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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카즈노리: 오늘의 에세이-<중화미래주의>라는 기괴한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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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20.


중국의 '급속 성장'을 동경하는 <중화미래주의>라는 기괴한 사상

인권도 민주주의도 이제 필요없는가?


―― 미즈시마 카즈노리(水嶋一憲)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중화미래주의가 대두하다

"나는 미래에서 왔다. 너는 중국에 가야 한다."


이것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 영화 『루퍼(Looper)』(라이언 존슨 감독, 2012년) 속에서 30년 후 미래에서 파견되어온 범죄 조직의 상사가 주인공인 살인 청부업자(루퍼로 통칭)에게 던지는 대사다.


나중에 조직을 배신한 주인공은 이 조언을 따르는 것처럼 중국의 국제도시 상하이로 이주하게 되는데, 지금 있는 아메리카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진작부터 염원한 프랑스에 가는 것도 아니다.


일찍이 아메리카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이 끝난 후의 세계를 자유민주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한 '역사의 종언'으로 파악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행해진 인터뷰(「'역사의 종언'을 주창한 인물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에서는 25년 전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여 민주주의의 퇴행과 쇠퇴를 공언하면서 인터뷰 끝에 염려를 표명하게 된다.


후쿠야마의 변심을 더 긴 시간에 걸쳐 냉정히 다시 파악하면, 「전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속도위반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았다」라는 인식과 관련될 것이다(W. 슈트렉, 『조종이 울린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가 자명했던 사회가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 서양 사회에 한 가지 기묘한 사상의 꿈틀거림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중화미래주의(Sinofuturism)'라고 야유적이고 비판적으로 불리는 사고방식이다.


중화미래주의는 몇 가지 사상이 유입된 복잡한 사상이지만, 대략적인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두면 다음과 같다.


서양 사회가 여태껏 내세운 인권 등의 민주주의적 원칙은 경제 경쟁이 전 지구적으로 격화하는 현대에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방해자'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사람들의 권리를 제한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를 통해서 두드러지게 발전한 중국과 싱가포르(≒중화)에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이것은, AI(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아메리카와 EU의 지위 하락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및 러시아의 '신(新)유라시아주의'가 대두함에 따른 지정학적 의식의 전환과 함께 떠오른 사상이다. 뒤에 서술하는 대로, 어떤 의미에서, 서양 사회의 불안과 선망이 '중화'에 투영된 발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정치 체제와 경제 시스템의 '중국지향'은 문화적 및 예술적 표현에도 파고든다. 말하자면, 미래를 '중국' 속에서 발견한다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인공지능 가상 비서와 벌이는 연애를 그린 SF 영화 『그녀(Her)』(스파이크 존즈 감독, 2013년)의 무대가 된 근미래 로스앤젤레스의 야외 장면이 실제로는 현재의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은 중화미래주의의 일례로 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더 응축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은 서두에 인용한 『루퍼』의 "나는 미래에서 왔다. 너는 중국에 가야 한다"라는 대사일 것이다.


아래에서 '중화미래주의'에 관해서 더 깊이 검토하는데, 그러려면 다름 아닌 『루퍼』에 강하게 이끌렸던 영국인 철학자 닉 랜드의 편력을 간단히 다시 더듬어야 한다.


신중국은 미래에서 도래한다


1990년대에 영국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 닉 랜드는 자신 곁에 모여든 학생 및 학자들과 함께 'CCRU(사이버네틱스 문화연구 유닛의 약칭)을 시작했고, 나중에 '가속주의(accelerationism)'로 명명되는 사상을 전개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랜드류 가속주의론의 요점은 자본주의를 무한히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속하는 것에 있다. 자본주의의 과정을 가속하는 것,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어서 그것을 피폐하게 만들고 소진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초월하는 무언가에 접근하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하는 사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경시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또한, 거기에서는 자본의 절대적이고 폭력적인 속도가 '미래에서의 침입'『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킨다으로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동시에 '신중국(neo-China)'에 관해서도 흥분한 기색으로 논의되었다.


'신중국'이란 서양 세계의 쇠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를 통해서 급격한 속도로 성장하게 된 중국을 가리킨다. 당시의 랜드가 표명한 인상적인 발언을 인용하면, "신중국은 미래에서 도래한다"라고 말할 만하다.


20세기 말에 대학을 사직한 랜드는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신중국의 '글로벌 자본 메트로폴리스' 상하이로 이주한다.


거기서 랜드는, 중국이 이미 가속주의 사회로 돌입하고 있기에 미래와 맞붙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실감을 점점 강화하게 되고, CCRU류의 거친 상상력과 친중국정부 프로파간다가 합쳐진 기묘한 글을 발표하였다(거기에는 『루퍼』에 관해 분석한 특이한 상하이론도 포함된다).


