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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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 피글리우치: 오늘의 인용-과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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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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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우선 말하자면, 과학은 획일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 이제 확실해졌다. 과학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크게 다음 두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 대상의 복잡성[...] 그리고 연구 대상 분야가 역사상 끼친 역할의 정도[...]. 과학 조사의 대상이 단순할수록 우리가 얻는 해답은 더 정확해지는 반면 사안이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과학자가 통계적 근사에 의존해야 한다. [...] 이는 상이한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의 상대적 실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단지 개념적 도구들과 측정 기기들이 자연의 본질에 관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드러낼 뿐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가 역사와 무관할수록 그 분야의 예측 능력은 커지는 반면 역사와의 관련성이 커질수록 초점은 탐정식의 연구로 옮겨간다. 이때 과학자들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보다는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따라서 '경성'과학(비역사적이고 단순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과 '연성'과학(역사적이거나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과학) 사이에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그런 차이가 각각의 과학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든 과학적 탐구의 공통점은 근본적으로 과학이란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이론과 가설의 구성을 바탕으로 자연을 연구한다는 데 있다. 이 세 가지 요소, '자연주의', '이론' 그리고 '실증주의'야말로 과학을 인간의 다른 행위와 구별해 준다. 과학은 자연적인 현상과 과정을 다루기에 정의상 초자연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이론과 가설의 형태로 이루어진 일관된 개념 구성은 과학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과학은 세계에 관한 사실의 모음이 아니며 또한 [...] 과학 이론은 사실의 축적에서 생기지도 않는다. 이론은 인간 정신의 창조적인 산물이며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우리의 최상의 시도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론만으로는 부족한데, 이론만 존재한다면 과학은 철학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과학 연구의 근간인 삼위일체를 완성하는 핵심적 역할은 실증적 정보가 맡는다. 실증적 증거는 [...] 실험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더 넓게 보아서 단순 사실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내는 실험과 체계적 관찰의 조합을 가리킨다.

 

그리고 실증적 검증 가능성은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물리학의 끈 이론이나 진화심리학 및 외계지적생명체탐사와 같은 경계성 사례의 경우처럼 어떤 것이 '과학적인 듯 보이긴 하지만, 이론을 데이터로 검증할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분야는 과학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인간 활동은 이런 의미에서 과학이 아니다. [...]

 

그렇다면 사이비과학은 어떤가? [...] 어떤 분야가 자연주의, 이론, 실증주의라는 이 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사이비과학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고집한다. [...] 얼핏 보기에 과학적인 탐구일지라도 사람들이 검증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때 사이비과학이라는 어두운 영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다. [...] 과학, 비과학,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경계는 포퍼[...]가 주장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서로 겹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해서, 무엇이 좋은 과학인지를 알려줄 리트머스 검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구별은 다양한 요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요소가 하는 역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전에는 주변적인 분야도 언젠가는 성숙한 과학으로 꽃필 수 있으며, 그 반대로 이전에는 존경받던 분야도 사이비과학의 특징을 띠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명백해진 또 하나의 결론은 설령 좋은 과학이라도 보편적 진리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은 제한된 인간이 수행하는 복잡한 사회적 행위다. [...] 자칭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저지른 실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사례만으로도 아무 의심 없이 과학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충분한 경고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과학의 본질을 파헤치는 탐구에 다다른다. 우리이 무엇이 나쁜 과학이며 또는 비과학인지 알려줄 꽤 훌륭한 [...] 도구를 갖고 있고 타당한 과학에 중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과학 주장의 신뢰성을 판단하거나 지구온난화와 같은 과학 논쟁의 진정한 중요성을 평가할 때면 간단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 전문가라도 터무니없이 그릇될 수 있으며, 누군가의 전문성의 정도나 이데올로기의 편견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어떤 책의 저자 이름 뒤에 '박사학위'가 적혀 있다고 해서 책 속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결코 될 수 없다.

 

결국. 지름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 정도 그리고 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려 보고 그에 걸맞게 당면 문제에 진지하게 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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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모 피글리우치(Massimo Pigliucci),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노태복 역, 부키, 2012), pp. 449-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