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사물/객체의 풍경

레비 브라이언트: 오늘의 인용-왜 지금 사변적 실재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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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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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다. 나는 인간을 싫어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바위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와 절대적으로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허무주의 혐의에 대해서는 적절한 태도가 부정이 아니라 포용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허무주의는 니체에 의해 매우 잘 서술된 주관적 허무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시대의 물질적 현실의 객관적인 허무주의적 특성이다. 허무주의적으로 되어버린 것은 이런저런 사상가들의 사유가 아니라, 우리 환경 자체, 즉 우리 세상의 물질적 현실이다. [...]

 

모든 것은 상관주의 비판―사변적 실재론의 가장 많은 논쟁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 역사상 이 시점에 일어난 까닭을 묻는 것에 달려 있다. 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인간 없는 세상 또는 사유 없는 존재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관한 의문에 사로잡히게 되었는가? 그것은 매우 특이한 의문, 매우 괴상한 의문, 매우 기묘한 의문이다. 결국, 우리가 여기 존재하며 이 세상을 고려하고 있는 때에 우리는 왜 우리와 별개로 세상이 어떠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 물론 이런 의문들을 제기하기 위한 모든 종류들의 훌륭한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내재적인 철학적 이유들과는 별개로, 철학은 그림자 텍스트, 즉 담론적 질서보다 역사상 어느 주어진 시점에 사유가 처해 있는 실존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의 질서와 관련된 상이한 일련의 이유들이 항상 붙어 다닌다. 어떤 특수한 종류의 사유에 대한 엄격히 담론적인 철학적 필연성 너머에 무언가를 사유하라는 실존적 명령이 존재한다. 여기서 쟁점은 어떤 철학적 명령이 엄격히 철학적인 의문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요구하는지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수한 의문이 도대체 왜 역사상 다른 시점이 아니라 이 시점에 공명하기 시작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다루는 것이다.

 

[...] 상관주의 비판, 인간 없는 세상에 대한 사유가 갑자기 현안이 된 이유에 대해 내가 과감히 추측한다면, 나는 우리가 정말로 인간 없는 세상의 임박한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없는 세상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면, 이것은 정말로 인간 없는 세상―다가오는 기후 대재앙 때문에―의 미래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문화적으로 인간 없는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이런 사유는 상당 기간 동안 우리에게 다가왔다. 기독교 우파 속에서는 퇴폐적이고 사악한 세상의 임박한 파멸을 알리는 종말론적 환상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묵시록적 자연 재해 영화들이 등장했다. [...] 최근에는 <<인간의 자식들(Children of Men)>>, <<월-E(WALL-E)>>, 그리고 무엇보다도 <<멜랑콜리아(Melancholia)>> 같은 영화들에서 인간 없는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가 완전한 절정에 이르렀다. 사실상 <<멜랑콜리아>>는 우리 자신의 부재의 가능성에 대한 문화적 사유의 정점을 나타낸다... 출구, 구원, 비상구 없는 부재에 관한 묘사. 여기서 우리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우리 자신의 소멸의 가능성을 본다. [...]

 

문화는 자체의 역사적 순간의 실재계에 대한 증상적 통찰[...]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은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종말론적 영화와 운동들과 관련하여 옳은 듯 보인다. 우리가 통찰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멸종, 또는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의 세상의 소멸의 가능성이다. 문화적 생산물을 낳는 이런 통찰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객관적 허무주의의 반영이다...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응하여 전혀 행동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전적인 무능함을 경험하는 객관적 허무주의. 도처에서 이런 객관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상황의 자취는 외관상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 날씨는 이상해졌고, 기후 변화는 이제 고함을 지른다. 우리 환경의 이런 실재성이 사변적 실재론/객체지향 존재론에 인간 없는 세상 또는 사유와 단절된 존재에 관한 생각으로 기입되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실재계에 관한 이런 끔찍한 사유가 어떤 종류의 행동에 대한 박차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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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