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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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왓슨: 오늘의 인용-삼분법 또는 삼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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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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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지성사를 '3부'로 구성했다. 말하자면 세 가지 커다란 사상, 시대, 원리에 따라 지성사를 조직하는 방식이다. 피오레의 조아키노[...]는 [...] 성부, 성자, 성령이 관장하는 세 시대가 있으며, 각 시대마다 구약, 신약, '영원한 영적 복음'이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인 장 보댕[...]도 역사를 세 시기로 나누어 오리엔트 민족의 역사, 지중해 민족의 역사, 북방 민족의 역사로 규정했다. 1620년에 프랜시스 베이컨[...]은 세 가지 발견을 기준으로 자신의 시대를 과거의 시대들과 구분했다. [...] 그것은 바로 인쇄술, 화약, 자석인데, [...] 이 세 발견은 세계의 모습과 상태를 바꾸었다. 인쇄술은 문헌을, 화약은 전쟁을, 자석은 항해술을 변화시켰으며, 이로부터 무수한 다른 변화들이 생겼났다. 어떤 제국도, 분파도, 영웅도 이 기계적 발견보다 인간사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

 

베이컨의 비서였던 토머스 홉스[...]는 설명의 효과에 있어서 다른 지식 분야들보다 뛰어난 세 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자연적 대상을 연구하는 물리학, 인간을 개체로 연구하는 심리학, 인간의 인위적이고 사회적인 집단을 다루는 정치학이다. 잠바티스타 비코[...]는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를 구분했다[...]. 나아가 비코는 [...] 세 가지 '본능'이 역사를 형성했고 세 가지 '형벌'이 문명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 본능은 신에 대한 믿음, 부모의 자세, 죽은 자를 매장하는 본능인데, 이것이 각각 종교, 가족, 장례의 관습을 주었다. 세 가지 형벌은 수치심, 호기심, 일할 필요성이다. [...] 오귀스트 콩트[...]는 세 가지 역사적 단계로 신학, 형이상학, 과학의 단계를 구분하고, 나중에는 신학-군대, 형이상학-법, 과학-개인의 이론으로 확장했다. [...]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는 주술, 종교, 과학의 시대를 구분했으며, 루이스 모건[...]은 [...] 역사를 노예제, 야만, 문명의 단계로 나누고, 문명의 주요한 조직 원리는 정치의 성장, 가족 관념의 성장, 재산 관념의 성장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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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A. 던럽[...]은 1905년에 지성사를 셋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을 가리켜 '삼분법triposis'이라고 불렀으며, 에르네스트 겔너[...]는 1988년에 '삼분주의trinitarian'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J. H. 데니슨[...]은 사회를 가부장 사회, 형제애적 사회, 민주적 사회로 구분했다. 1937년에 해리 엘머 반스[...]는 [...] 역사적 '감성'의 세 차례 중대한 변화를 서술한다. 첫쨰는 차축시대(기원전 700~400)에 생겨난 '윤리적 일신론'이고, 둘째는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개인주의이며[...] 세째는 19세기 다윈주의 혁명이다.

 

[...] 애덤 스미스[...]는 소득을 지대, 임금, 자본의 이윤으로 나누는 선구적이고 근본적인 분석을 선보였다. 그는 세 가지의 소유주인 지주, 임금노동자, 자본가가 '모든 문명사회의 세 가지 중요하고 기본적인 계급'이라고 규정했다. 마르크스주의 역시 잉여나 착취를 알지 못하던 시대, 잉여와 착취가 만연한 시대, 잉여는 존재하지만 착취가 근절된 시대라는 삼분법적 도식으로 환원할 수 있다. [...] 칼 폴라니[...]는 [...] 경제적 시대를 크게 상호성, 재분배, 시장의 셋으로 구분했다. [...] 카를로 치폴라는 [...] 현대 세계를 이룬 유럽의 세계 정복은 민족주의, 총포, 항해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

 

에르네스트 겔너는 [...] 역사에는 수렵·채집, 농경 생산, 공업 생산의 큰 세 단계가 있으며, 이것들은 각각 생산, 억압, 인지라는 인간 활동의 세 가지 큰 종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 리처드 타너스[...]는 서양의 철학은 대체로 자율적인 고전시대, 종교에 예속된 그리스도교 시대, 과학에 예속된 그 이후의 시대로 크게 삼분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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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프 브로노프스키[...]와 브루스 매즐리시[...]는 [...] 지적 활동의 세 가지 '영역'을 언급하는데, [...] 첫째는 진리의 영역이다.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종교, 과학, 철학의 관심이며, 여기서는 합의가 총체적이고 의지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논리·수학·삼단논법의 의미에서 합의가 필연적이다. 다음은 정의에 대한 탐구로, 법, 윤리, 정치의 관심이다. 여기서의 합의는 대체로 의지와 관련이 있으며, 총체적일 필요는 없으나 널리 확산되려면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는 취향의 영역인데, 주로 예술과 관련된다. 여기서는 합의 자체가 불필요하고 오히려 다양성이 더 바람직하다. [...]

 

'3의 규칙'이 신성하다거나 불가피한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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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왓슨(Peter Watson), <<생각의 역사 I: 불에서 프로이트까지(Ideas: A History of Thought and Invention, from Fire to Freud)>>(남경태 옮김, 들녘, 2009), pp.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