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2. 11. 10:53


 
외국의 투기 자본이 금융 분야에서 제조업까지 무분별하게 번지며 토종기업의 씨를 말리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오리온전기, 하나로텔레콤, 만도기계 등 3개 노조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제조업과 기간산업에서 외자들이 금융업계의 단기적 투기자본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외국계 투기 자본은 경영 위기의 국내 우량 기업에 투자를 하여 시세 차익을 얻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떠나 회사를 빈껍데기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
그 동안 정부는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투자에 대해 고용확대 및 선진 경영기법 전수 등 ‘순기능론’을 전파해 왔으나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오리온전기
오션링크 자본금 1천8백만원의
페이퍼컴퍼니

지난 2003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오리온전기는 지난해 10월 미국계 자본인 매틀린패터슨이 입찰 의향을 밝힘에 따라 대구지방법원이 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올 2월에는 매각에 최종 합의하고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석 달 뒤인 5월, 오리온전기는 OLED사업과 CRT사업으로 분할돼 CRT의 경우 오션링크사에 양도됐다.
매틀린패터슨과 오리온전기노조는 매각 당시 “회사는 전 조합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향후 3년 이내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며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구조조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노동조합과 합의해 시행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오션링크측은 인수 8개월만인 지난 10월31일, 이 합의를 깨고 임시주총을 열어 CRT사업부 청산을 일방적으로 결의했다.
투감센터 장화식 운영위원은 “오션링크는 자본금 1,800만원에 영업실적이 전무한 페이퍼컴퍼니(종이회사)이다. 두 회사의 법정 대리인이 동일한 것으로 볼 때 사실상 매틀린패터슨이 청산을 주도했다“면서 “매각 당시 오리온전기의 평가가치가 1,000억원을 훨씬 웃돌았음에도 법원이 600억원을 제시한 매틀린패터슨에 인수를 허락한 것은 고용유지 및 일괄매각 조건 때문이었다. 매틀린패터슨의 청산이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매틀린패터슨은 오리온전기의 OLED사업부문과 PDP사업부문만을 인수하고 싶어 했지만 매각조건이 일괄매각이었기 때문에 일괄인수→분할매각→CRT부문 청산이라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
이에 노조는 현재 △오리온전기 청산저지, 공장정상화 △고용보장 합의이행 △사기매각 진상조사, 책임자처벌 △해외투기자본 규제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단기수익 치중…대량 정리해고"

제일은행을 인수해 1조1,800억원의 차익을 거둔 뉴브리지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경영진이 정리해고 계획을 일방적으로 진행해 노조가 37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최기욱 사무처장은 “뉴브리지캐피탈이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임원에게 막대한 규모의 비상식적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미래 신사업으로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휴대인터넷(WiBro)사업을 포기하는 등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주력사업인 초고속인터넷이 점차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대주주가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은 인력조정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최근 주가부양을 위해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조는 정리해고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과 현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만도기계
투자사 선세이지 1조원 차익

한라그룹의 문어발식 경영으로 지난 97년 흑자 부도를 낸 만도기계는 ‘로스차일드 브리지론’이란 외자에 약 5,000억원에 매각된 만도기계는 이후 1,000여명의 인원감축을 거치며 기존 매출액을 초과 달성하는 등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투자자인 선세이지(Sun Sage)는 주식유상소각과 고율배당을 통해 투자원금인 1,890억원보다 많은 2,374억원을 이미 회수하고 재매각을 통해 추가로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둬가려 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선세이지 측에 회사 지분 72%가운데 15%는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고 나머지 15%는 조합원들에게 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매입 희망자에 대해서는 투자증진과 고용승계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감센터 정종남 사무국장은 “이들 제조업과 기간산업에 투자한 외자들은 하나같이 투기적 이윤을 위해 사회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단기성 투기자본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는 외자유치가 시민과 노동자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거짓 선전을 그만두고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