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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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원일기

2020. 1. 20.

영국에는 서머힐 스쿨이라는 실험적 대안학교가 있다

통상적 학교는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지만 서머힐 스쿨은 학생의 자유를 존중해서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삼는다

서머힐 스쿨은 유치원에 갈 나이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마칠 나이에 졸업을 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기숙학교에서 생활을 하지만 학년 개념이 없고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찾아가 하고 싶은 공부를 배우는 교육방법이다

 

처음 입학한 어린아이들은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신나게 논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노는 것을 배우는 것이 서머힐 스쿨 교육의 시작이다  

몇 년을 놀다 보면 형들처럼 책을 읽고 싶고, 피아노를 치고 싶고, 축구를 하고 싶어 지는데, 그때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글이나 피아노, 축구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

매일 놀기만 하던 아이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단기간에 정규 학교 아이들의 학습 진도를 따라잡고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학습 성취도가 폭발적으로 뛰어나 세계 유수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되었다

 

서머힐 스쿨의 학습은 자유를 존중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율은 엄격하다고 한다

기숙학교라서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는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자치회를 통해서 스스로 결정하고 지키도록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도 자율로 정했는데 남자는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여자는 입지 말자고 해서 지금 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싸움이나 도둑질도 일어나는데 처벌규정을 만들어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은퇴 생활을 10여 년 하다 보니 내 삶과 서머힐 스쿨의 교육이념의 너무나 닮아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해야 할 일도 없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자유만 남았다

가족 부양의 의무감도 없고,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있는 것이나 잘 지키면 되니 고민거리도 없다

 

할 일이 없으니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만나고 고향도 자주 다녔다

노는 것이 나의 일이다

노는 것이 심심하고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노는 것이 무료해지면서 놀면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무위도식하지 말고  무엇이든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침 첫 손자가 태어나서 손자의 성장과정을 글로 남겨주리라 마음먹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문학소년의 이루지 못한 꿈에 한풀이를 하듯 글을 썼다

손자 이야기, 여행 이야기, 그리고 살아오면서 축적된 삶의 애환을 일기처럼 썼다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

글 한 줄, 사진 한 장도 경우에 따라서는 읽거나 보는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조국이라는 지식인도 자신이 쓴 글이 부메랑이 되어 자멸했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초등학생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남의 글에 댓글을 달지 말라고도 했다 

글을 쓰다 보면 필화(筆禍)를 겪는다

소소한 에피소드였지만 필화도 겪어 보고, 소재도  바닥이 나니 글쓰기도 지쳐버렸다

 

은퇴자가 집이라는 대안학교에서 마음 편하게 살려면 마누라와 민주적으로 타협을 해야 한다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살려면 역할분담과 자기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집안 청소는 내 몫이라고 자원했다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가꾸어 신선채소를 조달하니 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졌다

고향에 호두나무를 심어 미래의 사업도 개척했다

한나절 아동지킴이를 해서 용돈을 벌어 쓰니 경제적으로 자립했다    

내가 설계하고 실천하는 대안학교 학생 역할에 마누라도 불만이 없다  

 

서머힐 스쿨은 학생의 미래와 희망을 키우는 곳이고

우리 집 대안학교는 과거를 지우는 곳이라는 것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