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사물/객체의 풍경

알바 노에: 오늘의 인용-다른 마음들의 존재

댓글 0

카테고리 없음

2013. 2. 22.

 

"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어떤 사람이 실제로 의식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우리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것에 관한 질문이기 이전에[...] 언제나 도덕적 질문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의문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점은, 우리들 대부분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로 맺는 관계는 단순히 그런 질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그 질문은 우리가 실제로 서로에게 취하는 더 친밀한, 맞물린 관점과 양립할 수 없는 초연한 관점에서만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생기를 불어넣는 주제가 바로 이 다른 마음에 관한 도덕성과 회의주의의 관계다. 영화의 배경은 '복제 인간', 즉 대량생산된 로봇들이 노예 인구를 형성하는 암울한 미래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복제 인간은 기계에 지나지 않으며, 본질적 가치가 없고, 법적 권리에 의해 보호받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 주인의 변덕에 따라 만들어지고 폐기될 뿐이다. 반전은 일부 복제 인간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평범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는 아무도 상대가 복제 인간인지 아니면 실재하는 진짜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은 [...] 자기 성찰을 통해서는 자신이 복제 인간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반란군 복제 인간을 사냥하는 경찰인 데커는 반란군을 진정한 의식을 가진 행위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의 인간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인간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행동한다. 복제 인간은 결코 마음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데커의 초연한 판단은 그 자신이 '암컷' 복제 인간과 친해져서 맺게 되는 관계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 데커 자신도 스스로가 복제 인간임을 모르는 복제 인간이라는 점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일종의 생물학적 본질은 아님을 통감하게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품위[...]인 것이다.

[...]

누구나 보상과 처벌을 통해 행동을 조형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보상과 처벌은 모든 의미 있는 동물 관계나 인간관계에서 아마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개의 실제 관계를 특징짓는 협조와 동반의 관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기계장치의 관점을 떠나 개를, 뭐랄까, 하나의 생각하는 존재로서 보아야만 한다.

 

다른 인간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런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인간을 단순히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작될 수 있는 물건으로 보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독일에서 저질러진 만행은 분명 부분적으로는 다수의 편에서 자발적으로 인간에 대해 그러한 객관화된 기계론적 태도를 취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을 마치 갇혀 있는 에너지를 꺼내기위해 녹여서 활용할 물품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 초연한 기계론적 태도를 취하면, 우리가 그들을 친구로 보는 일은 물론 적으로 보는 일마저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일단 타인과 모종의 동거에 들어가고 나면, 다시 말해 그들과 친구, 부부, 동료의 관계가 되고 나면, 그들에게 의식이 없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마음에 관한 회의주의를,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만한 훌륭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희한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사람, 개, 고양이에 대해 비기계론적인 맞물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의주의는 우리가 정상적인 관계로부터 강제로 단절될 때에만 겨우 납득이 간다. 그저 간신히 와 닿는다. [...] 하지만 일단 타자에 대해 초연한 입장을 취하면, 우리는 그를 이해할 모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개나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때는 우리가 개나 사람을 마음이 있는 것처럼 대우할 때뿐이라고, 즉 우리는 그 자체로는 진정으로 의식이 있지 않는 것에 대해 마음을 투사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데커가 복제 인간들에게 저지른 죄,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는 각각 복제 인간과 유대인의 진정한 인간성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매사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사실, 또는 매사에 우리가 철저하게 구분되는 두 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하다. 한 관점 안에서는 타자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른 관점 안에서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 알바 노에(Alva Noe), <<뇌 과학의 함정(Out of Our Heads)>>(김미선 옮김, 갤리온, 2009), pp. 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