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열단★선언 ▒/아나키스트★

자유인 2009. 5. 17. 17:27

 

1924년 4월 신채호(申采浩)·이회영(李會榮) 등이 재중국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을 조직함으로써 출발한 중국 관내 한국인들의 무정부주의운동은 1928년 들어 중국내의 중국·일본 무정부주의자들과 연합하여 전개되기 시작했다. 조선혁명선언을 기초했던 신채호는 1928년 4월 베이징[北京]에서 재중국조선무정부주의자북경회의를 소집하여 동방 무산민중(無産民衆)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했다. 곧이어 이필현(李弼鉉), 타이완인 린빙원[林炳文] 등과 협력하여 동방무정부주의자연맹을 조직했다. 그는 연맹의 선전기관지를 발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의 일종인 국제위체(國際爲替)를 위조해서 자금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실행하던 중에 대만에서 일본경찰에 붙잡히게 되어 실패로 돌아갔다.

한편 중국 무정부주의자들과 천주(泉州)에서 농민운동을 전개하던 이정규(李丁奎) 등 조선무정부주의자들이 1928년 5월 상하이로 돌아와, 중국·필리핀·일본·베트남 등 각국의 무정부주의자들을 규합하여 5월말에 난징에서 동방무정부주의자연맹을 결성했다. 이들은 창립대회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국제적 유대와 자유연합의 원리 아래 각 민족의 자주성과 각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상적 사회건설에 매진할 것을 결의하고, 서기국 위원으로 이정규·모일파(毛一派)·왕수인(王樹仁) 등을 선출했다. 그리고 연맹의 기관지로 〈동방 東方〉을 발행했다.

 

재 중국 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 북경회의 선언문

1928 4월 단재 신채호

 

세계의 무산대중, 그리고 동방 각 식민지 무산대중의 피와 가죽과 살과 뼈를 짜 먹어 온 자본주의 강도 제국 야수 군은 지금에 그 창자, 배가 터지려 한다.

민중은 죽음보다 더 음산한 생존 아닌 생존을 계속하고 있다.

 

최대 다수의 민중이 최소 수의 짐승 같은 강도들에게 피를 빨리고 살을 찢기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들의 군대 까닭일까, 경찰 때문일까, 그들의 흉측한 무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는 그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발달 성장해 온 수천 년 묵은 괴물들이다. 이 괴물들은 그 약탈 행위를 조직적으로 백주에 행하려는 소위 정치를 만들며, 약탈의 소득은 분배하려는 소위 정부를 두며 그리고 영원 무궁히 그 지위를 누리고자 하여 반항하려는 민중을 제재하는 소위 법률 형법 등의 조문을 제정하며 민중의 노예적 복종을 강요

하는 소위 명분윤리 등 도덕률을 조작한다.

 

민중이 왕왕 그 약탈에 견디다 못해 반항적 혁명을 행한 때도 있지만 마침내 기개 교활함에 속아 다시 그 강도적 지배자의 지위를 허여하여 이폭여폭의 현상으로 역사를 반복하고 말았다. 이것이 곧 다수가 야수들에게 유린당해 온 원인이다.

 

우리 민중은 참다 못하여, 견디다 못하여. 재래의 정치, 법률, 도덕, 윤리 기타 일체 문구를 부인하고자 한다. 군대, 경찰, 황실, 정부, 은행, 회사 기타 모든 세력을 파괴하고자 하는 분노의 절규 혁명이라는 소리가 대지 위의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울림이 고조됨에 따라 그들 짐승의 무리가 아무리 악을 쓴들, 아무리 요망을 피운들, 이미 모든 것을 부인한,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세계를 울리는 혁명의 북소리가 어찌 갑자기 까닭 없이 멎을 소냐. 벌써 구석구석 부분부분이 우리 민중과 그들 소수의 짐승의 무리가 진형을 대치하여 포문을 열었다∙∙∙.

 

알았다. 우리의 생존은 우리의 생존을 빼앗은 우리의 적을 섬멸하는 데서 찾을 것이다. 일체의 정치는 곧 우리의 생존을 빼앗는 우리의 적이니, 1보에 일체의 정치를 부인하는 것, 그들의 세력은 우리 대다수 민중이 부인하며 파괴하는 날이 곧 그들이 존재를 잃은 날이며 그들의 존재를 잃는 날이 곧 우리 민중이 열망하는 자유평등의 생존을 얻어 무산계급의 진정한 해방을 이루는 날이요 곧 개선의 날이니, 우리 민중이 생존이 여기 이 혁명에 있을 뿐이다.

 

우리 무산대중의 최후 승리는 확실한 필연의 사실이지만, 다만 동방 각 식민지, 반식민지의 무산대중은 자래로 석가, 공자 등이 제창한 곰팡내 나는 도덕의 안에 빠지면 제왕∙추장 등이 건설한 비린내 나는 정치의 그물속에 걸리어 수천 년 헤매다가 일조에 영, 법, 일 등 자본 제국 경제적 야수들의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압력이 전속력으로 전진하여 우리 민중을 맷돌의 한 돌림에 다 갈아 죽이려는 만일, 즉 우리 동방민족의 혁명이 만일 급속도로 진행되지 않으면 동방 민중은 그 존재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존재한다면 이는 분묘 속 우리가 철저히 이를 부인하고 파괴하는 날에 곧 그들이 존재를 잃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