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남녀

刻舟求劍 2007. 1. 15. 09:27


외식업을 하고자 하는 예비창업자와 상담을 하다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때가 많다. 경험은 많더라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맛에 대한 호기심, 또는 열정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무슨 아이템이 잘 될까. 어떤 메뉴가 먹힐까. 즉, 어떻게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고객을 끌어들일까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것, 잘 팔리는 메뉴가 무엇일까만 궁금한 것이다. 돈벌이에만 눈이 가 있다는 얘기다.


밥집을 하고자 하면 메뉴개발은 물론 제대로 맛내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감수하겠다는 각오
가 있어야 한다. 아니 최소한 내가 어떤 메뉴에 관심이 있고, 그것만큼은 잘 해낼 자신이 있다 정도는 돼야 한다. 음식점으로 성공한 사람들치고 맛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안 가진 사람이 있던가? 부단히 맛내기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저절로 맛있는 집으로 유명해진 집이 있던가? 먹는장사를 하고자 한다면 맛에 대한 고민부터 하자. 단기간에 돈 벌 궁리부터 한다면 먹는장사는 아예 생각지 말라.

지속적인 맛이 손님 끄는 원동력
필자의 지인인 박아무개 사장은 65세에 음식점을 차렸다. 모아 둔 재산은 그럭저럭 있었으나 퇴직이후 이렇다 할 일이 없다보니 새로운 도전을 했던 것. 가장 서민적인 국밥집을 하고자 마음을 굳힌 박사장은 1년간 전국을 돌며 유명하다는 국밥집을 다녔다. 다른 건 다 치우고 오로지 육수 내는 거 배우기 위해서였다. 육수 낼 때 무엇이 들어가는지, 몇 시간이나 끓여내는지, 불 온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등 주인을 만나 물어봤다, 안 가르쳐주면 몰래 뒤편 주방 쪽으로 가서 훔쳐보기도 하며 노하우를 터득했다.
고생을 한 만큼 나름대로 확신이 섰던 박사장은 나대지를 구입해 큰 평수로 소머리국밥집을 오픈했다. 오픈 초기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대박이 났던 국밥집은 몇 개월이 지나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육수에 관한한 최고의 맛을 자신하던 박사장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제대로 된 육수 맛을 내기위해 그 고생을 했건만 허무하고  답답했다. 그런데 답은 너무도 쉬운 곳에 있었다. 바로 김치, 깍두기였다. 단골로 찾아오던 고객의 한마디에 박사장은 망연자실했다. 가게를 찾은 손임이 “이 식당은 올 때마다 김치, 깍두기 맛이 달라요”라고 말한 것. 박사장은 늘 육수 맛 만 생각했지 김치, 깍두기는 생각 하지 못했다. 이미 소비자들은 설렁탕이나 국밥집에서 김치, 깍두기의 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최근의 일이다. 10여 년 전 도심의 국밥집에서는 김치, 깍두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박사장은 김치, 깍두기를 담당하는 찬모를 내보냈다. 워낙 규모가 있는 식당이다 보니 이틀이 멀다하고 김치를 담가야 했다. 이때부터 박사장의 고민은 김치, 깍두기로 바뀌었다. 역시 김치 맛 좋다는 식당을 다니면서 사람 구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93년부터 수년간 주변업소의 부러움을 사며, 지역에서 손꼽히는 유명업소가 됐다.
100여 평 규모의 점포에 하루매출 600여만 원. 4,500원짜리 소머리국밥으로 올리는 매출치고는 대단한 기록이다. 김치, 깍두기의 힘이라고 박사장은 늘 말한다. 오로지 맛내는데 전념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 덧붙이면 처음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맛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산물
필자 역시 맛내기로 따지면 한 고생했다. 쌈밥이라는 메뉴가 푸짐한 특수야채 30여 가지가 메인이기 때문에 야채 싱싱한 것, 곁들이는 고기 싱싱한 것 쓰면 되지 뭐 필요한 게 있나 싶겠지만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게 사실 없기 때문에 뭔가 한 가지라도 튀는 게 있어야 했다. 당시에 쌈밥과 더불어 된장찌개와 콩비지찌개가 한상차림이었다. 손님상에 상차림이 나가면 된장찌개는 바닥을 보이는데 콩비지찌개는 늘 남는 것이었다. 사실 점주인 내가 먹어봐도 뭔가 꺼끌꺼끌한게 영 맛이 나질 않았다. 주방아줌마한테 “잘 좀 만들어봐요”라고 말하면 늘 되돌아오는 말은 “난 맛있기만 하구만”이었다. 처음엔 콩비지찌개를 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특화시켜 제대로 된 맛을 내 보고 싶은 열망에 쌓였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콩비지 맛 제대로 내는 집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콩비지로 유명한 집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 맛이 그 맛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직접 해보는 수밖에. 귀찮아하는 주방아줌마를 설득해 매일 소량으로 콩을 갈아서 넣어 볼 것은 다 넣어 콩비지를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맛들이 다소 다르게 나왔지만 맘에 드는 맛은 아니었다. 주방아줌마는 늘 “이것도 맛있네, 저것도 맛있네.  다 맛있다”고 했다. 속으로 ‘도대체 이 아줌마는 맛없는 게 뭐야?’ 할 정도로 성질이 났다. 한 달여를 주방아줌마와 티격태격 입씨름을 하며 거의 포기상태에 접어들 때쯤 문득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콩비지하면 좀 꺼끌꺼끌한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왔지만 콩 가는 기계를 어떻게 좀 조절하면 곱게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당장 기계를 들고 기계, 공구 상을 돌며 콩을 좀 곱게 갈 수 있게 조절 가능한지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부품 교체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부품을 교체했다.
이후 곱게 갈린 콩비지찌개는 없어서 못 줄 정도로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다. 콩비지만을 따로 돈을 내고 포장해가는 고객까지 생겨났다. 고생한 보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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