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따라 잡기

시와 칼럼 2005. 8.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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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분배는 택일사항인가


참여정부에 반대하는 언론들은, 현 정부가 분배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성장은 물론 분배까지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나는 현 정부의 누가 언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 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성장과 분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생산현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생산과 분배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농업을 보자. 자작농은 자기의 논밭에 씨를 뿌리고, 모를 내고, 김매고, 농약치고, 그밖에 여러 형태의 노동을 투입하여 추수하고 판매한다. 수확량이 많으면 그만큼 가족에게 분배되는 쌀과 작물의 양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비농산물 가격보다 덜 오르는 해가 지속되면 자녀의 교육비와 기타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므로 이농을 결심하게 되고, 결국 농업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장과 분배는 불가분의 관계

다산이 사셨던 시대에는 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다산은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셨기 때문에 생산자인 농민에게 분배가 잘되어야 농업도 성장하고 국가도 부강해진다는 것을 몸소 절실히 느끼셨을 것이다. 경세유표(經世遺表)의 상당부분이 전제(田制)에 할애된 것도 그러한 연유일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예컨대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가 종업원 1인당 인건비를 아끼려고 보수를 너무 줄이면, 유능한 종업원은 딴 회사로 떠나갈 것이다. 그 회사는 별로 유능하지 못한 사람만 남아 기술개발에 뒤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화되어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어느 회사든 꼭 필요한 인재는 연봉 수억원, 수십억원을 주더라도 붙들어 두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인건비를 줄이려면 임금이 싼 해외로 나가든가, 국내에서 더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절약적인 설비투자를 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유능한 사람을 적은 봉급으로 붙잡을 수는 없다.

서비스업은 어떤가? 교원의 실질임금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니까 많은 교원이 학교를 떠났다. 우수한 사람은 일부 학원교사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전업을 했다. 외환위기후에는 이런 추세가 역전되어 우수한 사람이 다시 교사로 모인다고 한다. 정년이 길고 직업의 안정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의료수가가 규제되어 있어 필요한 부문에 의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데서도 분배와 생산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잘 알 수 있다.

부동산 분배악화, 경제성장 멈출 수도

다산이 환생하신다면 분배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일로 깜짝 놀라시고, 그것들이 성장을 저해하는데 대하여 안타까워하실 것이다.

첫째, 부동산을 안 가진 자로부터 가진 자로 엄청난 재분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77-1979년, 1987-1990년에 이어 투기광풍이 거세게 불어 2000년 이래 토지와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이 1,200조원 내지 1,5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생산과정과 별개로 자산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세금과 같이 재분배의 일종이다. 2년 GDP에 해당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벼락부자가 속출하는 한편으로 많은 가구가 집마련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근로의욕이 감퇴되고, 중소기업의 기업의욕도 위축될 것이 염려된다. 결국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잘못하면 일본에서처럼 10년 이상 성장을 멈출 수도 있는 크나큰 문제이다.

둘째, 대기업과 그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간 이윤의 분배가 너무 차이가 나는 점이다. 이는 수요독점의 문제인데 시장의 실패이므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여 교정하여야 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까지도 이윤이 적어 신기술개발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악화일로에 있다. 노동자는 노조라도 만들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한다지만 납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횡포에 불만의 소리조차 공개적으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소재부품산업이 발전하고, 기술혁신에 기초한 국민경제성장도 기약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납품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 횡포 시정해야

성장과 분배는 택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나를 택하여야 한다는 잘못된 언론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고민한다면 시간낭비이다. 분배가 무시된 성장정책은 지속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신용카드사태가 대표적 예이다.

참여정부는 5년 임기의 절반을 보내면서 정부혁신 등 좋은 시도는 여러 가지 하였지만 결실을 많이 거두지는 못하였다. 부동산 문제와 대기업 횡포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성장도 이루고 분배악화도 정지시키는 훌륭한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그러자면 정책결정과정을 공개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여 공개하고, 정책생산을 실사구시적 자세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비전문가인 관료와 정치인이 주로 참여하는 회의는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경제정책의 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그 정권은 실패한다. 관료주의의 낡은 발상으로 소심한 정책선택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시기(timing)를 놓친다. 경제정책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옳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글쓴이 / 김태동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 서울대 경제학과
· 뉴욕주립대 빙햄톤교대학원 경제학석사
· 예일대 경제학 박사
· 前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 前 한국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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