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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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앵거스: 오늘의 에세이-인류세: 이름에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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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6.

 

인류세: 이름에 무엇이 있는가?

Anthropocene: What's in a name?

 

인류세라는 낱말에는 반인간적 의제가 숨겨져 있는가?

 

―― 이안 앵거스(Ian Angus)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라는 소설의 한 권에서 선사적 행성에 고립된 마케팅 관리자 위원회는 바퀴를 발명할 수 없다. 한 비판가에 대응하여 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좋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영리하다면, 그것이 무슨 색깔이어야 하는지 말해 주시오!"

 

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 가운데 하나, 즉 인류세에 대해 과학자들이 이름을 잘못 명명했다는 불평으로 반응하는 또 하나의 기사를 읽을 때마다 그 광경을 떠올리게 된다.

 

전례가 없는 위험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구 체계와 관련된 만사는 신경쓰지 마라. 이름을 바꾸어라!

 

제시된 대안들은 인간혐오세(Misanthropocene)와 인간저속세(Anthrobscene) 같은 명백한 농담과 사회세(Sociocene), 기술세(Technocene), 균일세(Homogenocene), 경제세(Econocene) 그리고 자본세(Capitalocene) 같은 더 진지한 제안들을 포함한다.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지금까지 그것들의 옹호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들의 제안이 공식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인류세 작업 집단에 대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대안들은 낱말 자체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지질학적 시대를 명명하는 데 사용되는 관행에 대한 오해를 드러내기 때문에 간략한 논의가 적절하다.

 

먼저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이름이고, 그래서 제안된 이름은 지질학의 명명 관행을 따라야 한다. 제시된 대안들은 명백히 접미사 -cene가 세 또는 시대를 의미한다고 믿고서 그 접미사 앞에 새로운 낱말을 덧붙일 뿐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접미사 -cene는 최근(recent)을 뜻하는 그리스어 카이노스(kainos)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19세기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에 의해 도입되었는데, 라이엘은 함유된 멸종 화석과 비멸종 화석의 비율을 결정함으로써 다양한 암석 층들을 구별지었다. 그러므로 미오세(Miocene)는 메이오스(meios)에서 비롯되는데, 소수의(few) 화석들이 최근의 것들이다. 플리오세(Pliocene)는 플레이오스(pleios)에서 비롯되는데, 더 많은(more) 화석들이 최근의 것들이다.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는 플레이스토스(Pleistos)에서 비롯되는데, 대부분의(most) 화석들이 최근의 것들이다.

 

플라이스토세 뒤에, 라이엘은 그가 그저 최근이라고 부른 시기를 덧붙였지만, 1885년에 국제 지질학 총회는 그것을 그리스어 홀로스(holos)에서 비롯된 홀로세(Holocene)로 바꾸었는데, 홀로세는 전체적으로 또는 전반적으로 최근의 화석들로 이루어진 지층을 가리킨다.

 

그래서, 잡지 기사들에서 흔히 거론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류세는 인간의 시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을 뜻하는 anthropos와 kainos를 조합한 것이고, 그래서 라이엘의 접근 방식을 따른다. 그것은 지질학적 지층이 최근의 인류에서 비롯된 유물들이 지배적인 시대를 의미한다. 사실상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진행 중인 인류세 논쟁의 핵심적인 부분은 새로운 시대를 판별하는 데 어떤 유물들이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역사적 지질학과 물리적 지질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류세라는 이름은 적절하다.

 

좌파 집단들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해 가장 흔히 제시되는 대안은 자본세(Capitalocene)이다. 옹호자들은 전지구적 변화가 인간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 형태에 의해 추동되고 있고, 그래서 새로운 시대는 자본주의라는 낱말을 따서 명명되어야 한다.

 

지질학적 시대들이 사회적 체계들을 따서 명명되었다면, 그것은 강한 논증일 것이지만, 지질학적 시대들은 그렇게 명명되지 않았다. 현재 시대가 자본세라면, 확실히 이전의 시대는 봉건세(Feudalocene), 노예세(Slaveryocene)로 재명명되어야 하는데, 그 다음에는 무엇인가? 수렵채집인세(Hunter-Gatherer-ocene)?

 

숨을 깊이 들이쉬자. 인류세라는 사실은 중요한 정치적 쟁점들을 제기하지만, 인류세라는 낱말에는 어떤 정치적 의제도 숨겨져 있지 않다. 그것은 모든 인간 또는 인간 본성에 관한 판단을 함축하지 않는다.

 

어근 anthroposanthropogenic(인류에 의해 유발된)이라는 지구과학의 다른 한 일반적 용어에서도 나타난다. "인류에 의해 유발된 기후 변화"라는 표현은 모든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데, 오히려 그것은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되는 변화와 인간들이 개입했든지 개입하지 않았든지 간에 일어났을 변화를 구분짓는다. 마찬가지로, 인류세는 모든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전지구적 변화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세라는 이름은 완벽하지 않다. 흔히 과열되는 토론들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잘못 해석되기 쉽다. 2000년에 폴 크루첸(Paul Crutzen)이 그 낱말을 고안했을 때 생태사회주의자들이 함께 있었더라면, 다른 이름이 채택되었을 것이지만, 이제 인류세는 과학자들과 비과학자들에 의해 공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낱말(좌파용으로만)을 고집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뿐이고, 그래서 훨씬 더 중요한 쟁점들로부터 주의를 멀어지게 할 뿐이다.

 

바퀴에 집중하고, 색깔에 매달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