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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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모랭: 오늘의 인용-지구시대 여섯 가지 저항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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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7.

 

" [...] 과거의 확실성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삐거덕거리며 분해된다. [...] 환각에 사로잡힌 세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양상으로 붕괴되어 가고 있다. [...] 재난이 줄을 잇고 있다.

[...]

그것은 곧 문화와 문명이 구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 우리의 문명과 나의 문명 속에서 생겨난 만족의 불만족이야말로 우리의 초월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저항의 원칙을 다시 한번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우리는 절망 속의 희망의 원칙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는 삶의 원칙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자기 미래와의 억제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자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모든 것은 자신의 삶을 쇄신시킴으로서 희망을 다시 품는다. 희망이 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이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삶이 희망을 만들고, 희망이 삶을 만든다고.

 

두번째는 생각할 수 없음의 원칙이다. 모든 큰 변화나 창조는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에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있음직하지 않음의 원칙이다. 역사상 돌발적으로 일어나서 성공을 가져온 모든 일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언제나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네번째는 땅밑에 굴을 파서 지표가 영향을 받기 전에 하층토를 변화시키는 두더지의 원칙이다.

 

다섯번째는 위험의 인식에 의한 구조의 원칙이다. 횔덜린이 한 말처럼, 「위험이 증가하는 곳에서는 구원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더 많아진다.」

 

여섯번째는 인류학적 원칙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 현재까지는 그의 정신/두뇌가 갖고 있는 가능성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지적, 감정적, 문화적, 문명적, 사회적, 정치적 가능성들을 완전히 다 쓰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현 문화는 여전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간정신의 선사와 일치하며, 우리의 현 문명은 여전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지구 철기시대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곧 인간존재의 두뇌적/정신적 가능성들과 각 사회들의 역사적 가능성들, 인간진보의 인류학적 가능성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같은 각성과는 별도로, 우리는 인간화의 새로운 단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문화와 문명의 새로운 단계도 모색하야 할 것이다."

 

―― 에드가 모랭(Edgar Morin), <<지구는 우리의 조국>>(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1993), 결론에서 인용, pp. 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