더욱이, 그런 가속주의 사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랜드는 2012년에 제목이 '암흑 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인 문서를 인터넷에 공개하였는데, 그 이후로 '신반동주의(NRx)'(민주주의 국가를 해체하고, 군주처럼 전권을 장악한 (백인 남성) CEO가 이끄는 기업이 소도시 국가 집단을 지배하는 미래상을 구상하는 반동적인 사상운동) 및 '대안 우파(alt-right)'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가속주의와 NRx, 대안 우파는 민주주의적 원칙을 적대시한다는 점에서 친화성이 높다.


■ 신반동주의와 중화미래주의


현재, 랜드는 멘시어스 몰드벅[Mensius Moldbug,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스타트업 기업가인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의 필명]과 견줄 신반동주의의 대표적 논객으로 알려졌지만, 그 두 사람을 기사에 견주면 피터 틸(Peter Thiel, 온라인 결제 시스템 PayPal의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유수의 투자가)는 그 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랜드 등은 "오늘날의 서양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매체와 학문의 복합체"를 "대성당"으로 진단하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 이유는, 그들에 따르면, 거기에서는 PC(정치적 올바름을 의미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칭) 등의 논리와 교의가 받들어지고 있으며 그것들은 서양 문명에 유해한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대성당에 대한 파괴 활동으로서 암흑 계몽주의를 시작하는데, 결국 그것은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서양을 현재의 곤경에서 구출하려면 기술과 상업의 '탈정치화'(요컨대, 경제와 기술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해제하는 것)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사상으로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의 욕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암흑 계몽주의라는 사상이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음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라는 틸의 자유방임주의적인 확신과 친화적이라는 사실은 알기 쉽다.


또한, 랜드는 여태껏 상하이(를 비롯하여, 홍콩과 싱가포르라는 아시아의 도시)를 칭송했는데, 그런 발언은 자본주의의 생산성을 향상하려면 진보주의적 민주 정치를 희생해야 한다는 의지의 투영이기도 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술론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인 철학자 후이 육(許煜)은 그런 사고방식을 중화미래주의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환상에 지나지 않고 신반동주의와 대안 우파의 운동도 그런 르상티망으로 가득 찬 환상이 초래하는 불안과 선망의 표현임이 틀림없다.


말하자면, "중국은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저항하지 않고 수입했지만, 서양에서는 대성당에 바쳐진 자유, 평등, 민주주의, PC 등 때문에 기술 혁신이 제한되고 감속되었다"라는 환상이다(「신반동주의자의 불행한 의식에 관하여」).


■ 중화미래주의 상징으로서의 AI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암흑 계몽주의와 신반동주의가 중국에 투영하는 불안과 선망을 넘어선 입장에서 중화미래주의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가 존재한다. 말레이시아계 중국인 부모에게 태어나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교육받은 후에 현재는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렌스 레크(Lawrence Lek)라는 사람이다.


레크의 비디오 에세이 『중화미래주의(서기 1839-2046)』(2016년)는 중국에 관하여 몇 가지 상투적인 아이러니를 담은 수법으로 거론한 자극적인 작품인데, 최근의 인터뷰에서 그는 "AI야말로 중화미래주의의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선, 지난번에 서양/서방측의 미디어 보도를 통해서 "종들이 우리의 일을 빼앗고 있다"든지 "종들의 임금이 저렴하다"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AI 및 자동화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노동자에게도 퍼부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밖에 "심층 학습 연구용 컴퓨터와 무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끝없는 노동을 위해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공유한다"라는 이유도 있다.


요약하면, AI는 "수학을 잘하며 사본 생산과 대량의 데이터 학습에 전념하면서 게임, 도박, 격무에 탐닉하는" 중국인이라는 상투적인 이미지와 같은 특징을 갖추고 있으므로 중화미래주의의 상징에 어울릴 만하다.


이처럼 '중화미래주의'라는 개념은 취급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속에 있는 무의식적인 발상을 파헤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기술의 가속과 냉소주의의 심화


중화미래주의에 주의를 기울일 때, 이처럼 꺤 역설적인 시선은 AI를 둘러싼 현실 정치의 패권적 야심을 비판적으로 다시 포착하는 외에도 시사하는 바가 풍부할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AI 영역을 선도하는 자가 세계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라고 학생에게 말했다는 뉴스는 기억에 새로운 것이다. 전직 미합중국 국무장관 키신저도 「왜 계몽은 끝나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최근의 논문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 비교하면 합중국의 위치가 처짐을 지적하면서 인공지능 연구를 "주요한 국가 프로젝트"로서 먼저 추진할 것을 미합중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AI는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을 초래함이 틀림없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기술개발의 속도를 줄이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