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바로알기

刻舟求劍 2006. 2. 11. 10:56
 
기업은 그 소유자나 경영자와는 별개의 존재이다. 이것은 회사라는 제도의 기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재벌 사주들의 행태를 보면 그런 당연한 구별도 못하는 것 같다. 기업집단을 마치 개인 재산 주무르듯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보면 사주들의 지분은 불과 몇 %도 되지 않는다. 지분 비율로 보면 대주주라고 할 수 없다. 재벌 사주들은 계열사를 총동원하여 경영권을 유지하고, 주주배당에 인색하면서도 온갖 방법으로 회사가 마치 화수분인 것처럼 개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비상장 기업의 상장, 합병 등 방법을 동원하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자금)을 마련해 주고 있는데, 이를 두고 바로 ‘회사재산 빼가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정몽구 회장에서 3세 정의선(35)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후계 승계 과정에서 정의선이 사장으로 있는 기아차가 그룹의 중심이 되고 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여 지주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순탄할 것 같은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가장 큰 걸림돌은 그룹을 지배할 만한 지분이 없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 지분 11.24%보유)-현대차(기아차 지분38.67%보유)-기아차(모비스 지분18.19%보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이다. 따라서 정의선이 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기아차 지분을 사서 늘리는 방법이다.


대주주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글로비스 특혜 시비

현대차그룹은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지분이 많은 비상장 기업과 상장 기업과의 합병, 비상장 기업의 상장 등을 통해 정의선이 경영권을 승계하는데 필요한 기아차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관련된 글로비스 등 기업들은 현대차그룹에 알짜 납품 거래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런 거래가 이윤을 넉넉히 얹어 주는 수의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입찰을 통해 출혈 경쟁을 시키고, 하청업체에는 가혹할 정도로 원가를 깎아 생존만 하게 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주식상장을 눈앞에 둔 글로비스의 설립 이후 성장 과정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정몽구·정의선 부자에게 얼마나 많이 지원했으며 이익을 챙겨 주었는가를 알 수 있다.
2001년 2월 설립된 글로비스는 정의선의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으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100%출자한 기업이다.
현재 정몽구 회장이 35.15%,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39.85%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25%는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비스를 현대차 계열사로 보기 어렵고 대주주 개인회사로 봐야 한다는 것.
증권정보사이트인 팍스넷에서 활동하는 현대차의 한 소액주주는 “물류와 수출과 관련된 기업 설립 안을 현대그룹 차원에서 기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몽구·정의선 부자에게 100%에 가까운 지분을 투자시켜 물류와 수출을 맡긴 것은 소액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와 수의계약을 맺고 물류업무와 수출업무를 거의 독점하고 있어 매출 1조원에 순수익 700억원을 올리고 있다. 만약 글로비스가 현대차가 지분을 참여한 물류회사였다면 수익금은 주주들에게 고루 배당되었을 것이다. 글로비스는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재산 증식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줄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대주주 우월적 지위 이용한 횡포
소액주주 반발 확산될 듯

글로비스는 말로만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지만 그룹의 지분이 전혀 없는 대주주의 개인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막강한 지원 아래 정상적인 경쟁 입찰 방식을 대신해 수의 계약을 통해 물류용역을 맡고 있다는 것.
실제 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9,027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을 기록한 ‘알짜배기’ 회사. 그룹의 파격적인 지원 속에 연평균 66%에 달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6,187억원을 올리면서 업계 1위 대한통운(5,786억원)을 이미 앞섰다.
현대차의 한 소액주주는 “오직 사주일가의 재산증식 목적을 위해 수의계약으로 과다한 물류비를 지급하면서, 글로비스가 순식간에 거대 기업이 되도록 밀어주었고 결국 사주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 것”이라며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7.96%와 현대차 4.09%를 가지고 있고, 정의선은 기아차 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일 뿐이다. 최대주주는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것이지, 현대차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제멋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거래를 좌지우지할 권한은 없다. 어디까지나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거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임에 해당된다. 수십 조의 매출을 가진 회사가 이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고승덕 변호사는 “돈이 되는 신사업에 사주 일가가 지분을 참여하는 것도 회사 재산 빼가기의 일종이다. 신사업을 개발한 것도 모기업이고 구태여 사주 일가를 참여시킬 필요가 없는데도 그냥 돈 벌게 해주기 위해 끼워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회사의 장래이익을 빼돌리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는 그런 행위를 경영자가 기업의 수익 기회를 가로챘다고 해서 업무상 배임행위로 보고 그것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돈 되는 사업에 사주일가가 참여하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고 지적했다.
글로비스가 연말 상장되면 주당(액면가 500원) 예정 공모가액은 1만6,650~1만8,700원으로 750만주(20%)를 공모할 예정이다. 총 공모 예정 금액은 1,249억~1,403억원이다.
상장 후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현재 75%에서 60%로 줄게 된다.


