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부족 5월의 책 - 거미여인의 키스
댓글 29
살림과 배움/자몽책방
2010. 5. 27.
책부족 독후감
호호야님 :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377
쟁님 : http://blog.daum.net/zanygenie/52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3
굿바이님: http://blog.aladdin.co.kr/goodbye/3782954
책의 줄기와 이파리를 가늠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어떤 때는 끝없이 이어진 대화 때문에 누가 한 말인지 헷갈리는 채로 넘어가기도 하였다. 한 장면이 끝났더니 같은 무대에서 다시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연극을 보는 듯, 언제쯤 뒷 배경이 바뀔까 기다리게 되었다. 재미없는 말놀이를 지네들끼리 하는 것 같아 대화에서 소외된 내가 지루해 할 즈음에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몰레나가 피고인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약간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곧 그는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전체적으로는 배경이 같았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중에 끼어든 이야기, 영화에 대한 것들이 그나마 책장을 넘기도록 도왔다. 그렇다면 거미 여인은 언제 나오는 거지? 기다려졌다. 독자로 하여금 살짝 짜증이 나게 하는 건( 나에게만 그랬나?)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자기네들끼리의 대화로 와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특히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싶지 않아져서 재빠르게 훑고 넘어가곤 했다. 남자들의 티격태격은 볼썽 사나웠다고나 할까,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소설이 무대에 올랐을 때 두 남자의 행동을 보는 관객이었다면 느낌이 달라졌을까, 어찌되었건 두 남자는 잘 다투었다.
두 사람 사이의 실제 일 말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이루는 몇 개의 뼈라고는 하더라도, 그 뼈와 뼈에 붙인 살들이 두 남자의 대화였고, 이것은 자주 반복되었고, 장소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기에 쭉쭉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원하던 나로서는 흥미를 갖기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게다가 주를 달아 아래에 적어 놓은 작은 글씨들은 돋보기를 이용해야 글을 읽는 내게 피로감을 안겨 주었다. 원글에 있던 것도 이러한 것인지, 옮긴이의 글인지 헷갈렸다. 그러나 그 마저도 조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의 알려진 소설이라고는 하나, 혹시 책날개에 소개된 다른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에바를 다룬 소설 같은 것 말이다.
동성애에 대한 프로이트와 심리학자의 글을 이 소설에서 끼워 넣어 읽어야 했던 것인가 알 수 없는 채로 며칠 동안에 걸쳐 라틴아메리카의 성찬을 인내했다. 입맛에 맞지 않았으니 만족은 없었다. 내 입맛은 이런 이야기에 별다른 호기심을 내지 못하고 음미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식탁에 올려진 요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밥과 반찬이 없다면 먹고난 다음에도 어딘가 허전해지듯이 이 라틴의 식탁에서 나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놓지 못해 이 책이 주고 싶었던 문학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이 소설엔 두 남자와 그 중 한 명은 정치범으로서 어떤 시간과 공간의 정치가 있었고, 우리들의 원초적인 문제로서 성에 대한 학문적 글도 있어서 골고루 사람의 이야기를 요리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책을 덮고 나니, 뭔 이야기야,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건데 싶어 못마땅해졌다.
겨우, 옮긴이의 해설을 읽고 난 다음에야 이런 이야기야, 했을 정도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딱히 떠오르는 감상도 없고, 이쪽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열정 같은 것도 나오질 않는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하다. 어디선가 볼멘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이 책을 누가 읽자고 했어? 이 말을 내가 했는데, 호호야님 말로는 이 책을 고른 게 나 라고 한다. 왜 내가 그랬을까. 라틴 아메리카에서 골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 골라골라를 너무 못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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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의 비밀글이 혹시 유메미루님은 아닐까??
답글
나도 금방 리뷰쓰고 왔시유.
누구나 이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는 독후감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가 봐요.
난 가까스로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임무 완수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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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 후추장님도 결국엔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제목에 낚이신거군요. 전 읽으면서 어째서 이 책을 선택하셨을까, 올해는 여성을 읽는다고 하셨는데 한참을 고민을 했었어요.
답글
제가 느낀 것도 후추장님과 같은 맥락으로 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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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적 라틴아메리카의 성찬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나름대로 맛있고 영양가있는 밥상이었습니다. 하하
답글
후추장님의 '여성주제'로서 골라골라도 썩 잘 하신것 같구요.
