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2. 11. 11:01
DOOSAN 위기속에 4세 경영세습 가속화


형제간 분란으로 촉발된 두산사태로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전면 퇴진하면서 4세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두산그룹에서 뜨는 인물은 박정원(43·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박진원(37·두산인프라코어 상무) 이 바로 그 주인공.
박정원 부회장은 3세대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으로 실질적인 두산가문의 ‘장자’다. 그는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을 맡아 주택사업과 SOC사업 등을 추진하여 건설업을 반석위로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 안팎에서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박정원 부회장을 차기 ‘오너경영’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박정원과 함께 두산그룹을 이끌어갈 인물은 박용성 전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상무라는 것.
박진원 상무는 이번 비자금 사태 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검찰 수사결과 혐의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나 구속과 기소를 모두 면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등 인프라코어의 해외시장 개척을 주도하는 등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씨일가 3세 경영인들이 물러났다고 해서 당장 이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긴 힘들 것이다.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도 짧고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나 사회적 시각 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두산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대한 시나리오는 ▲ 비상경영위원회 운영체제 ▲ 전문경영인 회장 영입 ▲ 박용성·박용만 형제 복귀 ▲ 두산가 4세로 경영권 승계 등이다.
재계에선 두산그룹에 투입될 전문 경영인으로 이헌재 전부총리와 진념 전부총리를 꼽았다. 두 사람 가운데 진념 전부총리가 유력하다는 설이 사실처럼 외부에 퍼지기도 했다. 특히 진념 전부총리는 박용성 전회장과 서울상대 동기동창으로 ‘호형호제’할 만큼 친한 친구사이로 박 전회장이 적극 추천했다는 것. 특히 그는 외환위기 이후 법정 관리 상태에 들어갔던 기아자동차 회장직을 맡은 적도 있어 위기의 두산을 이끌 수장으로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영입설은 사실이 아니다. 유영택 그룹비상대책위원장도 내부 인사를 승진시켜 두산그룹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지만, 아직은 내부승진으로 할 것인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갈 것인가, 4세 경영인 체제로 갈 것인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두산그룹내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룹내 한 관계자는 “비상경영위가 합리적인 투명 강화방안을 마련한 뒤 박용성 회장이 복귀하리라 본다. 집행유예를 받는다 해도 법적 심판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그룹 회장에 복귀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용성·박용만 형제의 조기 복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두산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현과도기에 그룹 경영을 책임질 비상경영위원회의 주요 멤버가 박용성·박용만 형제 밑에서 일해 온 측근들로 꾸려져 있어, 아직까지 박씨 형제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
두산그룹은 6개월 정도 비상경영위가 활동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분위기로 봐서 내년 6월쯤 총수 일가가 조기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박용성 전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친정체제를 확고히 하고 난 뒤, 서서히 시간을 두고 후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4세 경영승계도 쉽지는 않을 듯 싶다. 우선 국민들이 두산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형제간 분란으로 촉발된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유용 등 국민 정서와는 괴리감이 있다. 이것을 얼마나 극복하고 두산가의 명맥을 이어갈 것인가에 재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

# 쌍용화재 ‘경영권 분란’ 심화
쌍용화재가 노사 간 갈등에서 확산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최근 쌍용화재는 현 양인집 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노조가 사장공모 절차가 파행적으로 이뤄져 경영부실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재신임됐다고 주장하며 극심한 노사갈등을 벌이고 있다.
쌍용화재는 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과 지분매각 무산 등으로 경영관리 능력은 물론 재무상태마저 악화돼 지난 9월30일 금감위로부터 보험계약자 보호 등을 위한 경영개선요구를 받고, 조직 생산성 향상과 매출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한바 있다.
쌍용화재는 전문가 중심의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기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고경영자를 공개모집했다. 공모에는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출신인 김 아무개와 보험회사 부사장인 박 아무개 등 13명이 응모했지만 쌍용화재 이사회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양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신임하기로 결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쌍용화재 노조측은 “양 사장이 이사회에 포함된 상태에서 공모절차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금감위가 문제삼은 경영부실을 초래한 책임자가 다시 대표를 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쌍용화재측은 “최고경영자 공모는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양 사장은 3명의 최종 후보 중 이사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재신임됐다”고 해명했다.

# “도덕성은 이제 경쟁력의 원천”
손경식 CJ회장이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새 회장에 취임하면서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기업의 도덕성은 이제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그러한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손회장의 이같은 다짐은 전임 회장이었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 개인적인 비리 혐의가 드러나 중도하차하면서 대한상의 회원사들과 재계,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5만여 크고 작은 기업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인 대한상의가 회원사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뛰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생존과 번영,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앞으로 윤리경영을 확산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뜩이나 최근 두산 사태와 불법도청 자료인 ‘안기부X-파일’ 사건이 드러나면서 지금 대한상의를 비롯한 재계는 도덕성에 타격을 받고 잔뜩 움츠려 있는 상황이 아닌가.
지금까지 불투명한 경영 관행으로 기업의 발목이 잡힌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비근한 예로 최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유죄판결이라든가 두산그룹 및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으로 빚어진 기업 내분은 우리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손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윤리경영과 투명성을 강조한 것은 지금 우리 기업이 처한 절박감 때문이다. “무조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국가와 사회의 이익이 절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손회장의 발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이제 대한상의는 회원사들의 권익옹호에 앞서 회원사들의 투명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윤리경영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반기업 정서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은 대세다. 140년 가깝게 식품 한 우물을 파온 스위스의 네슬레와 일본의 교세라가 윤리경영을 경영 지침으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던 교훈을 우리 기업들이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