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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버거: 오늘의 에세이-사이버네틱스적 가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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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3.

 

사이버네틱스적 가이아: 러브록과 라투르에 관하여

Cybernetic Gaia: on Lovelock and Latour

 

―― 에드먼드 버거(Edmund Berger)

 

가이아 가설에 관한 라투르의 독법과 러브록 자신의 표현법 사이에는 그들이 동일한 것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긴장이 존재한다. 이런 불일치는 사이버네틱스적 사유 자체의 발달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인데, 러브록은 일차 사이버네틱스(first-order cybernetics)로 불리는 것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원래 가설을 개발했다. 그는 폰 포에스터(von Foerster)의 재귀(recursion)라는 개념이나 마투라나(Maturana)와 바렐라(Varela)의 자기생산(autopoiesis)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지 않으며, 그리고 라투르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브루스 클라크(Bruce Clarke)가 지적하듯이, 가이아 가설은 사실상 이차 사이버네틱스(second-order cybernetics)의 개념들을 포함한다.

 

간단히 서술하면, 일차 사이버네틱스는 제어와 관련된 것이고, 이차 사이버네틱스는 자율과 관련된 것이다. (...) 온도 조절기와 달리 가이아―생물권 또는 모든 생태계들의 체계― 는 자체를 제어함으로써 독자적인 온도를 맞춘다. (...) 이차적 용어법으로 표현하면, 가이아는 자기준거적 체계의 조작적 자율성을 갖는다. 이차 사이버네틱스는 순환적 재귀가 맨 먼저 체계를 구성하는 자연적 체계들의 이런 특성을 특별히 겨냥한다. (...) 이제 자연적 체계들―생물적(살아있는) 체계와 대사적(초유기체적, 심리적 또는 사회적) 체계들 모두―은, 그것들의 동역학이 자율적이라는 점, 즉 자기지속적이고 자기제어적이라는 점에서, 환경적으로 열려 있는(비평형 열역학적 의미에서) 동시에 조작적으로(또는 조직적으로) 닫혀 있는 것으로 서술된다.

 

클라크에 따르면, 바렐라의 영향을 받은 마굴리스(Margulis)는 후기 저작에서 온도 조절기의 은유를 극복하고 가이아의 자기생산적 성질들에 집중했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가이아는 본질적으로 서술되고, 분석되고, 제어되며, 심지어 제작될 수 있는 되먹임 고리들의 체계가 아니다. 자기생산적 가이아 개념은 활발한 진화하는 조립체에 대한 라투르의 이해와 상당히 유사하다. 게다가, 가이아에 관한 이런 견해에 따르면, 지구 체계의 구조와 성분들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역사적 사건들과 우발적인 궤적들에서 창발된다. 대기 조성에 미친 초기 박테리아의 영향에 관한 러브록의 추리를 해석할 때 라투르는 이 점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가 산소가 지배적인 대기 속에서 살고 있다면, 그것은 예정된 되먹임 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이 치명적인 독을 대사 작용의 강력한 가속자로 변환시킨 유기체들이 퍼졌기 때문이다. 산소는 그저 환경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들이 번성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어떤 사건의 연장된 결과로서 존재한다.

 

진화에 있어서 산소의 역할에 관한 라투르의 독법은 가이아에 관한 이해에 관해서 러브록의 데이지 세계 모형이 얼마나 불충분한지 명백하게 만든다. 데이지 세계의 되먹임 고리들은 공학자의 산물이고, 그것들은 어떤 메커니즘을 예시하며, 그것들은 우발적이고 변화하는 조건에서 창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데이지 세계는 놀라게 할 수 없는데, 시뮬레이션이 반복되는 동안 겨우 몇 개의 가능한 경로들이 실현될 수 있을 뿐이다. 컴퓨터 게임 이론에서 한 가지 관념을 차용하면, 데이지 세계의 가능성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 데이지 세계는 사이버네틱스에 관한 러브록의 견해에 딱 맞다. 결국 그는 항상 자신의 연구 장비들을 제작하기를 좋아했던 발명가이다. 그는 되먹임 고리와 메커니즘들을 서술하는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그것들을 제어하는 것에 대한 공상에 잠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러브록은 지구공학에 대해 가능한 것들에 관한 글을 적으며, 그리고 화성의 땅 형성에 관한 책도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그러므로 러브록의 애초의 일차 가이아 가설은 마굴리스 같은 저자들의 나중 저작들에 전개된 이차 가이아 가설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일차 가이아는 어느 정도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고, 통일된 체계이며, 자체 되먹임 고리들의 제어를 부분적으로 허용할 것인 반면에, 이차 가이아는 창발적인 특성이다.

 

일차 가이아가 사이버네틱스 공학자의 산물이고 데이지 세계라는 컴퓨터 모형에서 구현된다면, 이차 가이아는 컴퓨터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가이아라는 개념이 특정한 기술적 조건과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 의문은 결코 순전한 추측이 아니다. 사이버네틱스적 온도 조절기가 가이아에 대한 원래 모형이고, 데이지 세계 모형이 체계 동역학 접근 방식을 따른다면, 이차적 등가물은 무엇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