 주었다 



제주도 도착 첫번째 일정은 점심식사였다

17번 올레길이 지나는 바닷가의 식당에서 고등어 조림을 먹었다 

아내가 시집을 와서 나에게 처음 해준 음식도 고등어 조림이다

추억이 있는 고등어 조림이다


이번 소풍에서 식사는 참 좋았다

고등어 조림, 참돔 정식, 갈치구이, 흑돼지 삼결살 모두 맛있고 푸짐했다

수행한 임원들이 돌아가며 권하고 부추겨서 과식하고 과음한 탓에

마지막 날에는 아내도 나도 가볍게 배탈이 났다

아침식사 해장국은 맛을 모르고 먹었다

뜨거운 국물에 입술을 데었기 때문이다




소풍 첫 관광은 유리의 성이다

이병열 조합장님이 유리의 성 입구에서 신입 조합원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조합의 주인이라는 실감을 했다


이번 소풍은 50여명이 참여했고 대부분 고령자이다

그래서 걷고 불편한 자연경관 관광보다는 테마파크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생소한 사람이어서 커다란 명패를 목에 걸고 다닌다

버스, 식당, 숙소에서 쉽게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명패에는 탑승 차량, 숙소 방 번호, 조합임원과 가이드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어 아주 편하다


유리의 성은 유리 조형물 테마파크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자들이 용변을 보러 들어 갔다가 기겁을 한다는 유리의 성 화장실

변기 양 옆에 거울을 세워 한개의 변기가 수십개로 보인다



유리벽 미로






여러개의 거울을 세운 방에 들어서면 나의 모습이 다양하게 비쳐진다



형형색색의 유리 공예품



제주도에는 어디를 가도 돌담길이 있다




호박마차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도 사투리로 수풀, 밀림을 이르는 말이다

곶자왈 중간중간에는 조형물이 있다





나에게는 언제 날개가 돋아 세상을 마음대로 날아 다닐 수 있을까?




유리 피라미드



유리로 만든 장구






서커스 월드

내부는 촬영금지라 사진이 없다

중국 곡예대회 입상자들이 서커스를 공연하는 곳이다 



서커스 월드 공연장 주차장에 뜬금없이 묘지가 두개나 있다

집에서 가까운 밭에 묘지를 만드는 제주도 관습 때문에 현지인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

보는 우리는 이상하다



이국적 가로수 때문에 제주도는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설렌다

호텔 앞의 가로수도 특이하다

구실잣밤 나무다

종려나무도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가로수다



빨간 열매가 특징이지만 먼나무라는 이름이 더 재미있는 제주도의 가로수다



제주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텔도 특이했다

외국인도 많이 찾는 호텔이지만 자는 방은 온돌방이다

조합원은 대부분 혼자 오기 때문에 한방에 4명이 잔다

성별로 비슷한 연령이 한방을 쓴다

우리처럼 부부가 함께 온 사람들은 하룻밤 생이별이다

틈틈이 문자를 해서 복도에서 잠깐 만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출발 전에

한방을 쓰는 사람이 술을 많이 먹거나, 코를 골아 불편하면

다른 호텔에서 자기로 약속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

제주 밤 바다 트레킹을 가기로 약속도 했다

첫날, 역시 서먹해서 도두봉으로 밤바다 구경을 하려고 호텔을 나섰다가

바람이 거세고 추워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서 내 방으로 가는데

옆 방 고령자 어르신 두명이 방 앞에 서 있었다

나를 보더니 추워서 못자겠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온돌방이라 바닥은 뜨끈한데 천정에서 에어컨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몹시 춥다는 것이다

윗풍이 심한 것이다

내가 찾아봐도 에어컨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없다

프런트에 내려가서 에어컨을 끄고 비상시 연락할 프런트 전화번호도 어르신에게 알려 드렸다

통상적으로 0번인 프런트 전화번호가 2번이었기 때문이다

방바닥은 뜨겁고, 공기는 차고, 스위치는 깊은 곳에 숨어 있고, 구내전화 안내문도 없고...


어르신들은 한 시간이 넘게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소풍이 끝날때 까지 어른신들은 나만 보면 고마운 사람이라고 반겨주셨다


첫날 밤은 서먹해서 싸운 사람처럼 등을 돌리고 잠을 잤지만

둘째 날은 하룻밤 동숙에 만리장성을 쌓아서 할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아내와 제주 밤 바다 트래킹은 이야기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나가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생각하는 정원" 입구다

나무나 키우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한 사람이 집념과 열정으로 반세기 동안 일군 정원이다

 





우리는 3년 전 부터 고향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논밭을 묵히는 것이 싫어서 나무를 심자고 했고

아내는 일생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는 기쁨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성범영 원장은 생명의 예술이라는 분재를 가꾸어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했지만

나는 유실수를 심어서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선물하고 싶다

아들이 힘들게 왜 나무를 심느냐고  투덜거렸지만

내 땅에 사는 고라니나 다람쥐 같은 동물이 먹고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도 먹고

그래도 남으면 우리도 먹자고 하면서 나무를 심었다


시작이라 비석에 새겨둘 철학은 없지만

나무를 심는 마음만은 그렇게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





관람로 주변의 석축들이 웅장하면서도 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분재의 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품격이 더해지고

우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 할 것이다




연못의 비단잉어들이 한가롭게 유영을 한다







아내는 분재의 아름다움 보다 밀감나무의 열매가 더 좋다고 한다

이상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아내다

나도 그렇다




이동 중에 잠시 백년초 농장에 들렀다

제주도는 관광농업 선진지이다

난대지방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교육투자로 양성된 제주 인재들이

작물개발, 품종개량에 힘쓰고

새로운 상품과 가공품을 빠르게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곳이다

백년초도 그러한 제주 특산품 중의 하나이다



소풍기간 우리들의 이동수단  버스다

여행사에서 특별히 배정했다고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VIP 리무진(우등 고속버스와 같은 28인승)이다




