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사물/객체의 풍경

아서 클라크: 오늘의 인용-최후의 인간

댓글 0

카테고리 없음

2013. 6. 30.

 

"

최후의 인간! 잰은 자신을 최후의 인간으로 생각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잰은 우주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인류로부터 영원히 추방될 가능성을 이미 고려했었기 때문에, 아직 외로움은 찾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인간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그를 압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오버로드들과 같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외로움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구에는 인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퇴보한 생존자들이었으며, 잰은 그들이 그립지 않았다. 오버로드들은 설명할 수 없었고, 잰은 심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사라져버린 아이들을 대체할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한 것이다.

[...]

막이 내리기 전의 마지막 장은 영웅주의와 헌신의 불빛으로 밝게 빛났고, 동시에 야만과 이기심으로 어두웠던 게 틀림없었다. 절망 속에서 끝이 났는지 아니면 체념 속에서 끝이 났는지 잰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

잰이 하고 싶지 않은 한 가지 일이 있다면 과거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 마을에는 그의 여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다. 그러나 잰이 가장 원했던 것은 전자 피아노와 바하의 악보들이었다. 잰은 예전에는 원하는 만큼 시간을 낼 수가 없었으나, 이제 그것을 다 보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잰은 직접 연주를 하지 않을 때는 웅장한 교향곡과 협주곡이 녹음된 테이프를 틀었다. 그래서 빌라는 고요한 때가 없었다. 음악은 언젠가 그를 압도하고 말 외로움에 대항하는 부적이 되었다.

[...]

잰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통 사람이 길고 분주한 인생의 황혼녘에서만 느끼는 만족스러운 체념을 하고 키보드 앞에 앉아 그가 사랑하는 바하를 연주하며 보냈다. 어쩌면 잰은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잰은 이것이 그가 늘 하고 싶었던 일인 것처럼 여겼다. 잰의 은밀한 꿈은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잰은 늘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제 잰은 새상에서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된 것이다.

"

――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유년기의 끝(The Chilidhood's End)>>(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2), pp. 3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