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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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보이트: 오늘의 인용-초끈이론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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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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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건의 『과학의 종말』이 발표되기 몇 해 전인 1993년, 물리학자 데이비드 린들리David Lindley는 『물리학의 종말: 통일장이론의 신화The End of Physics: The Myth of Unified Theory』라는 저서를 통해 "물리학은 통일장이론을 찾으면서 과학이 아닌 신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린들리를 비롯한 많은 물리학자들은 초끈이론에 대한 평가가 주로 미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느꼈다. 이들은 초끈이론의 체계가 아름답고 우아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이러한 믿음 때문에 초끈이론학자들이 아무런 실험 증거도 없이 수학적 아름다움에 의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물리량을 전혀 예견하지 못하는 이유를 규명할 생각은 않고 수학적 미학만 강조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시각이다.

 

초끈이론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이는 이유는 학자들의 꿈과 희망이 이론을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이들의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초끈이론학자들은 아름다운 물리적 아이디어나 기본 대칭원리에서 유도된 간단한 방정식 하나가 우주의 복잡한 구조를 일거에 설명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지난 20년 동안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환상적인 방정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이 초끈이론의 현실이다. 물론 물리학의 역사를 돌아볼 때 성공적인 이론들이 아름답고 우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성공한 이론들의 공통적인 특징일 뿐 성공을 보장하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이론이 제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꿈과 현실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사실 현재의 초끈이론이 예견하는 우주는 전혀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10차원, 또는 11차원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론은 체계가 너무 복잡하여 글로 표현하기도 벅차다. 6차원 또는 7차원 공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영역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우주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보기 흉한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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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 남긴 교훈은 수학적 군 표현론으로 서술되는 대칭원리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분야를 연구하다보면 양자역학의 신비한 특성이 모두 사라지면서 매우 자연스러운 역학체계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초끈이론이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이론 자체가 대칭원리에 기초를 두지 않으면서 군표현론으로 서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초끈이론은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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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보이트(Peter Woit), <<초끈이론의 진실(Not Even Wrong)>>(박병철 옮김, 승산, 2008), pp. 38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