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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런 서클링: 오늘의 에세이-인류세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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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6.

 

인류세에 반대한다

Against the Anthropocene

 

―― 키어런 서클링(Kieran Suckling)

 

I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이름이 제안된 까닭,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수용한 까닭 그리고 무엇이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인지를 생각할 때, 지질학자들이 이전의 지질 시대들을 어떻게 명명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류세"는 즉각적으로 변칙 사례로 부각된다.

 

지난 1억4천5백만 년을 포괄하는 10개의 고유명을 지닌 세(世, epoch)가 존재한다. 지구에 일으킨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 명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대신에, 모든 이름은 각 세에 존재하는 종들의 구성 변화를 가르킨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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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 세들이 신생대(Cenozoic era)를 이룬다:

 

1. 팔레오세(Paleocene, 고신세): 가장 오래된 새로운 동물군

2. 에오세(Eocene, 시신세): 새로운 동물군의 시작

3. 올리고세(Oligocene, 점신세): 약간 최근의 동물군(오늘날에 비교하여)

4. 미오세(Miocene, 중신세): 덜 최근의 동물군(나타나고 있는)

5. 플리오세(Pliocene, 선신세): 더 최근의 동물군(나타나고 있는)

6.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홍적세): 가장 최근의 동물군(나타난)

7. 홀로세(Holocene, 충적세): 전적으로 최근의 동물군(현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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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6천5백만 년 전에 공룡과 방대한 수의 다른 종들을 멸종시킨 운석에 의해 초래된 시대 변화를 고려하자. 결과적인 새로운 세는 운석세(Meteorocene) 또는 칙술루보세(Chicxulubocene)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것은 "태고의 최근" 또는 "태고의 새로운 시대"으로 번역되는 "팔레오세"라고 불린다. 그것은 지구 종 구성이 현대의 종 구성과 흡사한 가장 오래된 시기에 준거를 두고 있다.

 

6천5백만 년 전에 백악기 대멸종 사건으로 시작된 시대를 지칭하는 신생대는 "새로운 생명"을 의미하는데,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K-T 대멸종 사건 후에 화석 기록 속 식물과 동물이 변화했다는 점을 가리킨다. 신생대는 7개의 세로 나누어진다. (인류세는 여덟 번째 세가 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전지구적 빙하 작용 사건과 이후의 상대적인 안정성에 의해 추동된 현재 시대는 "빙하세(Glaceocene)" 또는 "신빙하세(Neoglaceocene)"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또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또는 "최근")으로 번역되는 "홀로세"이다. 그것은 선행하는 플라이스토세와는 차이가 나는 과거 11,500년의 전지구적 종 구성에 준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앤디 레프킨(Andy Revkin)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는 반드시 그것의 원인 행위자에 대해서 명명되어야 한다고 가정하지만, 그렇게 행하는 것은 사실상 오랜 지질학적 명명 규칙에 반하는 변칙적인 것일 것이다.

 

이것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왜 인간들이 원인 행위자로 간주되는 유일한 경우에 대해서만 명명 규칙이 깨지는가? 왜 우리는 이런 태도를 매우 철저히 당연시하여 규칙 변화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가? 어떤 믿음 체계가 수백 만 종의 전지구적 구성을 반영하는 세 이름들에서 한 종, 공교롭게도 인간이라는 종의 힘에 기반을 둔 이름으로의 변화를 추동하는가?

 

지질학적 전통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종 구성에 있어서 홀로세와 "현재" 사이에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는지 물을 것이다. 대답은 그렇다이다. 한편으로, 미래의 지질학적 기록은 멸종으로 인하여 전지구적 화석 기록에서 종들이 대량으로 사라진 점을 반영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래 화석 기록은 전 세계에 걸쳐 양, 돼지, 소, 개, 밀, 쌀, 찌르레기 등과 같은 소수의 종들의 갑작스런 출현과 번성을 예증할 것이다.

 

함께 고려하면, 최근의 이 두 사건 때문에 화석 기록은 홀로세(또는 아마도 플라이스토세)와 현재 시대 사이에 지구 종들의 급진적인 균질화(homogenization)를 드러낼 것이다. 그런 시기에 대해서는 "호모제노세(Homogenocene)"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지질학적 명명 전통을 따르면, 그것은 식물과 동물 종들의 전지구적 구성/분포에 있어서 실질적인 변화의 견지에서 세를 규정하고 명명한다.