여성분들은 대체로 감방이라는 공간과 동성애 코드와 마르크스코드의 어울림에 저어되는 부분이 있었던듯.
조금전 숙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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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6.01 19:37
이제야 쓰고, 찬찬히 다른 분들 독후감 읽으려고 합니다. 계절이 바뀌는게 힘든지, 몸도 마음도 늘어져 또 늦었습니다.
답글
저는 보지 못했는데, 원작이 연극으로도 상영되었던 모양입니다.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으니, 만족은 없었다는 멜라니아님의 속내는 시원하고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나랑 안맞으면 할 수 없는거죠. 무슨 상을 받건, 얼마나 실험적이건 그런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읽고,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는 책들 넘쳐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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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편 2010.06.02 09:08
저도 이제야 올립니다.^^&
답글
간만에 정말 즐겁게 즐기며 읽었습니다. 올 해는 '책 그만 사야지~' 마음을 먹은터라 <거미부인의 키스>를 도서간에서 빌려 읽었는데 '살 껄~' 하고 아쉬워할 정도로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책인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도 즐거운 경험이네요^^
줄기와 이파리를 가늠하기 힘들었다는 말 심히 공감합니다. 정말이지 한동안 누가 얘기하고 듣는건지 어디까지 영화이고 어디부터 대화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한참 읽다보면 잘 못 짚어서 다시 돌아가고 ㅋㅋ
새벽에 일어나 투표하고 리뷰썼어요.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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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두 분 남성분, 동우님과 향편님의 독후감은 기대보다 더 의외였습니다
여전히 저는 우리들의 독후감을 모두 읽은 후에도
이 소설에 대한 감정에 좋을 호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강한 불신의 습관 떄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독자들이 몰리나에게 후한 평판을 했다고 해도
소설 내에서 작가가 몰리나의 사랑에 대한 보여주기를 잘했다고 해도
저로서는 이 남자를 여자로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으며
어쩌면 이 남자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나 봅니다
제가 상상하건대 몰리나는 트랜스젠더는 아니었으니까요
모양을 여성적으로 즉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르고 하는 따위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남자인 거에요 저에게는.
남자가 여자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했던 것 때문에 계속 이 남자의 말을
믿지 않으려는 제 불신은 어떤 것일까요?
감옥안, 깜깜한 방에서라면 발렌틴이 몰리나의 말을 듣다가 그를
잠시 여성으로 착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남자들의 어쩔 수 없는 면이라고 해도
완전 여성인 저는 ㅎㅎㅎ 몰리나를 여자로 절대 받아줄 수가 없어요
여성의 무슨 성역을 제가 가진 것처럼 자꾸만 이 남자에게 짜증을 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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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편 2010.06.03 22:58
소설이니까 관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쓴 소설이라 생각했나봐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니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래도 생각은 해본거죠.
발렌틴은 볼리나를 여자로 사랑한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간으로써 사랑하게 된 함께하는 유일한 사람이 스스로 여자라고 주장하는 걸 인정해 준 건 아닐까요?
어쨌든 발렌틴은 성적으로 별난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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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꽤 괜찮은 책이었으니,
답글
조금만 기다려서 다른 부족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시고나서
그럼요, 제가 원래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잖아요. 라고 하셔도 되었을것인데... ^^
이번에는 어느때보다도 책읽고 난 뒤의 이야기가 더 재밌는 책이었잖아요.-
ㅎㅎ
책 읽고 나서 읽는 독후감에 재미를 느낀다면
일단은 책부족으로서 완전한 피를 소유하였다고 봅니다 ㅎㅎㅎ
이번 책도 그러하고.
그러나 어쨌거나, 나는 이야기를 하다가 확 대화로 내려오는 그때마다
약이 올라서,
진작에 재미있던 몰리나의 이야기를 엮어보는 수고도 하기가 싫어졌어요
따로, 캣피플을 봐야겠군, 이 정도의 수확이라면 수확이.
몰리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 몸으로 하고 그렇고롬 여자스럽게 이야기를
해 대고 몸을 바치고 마음을 주려 하고 하였다는 게
이제도록 마음에 안 드니, 이것도 병인양 하여, 말을 그만 두어야 할 듯하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