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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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제임스: 오늘의 인용-골칫덩이(asshole)의 세 가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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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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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비교적 간단하다. [...] 골칫덩이의 특권 의식이 동기 형성의 탄탄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 이론은 일관된 성격상 특성을 뽑아낸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 느낌은 B급 영화를 보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충동처럼 불현듯 솟아나는 감정이 아니다. [...] 양심적인 사람은 자기 안에 남모르는 골칫덩이가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가끔 스스로에게 자신의 삶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삶도 중요하고, 자신의 재능과 성과는 대부분 운에 의하며 자신은 복이 많아 평범하고 협력하는 삶 속에서 친절한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고 되새길 수 있다.

 

골칫덩이에게서는 이러한 동기 교정을 찾을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반성을 거쳐도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끝까지 확신하기 때문에 특권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이 그의 특별한 위치에 의문을 제기하면 결국 양보하는 것은 골칫덩이가 아니라 의문을 제기한 세상이다. 골칫덩이는 사회라는 세상에 자신의 특별한 자리에 대해 변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또는 너무나 쉽게 그럴듯한 주장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 반성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덕적 학습의 중요한 원천이라면 골칫덩이는 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반성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골칫덩이에게는 교화가 먹히지 않는다. [...]

 

[...] 두 번째 특징은 다른 사람에게 부담시키는 물질적 비용 관점에서 골칫덩이가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 골칫덩이가 스스로 향유를 허락한 재화들은 대개 유익한 사회적 관습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는 골칫덩이 또한 이러한 종류의 재화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로 공유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전반적인 문제는 골칫덩이가 자기 몫보다 더 많이 가져가거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거나, 문제의 사회적 관습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져야 하는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심각한 손해를 입히지 않거나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

 

[...] 문제는 의도적 착취가 아니라 일종의 고집스러운 불감증이다.

 

그는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모호성 때문에 고심하는 이유를 보지 못한다. [...] 골칫덩이는 관계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의 일반화된 특권 의식에 따르면, 사회의 다양한 이득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 세 번째 항목은, 골칫덩이는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심지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으면서 도덕적 혐오감을 일으킬까? 우리는 골칫덩이의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 지닌 중요한 측면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특권 의식은 다른 사람의 불만에 면역력을 갖게 한다. 골칫덩이는 특별한 권리를 차지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불만을 이야기할 때 들으려 하지 않는다. [...]

 

골칫덩이는 누가 불만을 표하든 그것이 타당한지 어떤지 고려조차 하지 않고 그 사람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따라서 새치기를 당하거나 말이 잘리거나 묵살당하는 일은 물질적 비용은 크지 않지만 깊은 모욕감을 준다.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도덕률에 대한 존중은 우리의 자만심을 무너뜨리거나 깔아뭉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골칫덩이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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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론 제임스(Aaron James), <<그들은 왜 뻔뻔한가(Assholes: A Theory)>>(박인균 옮김, 추수밭, 2013), pp. 3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