 

II

과학보다 인문학 내부에서 그 이름에 대해 더 큰 반발이 있었다면, 그것은 인문학자들이 서양의 인류중심주의의 역사에 대해 더 잘 인식하여 다양한 일련의 흔히 격렬하게 상충되는 운동들―탈구조주의, 탈인간주의, 탈근대주의, 생태비평, 심층생태학, 생물중심주의 등과 같은―에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인류세"라는 술어는 인류중심주의의 재각인과 관련된 의심을 제기한다.

 

호모제노세(또는 비슷한 술어)와는 확연히 다르게 인류세는 서양의 이런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우리"로 하여금 지구 종들을 균질화하도록 추동한 인간 예외주의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섭리적 믿음이 지금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강력한 힘을 따서 명명하기 위해 "우리"로 하여금 지구의 종들을 기본적인 지질학적 명명 규칙의 전제로서 기각하도록 추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중심주의에 대한 해독제이거나 투쟁이 아니라, 그것의 절정이다.

 

또한 "우리"가 어떤 힘을 따서 새로운 세에 이름을 붙이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그 힘을 인류세적 흔적들―멸종, 온실 가스 배출, 질소 생성/분포 등―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식별 가능한 권력 구조들이 아니라 인류 전체로 포괄적으로 식별하기 때문에 인류세는 의심스럽다. 성별, 인종, 경제적 시각, 또는 지리적 시각에서 그 쟁점을 바라보더라도, 인과 관계를 일반화하는 것은 권력을 은폐함으로써 항상 권력에 유리하다.

 

다른 한 각도에서, "인류세"라는 이름이 인간이 하나의 지질학적 힘이라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없앤다는 주장을 고려하자. 확실히 이것에는 통일성이 있지만, 이원적 술어들 가운데 하나, 즉 자연을 근절하는 비용을 치르고서야 이루어진다. 자연의 현존을 부정함으로써, 이제 인간들이 유일한, 또는 최소한 가장 지배적인 "자연적" 힘이라고 공표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개념적 통일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철학적, 정치적, 정서적 맥락에서 정말 의미가 있는가? 어째서 인간이 자연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결정한 순간에 우리가 자연과 하나라는 점을 느끼게 될 뿐인가? 인간/자연 분리가 항상 근본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왜 우리 자신이 상위 종이 아니라 종들 가운데 한 종이라고 믿었던 더 이른 시점에 인간의 자연성을 수용하지 않았는가? 내게는 "인류세"가 인간과 자연의 통일성 또는 개념적 장벽의 붕괴를 알리는 것이 아닌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인류세"라는 이름을 통해서 생각할 때, 우리는 공식적인 지질학적 시대들에 병행하여 비공식적인 이름들이 항상 존재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1700년대 말에 뷔퐁(Buffon)은 반(半)근대적, 반(半)과학적 지구 역사를 상정한 최초의 인물이었으며, 그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역사적 단계는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으로 규정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질학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현 시기를 "인간의 시대"라고 번역할 수 있는 것으로 명명하지 않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인간의 시대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해진 바로 그 순간―지구는 오래되었고 인간은 젊다는 점을 알아낸 순간―부터 지질학자들은 비공식적으로 현 시기를 인간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그런 지식의 이전에는 인간에 선행하는 시대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인간 시대의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인류세(Anthropocene) 직전의 표현은 Anthropogene이라는 술어이다. 그 술어는 20세기 초부터 사용되었지만, 1950년대와 60년대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금까지 그것은 동유럽의 지질학 출판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 유행한 인류대(Antropozoic)라는 술어도 있다. 현재 지질학 저널들이 인류세라는 술어를 따서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처럼 인류대라는 술어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다른 그런 술어들에는 인류석기(Anthropolithic), 인간 종의 시대(Age of the Human Species), 정신대(Psychozoic), 인류기(Periode Anthropeian) 그리고 인간기(Human Period)가 포함된다.

 

이런 견지에서, "인류세"는 근본적으로 장기 추세―근대성, 식민주의 그리고 근대과학으로서의 지질학과 동연적인 추세―의 연속인 것이지, 일탈 또는 각성이 아니다. 그것 자체로 "인류세"라는 술어는 인류중심적 사유의 최신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