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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부족 5월의 책 - 거미여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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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과 배움/자몽책방

2010. 5. 27.

 

 책부족 독후감

 

 

 

 

책의 줄기와 이파리를 가늠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어떤 때는 끝없이 이어진 대화 때문에 누가 한 말인지 헷갈리는 채로 넘어가기도 하였다. 한 장면이 끝났더니 같은 무대에서 다시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연극을 보는 듯, 언제쯤 뒷 배경이 바뀔까 기다리게 되었다.   재미없는 말놀이를 지네들끼리 하는 것 같아 대화에서 소외된 내가 지루해 할 즈음에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몰레나가 피고인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약간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곧 그는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전체적으로는  배경이 같았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중에 끼어든 이야기, 영화에 대한 것들이 그나마 책장을 넘기도록 도왔다. 그렇다면 거미 여인은 언제 나오는 거지? 기다려졌다. 독자로 하여금 살짝 짜증이 나게 하는 건( 나에게만 그랬나?)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자기네들끼리의 대화로 와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특히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싶지 않아져서 재빠르게 훑고 넘어가곤 했다. 남자들의 티격태격은 볼썽 사나웠다고나 할까,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소설이 무대에 올랐을 때 두 남자의 행동을 보는 관객이었다면 느낌이 달라졌을까, 어찌되었건 두 남자는 잘 다투었다.

 

두 사람 사이의 실제 일 말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이루는 몇 개의 뼈라고는 하더라도, 그 뼈와 뼈에 붙인 살들이 두 남자의 대화였고, 이것은 자주 반복되었고, 장소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기에 쭉쭉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원하던 나로서는 흥미를 갖기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게다가 주를 달아 아래에 적어 놓은 작은 글씨들은 돋보기를 이용해야 글을 읽는 내게 피로감을 안겨 주었다. 원글에 있던 것도 이러한 것인지, 옮긴이의 글인지 헷갈렸다. 그러나 그 마저도 조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의 알려진 소설이라고는 하나, 혹시 책날개에 소개된 다른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에바를 다룬 소설 같은 것 말이다. 

동성애에 대한 프로이트와 심리학자의 글을 이 소설에서 끼워 넣어 읽어야 했던 것인가 알 수 없는 채로 며칠 동안에 걸쳐 라틴아메리카의 성찬을 인내했다. 입맛에 맞지 않았으니 만족은 없었다. 내 입맛은 이런 이야기에 별다른 호기심을 내지 못하고 음미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식탁에 올려진 요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밥과 반찬이 없다면 먹고난 다음에도 어딘가 허전해지듯이 이 라틴의 식탁에서 나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놓지 못해 이 책이 주고 싶었던 문학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이 소설엔 두 남자와 그 중 한 명은 정치범으로서 어떤 시간과 공간의 정치가 있었고, 우리들의 원초적인 문제로서 성에 대한  학문적 글도 있어서 골고루 사람의 이야기를 요리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책을 덮고 나니, 뭔 이야기야,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건데 싶어 못마땅해졌다. 

 

겨우, 옮긴이의 해설을 읽고 난 다음에야 이런 이야기야, 했을 정도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딱히 떠오르는 감상도 없고, 이쪽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열정 같은 것도 나오질 않는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하다. 어디선가 볼멘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이 책을 누가 읽자고 했어? 이 말을 내가 했는데, 호호야님 말로는 이 책을 고른 게 나 라고 한다. 왜 내가 그랬을까. 라틴 아메리카에서 골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 골라골라를 너무 못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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