미국에선 배임 행위…
이익금 환수도 가능

삼성증권은 글로비스가 상장될 경우 20만원 이상 호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 놓은 바 있어 정의선이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를 넘는 지분 9% 포인트를 매각할 경우 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현금이 들어온다.
이 정도 금액이면 현재의 기아차 주가를 기준으로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최대 주주인 현대모비스의 지분 18.19%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의선이 기아차만 장악하면 그룹 지배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넷과 본텍의 합병과정에서도 정의선에게 특혜를 준다. 두 회사는 현대오토넷이 본텍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은 주당 액면가액 500원 기준으로 1 대 2.599이다. 합병비율의 기준이 되는 주당 평가액은 현대오토넷이 8,984원(액면가액 500원), 본텍이 23만3,553원(액면가액 5,000원)이다.
본텍의 주당 평가액 23만3,553원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지멘스에 지분 30%를 매각할 때 받은 주당 9만5,000원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과 지멘스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셈.
이 같은 편법 경영승계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라는 것.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설립, 이를 지주회사로 하여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정몽구 회장은 당시 노조와 사회단체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았지만 IMF상황이라 경영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밀려 순탄하게 넘어갔다.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반 기업 정서가 사회적으로 번지면서 재벌들의 지배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벌 총수 오너의 결정이라도 해당 계열사의 이익을 침해하게 되면, 계열사 경영진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주주나 기업이 기존 주주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을 하게 되면 이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고승덕 변호사는 “회사의 재산은 사주 개인의 것이 아니다. 주주 전체의 것이다. 회사 이익을 극대화한 다음 회사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 올바른 경영일 것이다. 주주 전체보다 사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은 회사를 경영할 자격이 없다”면서 “법을 준수하면 재벌이 세습되기 어렵다. 증여세나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다음 세대의 지분은 기업을 지배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면서 “사주일가가 퍼간 회사 재산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룹차원에서 정의선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재산을 증식하는데 열을 올리는 한편에선 계열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고 상장 공모에 나서는 등 확대 경영을 위한 자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INI스틸 현대하이스코 위아 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올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과 차입, 상장공모 등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이 약 1조6,000억원을 넘어선다는 것.
업계에선 다른 대기업들이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계열사들이 내부자금 활용도를 높이는 것과는 반대로 현대차그룹이 외부자금 조달을 늘리는 등 공격 경영을 하는 것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



# 참여연대 최한수 경제개혁팀장 인터뷰
“글로비스는 기업의 이윤을
대주주가 편취한 행위”

참여연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내걸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재벌개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정의선 일가가 출자한 글로비스 엠코 등의 행태에 대해 ‘회사기회의 편취’(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및 ‘회사자산의 유용’(Diversion of Corporate Asset) 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한수 팀장은 “글로비스의 급성장은 현대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시장 감시 밖에서 비상장 기업을 밀어주고, 상장하거나 합병하여 주요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것도 편법상속”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이 IMF를 겪고 도약하는 시점에 설립한 계열사. 그러나 사실상 계열사는 말뿐이지 현대차와는 관련없고 대주주 일가가 100%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최한수 팀장은 “글로비스의 경우는 정몽구 회장 등 대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져갔다. 이것만 가지고는 민 ·형사법에 선례가 없기에 사법적 규제는 어렵지만 윤리경영 차원에선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회사법(상법)과 경쟁법(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지키는 것만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이사들의 책임이 완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는 “현대차 그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의 책무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참여연대는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 전반에 대해 면밀히 감시할 것”임을 경고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