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사물/객체의 풍경

나쓰메 소세키: 오늘의 인용-학문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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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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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난 여러분이 얼마나 강한 사람이 될지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 자신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세상과 후세가 증명해낼 뿐입니다. 세상의 큰 길을 끝까지 걸어가서 도중에 쓰러져 죽으려는 찰나, 우리의 과거를 축소하여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는 일 그 자체에 따라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단순히 여러분의 이름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것은 경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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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하는 사람의 이상이 무엇인가 하면,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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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학문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물음은 없습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학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학문을 통해 돈을 벌 궁리를 하는 것은 북극에 가서 호랑이를 사냥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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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상 사람들은 노력과 돈의 관계에 관해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걸맞은 학문을 하면 그에 걸맞은 돈을 벌 수 있는 전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학문은 돈에서 멀어지는 기계입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가나 상인이 되면 됩니다. 학자와 상인은 완전히 별개의 인간으로 학자가 돈을 기대하고 학문을 한다는 것은 상인이 학문을 목적으로 견습생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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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즉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는 것과 생활의 자유, 즉 돈이 있다는 것은 서로 독립해 있어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대가 되는 것입니다. 학자이기 때문에 돈이 없는 것입니다. 돈을 벌기 때문에 학자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학자는 돈이 없는 대신에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고, 상인은 그런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가로 돈을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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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돈이 있는 곳에 이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오해하고 있어요. [...] 자연은 공평해서 한 사람에게 돈도 벌게 해주고 동시에 문화도 즐길 수 있게 편애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알기 쉬운 도리도 가려내지 못하고 부자들은 자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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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은 사회의 상류층에 속해 일반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어서 세상에 자신만큼 이치에 정통한 사람은 없다. 학자든 누구든 자신에게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가련한 일로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그들에게 문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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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가치가 결정된 사람은 돈 이외의 일에는 무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은 어떤 의미에서 귀중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이런 귀중한 것을 안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존경을 받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 그러나 돈 이외의 영역에서 그들은 영향력이 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돈 이외의 기준으로 사회적 지위를 얻은 사람의 집단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만일 이게 가능하다면 학자도 부자들의 영역에 들어가 금전 중심의 구역 안에서 위력을 발휘해도 좋게 됩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은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점찮게 처신하지 않고 다른 영역까지 함부로 설치며 나오려고 합니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를 모른다는 좋은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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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수준의 노력에는 높은 보수가 주어집니까? [...] 보수라는 것은 눈앞의 이해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정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교사의 보수가 장사꾼의 보수보다도 적은 것입니다. 눈앞보다 멀고 높은 수준의 노력을 하는 사람의 보수는 그 노력이 제아무리 미래나 국가, 인류를 위해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해도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즉 노력하는 질의 높고 낮음에 따라 보수의 많고 적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전의 분배는 그런 것에 지배되지 않아요.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이 고상한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없어요. 말을 바꾸면 돈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고상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돈을 기준으로 해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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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능력이 있는 사람, 이치를 이해한 사람은 부자들이 돈의 힘으로 세상에 이익을 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통해, 학문을 통해 이치를 이해함으로써 사회에 행복을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은 다르지만, 그들은 도저히 범할 수 없는 지위에 확고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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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 <<태풍>>(노재명 옮김, 현암사, 2013), pp. 185-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