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가득찻잔

자유인 2009. 6. 25. 16:57

▲지난 5일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추사유배지에서 대정향교 주관으로 추사탄신제가 열리고 있다. 추사와 제주의 인연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이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사가 말년 4년 머문 과천시, 연구회 결성 등 재조명 활발
제주는 문화제·탄신제 고작


'추사 김정희선생 탄신 222주년 추념제'란 펼침막이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지난 5일, 안개비속에 대정읍 안성리 추사유배지에서 지역 유림들이 유허비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올렸다. 대정향교는 1987년부터 추사탄신제를 지내왔다. 추사유물관을 새로 짓느라 추사관을 허문 탓에 유배지는 휑했지만 추념제엔 1백50여명이 참석해 추사가 남긴 뜻을 기렸다.

휴관 이전 추사유배지 하루 방문객은 3백~4백명. 추사 김정희가 남긴 향기를 가까이 하기 위해 일부러 들른 다른 지역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 추사는 1840년에서 1848년까지 8년여 유배생활을 대정에서 보냈다. 일찌감치 유허비가 세워지고, 거주지를 복원하고, 추사관이 건립된 것은 제주와 추사의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 말해준다.

하지만 추사 기념사업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에 끼친 영향을 감안할 때 이를 문화자원으로 다듬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은 추사가 숨을 거두기까지 말년(1852~1856년)을 보낸 곳이다. 과천문화원과 과천시의 행보는 도드라지다. 과천문화원은 2004년부터 추사연구회를 결성해 추사강독회, 추사논문발표회 등을 1년에 4~6차례 열고 있다. 학술지 '추사연구'는 5호까지 냈다. 추사자료전시회, 학술대회, 추사서예공모전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완당전집을 발간했다.

과천시는 지난해 추사 말년의 작품활동 중심지였던 '과지초당'을 복원시켰다. 또한 내년 착공을 목표로 추사 기념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과천의 한 사설 예술단은 추사의 생애를 소재로 창작 가무악극 '붓 천자루 벼루 열개'를 제작했다. 2006년 초연됐고 올해는 추사의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공연된다.

최종수 과천문화원장은 "과천과 추사의 연관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미술사가, 한문학자 등으로 추사연구회를 만들었다"면서 "과천시의 적극적 지원과 관심으로 10여가지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추사가 태어난 곳인 예산은 추사 고택을 중심으로 기념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올 11월 준공 예정인 추사기념관을 짓고 있고, 인근엔 추사조각공원 건립 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까지 열한차례 추사문화제도 열었다.

제주는 어떤가. 대정고을추사문화예술제, 추사탄신제가 전부다. 대정고을추사문화예술제는 관람객 참여나 프로그램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다. 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추사 유배행렬 재현은 고증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문화제에 포함됐던 추사서예대전은 별도의 행사처럼 열리고 있다. 지난해엔 방어축제와 일정이 겹쳐 한층 쓸쓸했다. 더욱이 2002년 첫 행사부터 3회까지는 이틀동안 치러졌지만 2005년부터는 하루 일정으로 축소됐다.

유배문화를 연구해온 양진건 제주대교수는 "과천시처럼 제주와 추사의 관련성을 집중 조명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기념사업의 사고전환을 제안했다. 가령, 제주 차(茶)문화의 맥을 이은 행적을 담아 추사 이름을 딴 차 상품의 개발이다. 수성초당, 귤중옥처럼 추사가 제주시절에 남겨둔 이름을 추사유물전시관에 붙여 추사의 발자취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세한도를 그리고 추사체를 완성한 곳이 제주라는 점을 기회있을 때마다 내세우면서도 정작 추사를 '문화자원'으로 발굴하는 일에는 소홀했던 게 아닐까. 이런중에 제주도립무용단이 이달 25~26일 '세한연후-추사의 삶과 여백'을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의 몸짓이 추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지 기대를 모은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