60여 마리의 말들이 출연하는 마상 쑈 "천년의 제국. 아! 고구려" 테마파크다



공연 시작 전 말과 기수가 몸을 풀면서 관객에게 인사를 한다



천원에 파는 당근을 사서 말에게 간식을 먹이기도 한다



스토리가 있는 마상 쑈이지만 내용 보다는 힘차게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말들의 거친 숨소리에 넋을 잃은 시간이었다 



말을 접하지 못해서 잘 몰랐지만 말은 후진을 하지 않고 어두운 밤에도 감각적으로 지형지물을 감지해 달린다고 한다




기업가나 정치인들이 집무실에 말 그림을 걸어두는 이유는

말과 같은 감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앞으로만 발전하여 나가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수십마리의 말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모습을 보니 말의 기품과 역동성에서 수긍이 된다  



서귀포에서 해상절경으로 안내할  유람선 뉴 파라다이스호다



답답한 선실보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3층으로 올라갔다



서귀포 어항과 미려한 도시가 어우러져 아름답다

아내는 나폴리보다 더 멋지다고 감탄한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7번 올레길을 따라가는 뱃길이다

하늘은 맑았지만 해무에 가려 한라산이 수묵화 처럼 희미한 윤곽만 드러낸다

지금은 올라갈 엄두도 못내지만

고등학교 1학년때 무전여행으로 혼자 제주도에 와서 1박 2일로 올라갔던 한라산이다




범섬의 해식동굴

현무암 주상절리가 특이한 해안이다




범섬을 지나 돌아 오는길

박상철 상무는 마이크를 잡고

조합장은 춤추고

우리는 무용수이었지만 용기가 없어 나가지 못하고 박수만 쳤다

흥겨운 시간이었다



유람선에서 내려 새연교를 건넜다

새섬을 잇는 다리로 아름다운 인연을 만드는 다리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소풍을 함께한 새로운 인연들과 아름답게 인생을 가꾸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다리를 건넜다

 




새로운 인연은 아니지만 묵은 인연도 다지고 또 다진다




나는 고등학생 때 왔었고 아내는 처음인 천지연 폭포다

입구의 계곡과 난대림이 아릅답다




중국 관광객이 없어 다행이다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면 발디딜 틈도 없다는데 조금은 여유가 있다










동양 최대의 법당이라는 약천사 입구



법당의 치미를 중심으로 대규모 법당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법당 아래에는  유채꽃 밭이 있다

제주도의 봄을 대표하는 유채꽃의 향기를 이렇게 라도 느껴본다

 


법당에서 내려가는 길은 밀감 밭이다

꽃망울이 맺히는 시기에도 밀감이 탐스럽게 달려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2박3일의 소풍 마지막 날

첫 방문지는 해녀 박물관이다



물질하는 해녀 조형물이 입구에 있다




해녀 박물관에서는 전시물 보다 화장실이 나의 관심를 끌었다

화산석으로 쌓아 만든 화장실이 제주도 답다는 느낌이 든다 



성산 일출봉 인근에 자리한 아쿠아 플라넷 입구이다





바닷속 환경을 수조에 재현해서

진귀한 물고기가 살아가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펭귄이 사람을 따라 다닌다






모양도 진귀하고 크기도 어마어마한 아마존 물고기




해녀의 수중 작업을 보여주는 공연장도 있다



고래상어의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었다




제주 대표 명소 성산 일출봉



소풍의 궂은 일을 챙겨주는 신윤정님

농협 창구에 가면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제일 예쁜 직원이다



추억의 테마공원 "선녀와 나뭇꾼"

개인이 수집하고 기획한 추억 테마공원이다

기차길이 추억여행의 시작이다

 


달동네 모습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시기에 

보건소의 산아제한 구호를 보니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시골장터



내가 군대에 있을때 아내가 썬데이 서울 딸 자랑에 나왔다

부대에 소문이 나서 난리가 났었다 



교복을 입고 여학생과 어울리던 빵집

그때 그 빵 맛은 어디로 갔을까?





요즈음 아이들은 요강을 알지도 못한다



그때는 이랬다

너도, 나도, 모두....



학보사에서 신문과 교지를 만들때 인쇄소

식자공이 납으로 만든 활자로 조판해서 윤전기로 인쇄를 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추억이다







군대시절 아내는 수시로 부대에 면회를 왔었다



군대 내무반



소풍의 마지막 테마공원은 에코랜드다

기차가 없는 제주도에 기차길이 생겨서 관광객 보다 현주민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는 테마공원이다

생태 궤도 열차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에코로드는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다

척박하고 험해서 사람이 살지 못하던 곳이다

원시상태 곶자왈을 기차로 지나가는 특별한 생태여행이다

소풍 중 인상 깊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소였다



1800년대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제작된 링컨 증기 기관차




사람이 살지 못해서 원시림이 보존된 숲을 지난다

더덕냄새가 진동하고 고사리와 곰취도 보인다



에코브리지 역에서 내리면 호수 습지가 나타난다





잔잔한 호수와 산책로 비경은 황홀하다 




농협 조합원 가입 동기



에코브리지 역에서 레이크 사이드 역까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



2박3일 소풍에서 나를 가장 설레이게 한 곳이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원시의 숲을 한없이 걷고 싶었다

세월이 더 흘러서 내가 옛날을 회상할 때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에코랜드의 곶자왈 에코로드일 것이다



돌아 오는 길에서 백록담을 상징하는 하얀 사슴도 보았다


이제는 돌아가자

봄날의 꿈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