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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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자 재정이

2020. 3. 22.

 

봄이다

 

주막 공원에도 어김없이 자목련이 피었다

꽃은 피었건만

아무도 반기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한 봄이다

 

공상영화에서나 봄직한 괴질의 공포가

현실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알았는데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우리 동네 까지 코로나 19가 밀려오고

이제는 온 세상을 질병의 공포로 마비시켰다

 

 

질병 방역을 위한 사회적 격리로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으라니

두 돌 지난 재민이는 엄마와 함께 있어서 좋다

 

기차를 좋아하는 재민이가 유튜브로 보는 토마스 형제들에 빠져있다 

 

 

재정이는 엄마와 요리를 한다

 

 

재정이는 청국장을 좋아 한다

청국장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

  

 

재민이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그것도 쇠고기.....

 

아이들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엄마, 아빠가 종일 함께 놀아주니 천국을 만났다

 

 

 

맛있는 밥 먹고

엄마와 놀고

졸리면 잔다

 

 

집안이 답답해서 잠시 밖으로 나와봐도

놀이터는 텅 비었다

 

 

친구들이 없으니

주차장에서 길고양이와 숨바꼭질도 한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운동장도 간다

 

어디서 보았는지

재정이 축구공 드리블 자세는 국가대표급이다

 

 

텅 빈 운동장을 내달려

슛 동작으로 마무리

할아버지의 골키퍼 실력은 젬병이다

 

 

재민이는 돌봄 서비스로 어린이집에 갔다

 

3월 초 개원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19로 개원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엄마 집착이 걱정이 되어

아이들이 없을 때 어린이집 적응을 시켜보자는 의도였다

 

걱정은 기우였다

 

재민이는 일주일 만에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고

스쿨버스가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탄다  

 

 

낯선 선생님과 금방 친해져서

하루 종일 잘 놀고 온다

 

 

친구도 생겼다

 

돌 볼 인형도 생겼다

 

 

먹이고, 재우고

제가 받은 사랑을 인형에게 베푼다

 

 

하루하루 친구가 는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오래된 친구들이라

어린이집이 처음인 재민이를

잘 돌본다고 하니

이 또한 다행이다

 

온 세상이 코로나 19 공포로

고치 속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는 시간에도

희망의 꽃송이들은 이렇게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