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사물/대상의 풍경

아사이 료: 오늘의 인용-SNS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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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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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일단 오전 타임을 적당히 고르고 프린트 버튼을 눌렀다. 프린터에서는 불규칙한 소리를 내면서 종이가 나왔다. 그 끝의 여백을 보면서 생각했다.

 

미즈키는 자기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

 

고타로는 물론 리카도 분명 미즈키가 지금 처한 상황을 모른다. 알고 있다면 텔레비전 음량을 키우기 전에 그 얘기를 했을 것이다. 리카라면 절대로 텔레비전으로 도망칠 정도로 할 얘기가 없어지기 전에 그 얘깃거리를 사용했을 것이다.

 

요전에 지하철에서 들은 미즈키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메일에도, 그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정말로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데에 쓰고 답장을 받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보여 주는 얼굴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현실의 얼굴과 괴리가 생긴다. 트위터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면서, 하고 멋대로 불평한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만이 건강한 모습으로 줄곧 그곳에 있다.

 

―― 난 말이야……, 제대로 된 곳에 취업해야만 해.

 

우리는 남몰래 결의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을 가볍게 발신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점점 그 속에 묻고 숨긴다.

[...]

진짜 이야기가 묻혀 간다. 가볍게, 간단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늘어난 만큼,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 열심히 해야지.

 

전철에 흔들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던 미즈키의 옆얼굴이 리카가 만든 새 명함과 다카요시가 중얼거리는 140문자를 한껏 사용한 트윗, 그런 것들의 깊고 깊은 속으로 묻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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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이 료, <<누구>>(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2013), pp.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