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2. 11. 11:05


2006 대기업 경영권 승계 가속화

2006년은 재벌 2세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연말연시 정기인사 시즌 때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슬쩍 2세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이는 재벌 2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그리 곱지 않은 터라서 하루라도 빨리 임원으로 승진시켜 경영권 승계 발판을 삼으려는 의도이다.
삼성, 현대, 금호, 한진, 동부 등 대기업 군에서 3~4세로 경영권이 세습되고 있다. 이들의 경영권 승계사례를 통해 향후 기업 비전을 진단하고자 한다.


삼성그룹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재계의 관심사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경영권 승계 방향이다.
이재용은 지난 2001년 3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가 됐고, 2003년 1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내부에선 내년에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이재용의 전무 승진에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의 주인공이 바로 이재용이다. 특히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경영권 승계 막바지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또한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삼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어 있다. 이런 시기에 선뜻 이재용을 승진시켰다간 여론의 몰매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삼성측으로도 고민이다. 삼성그룹은 사회적 여론의 향방에 맞춰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재용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오너3세
경영구도 확정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 체제로 그룹을 재편하고 오너 3세 경영구도를 확정했다.
정 회장의 조카인 정일선씨는 BNG스틸 사장을, 셋째 사위 신성재씨는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어 내부 교통정리는 된 셈. 하지만 정 사장의 기아차 지분이 많지 않은 점이 현대차로서는 고민이다. 정의선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를 상장시키고,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합병하여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의선은 내년 상반기쯤이면 기아차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 내부에도 ‘정의선 인맥’이 상당 부분 구축되어 있다.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SK그룹 최태원·최신원 그룹 분가설
SK그룹은 창업주인 1대 최종건 회장과 2대 최종현 회장 형제가 키운 기업.
지난 98년 최종현 전회장이 타계한 이후 가족회의에서 오너2세 ‘5인방’인 사촌형제들이 모여 최태원 SK(주) 부사장을 그룹 경영권 승계자로 합의한 이후 손길승 회장을 거쳐 현 최태원 회장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형제의 분가 가능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최창원 부사장이 최태원 회장을 제치고 SK케미칼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C나 SK케미칼이 사업구조 변화단계에 있어 당장 그룹에서 분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언젠가는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분가를 시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장남 박세창 경영 참여

금호그룹의 3세들이 잇따라 그룹의 핵심부서인 기획팀에 입사,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3세 경영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30)이 지난 10월 1일 계열사 금호타이어 기획조정팀 부장으로 발령받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박세창은 기업전략 전문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 입사, 국내 대기업의 기획업무 컨설팅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미 MIT에서 MBA를 수료했다. 박세창의 금호타이어 입사는 그룹의 핵심사업인 타이어사업에서 실무경험을 쌓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최근 기공식을 가진 중국 텐진공장 설립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장춘공장 건설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성용-박정구-박삼구-박찬구’ 형제 일가가 그룹 지배구조 핵심기업인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지분을 각각 12.76%와 1.87%의 비율로 동일하게 소유하고 있는데다 4형제 모두 아들을 1명씩 두고 있어 3세로의 지분승계과정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장남 조원태
전략기획팀 근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남 원태(29)는 지난 6월부터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서 수업을 받은 1주간을 제외하고 6주 동안 대한항공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경영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
조원태는 인하대 출신으로 한진정보통신 차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했으며, 현재 전략기획팀에서 ‘신규 기자재 도입’업무를 맡고 있다.
조원태는 중국 직장인을 위한 글로벌 경영자 과정을 이수중이다. 올초까지는 회사 전산관련 업무에 관여했지만, 최근에는 IT관련 회의에만 참석하고 있다.
최근 조중훈 회장의 4형제가 그룹 계열분리를 마무리해 경영권 분쟁 소지를 없앴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한진과 대한항공을, 2남인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을 맡았고, 3남 조수호 회장과 4남 조정호 회장은 각각 한진해운과 메리츠증권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경영권 확고히 구축

신세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38) 신세계 부사장은 지난 97년 입사하여 경영지원실에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재벌 3세 가운데 빠르게 경영실무를 익힌 정용진은 신세계 그룹내에서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을 통해 익힌 경영 감각을 동원하여, 오는 2008년까지 중국내 이마트 점포를 50개 확장하고, 동남아와 유럽 진출을 추진중에 있다.
정용진 부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상하이에 문을 연 이마트의 중국 2,3호점 개점식에 참석하여 중국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그룹 김준기회장
장남 김남호 지주회사 승계중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외아들 김남호(31)의 지주회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을 추진중에 있다.외아들 김남호와 관련해 김준기 회장은 최근 “계열사가 아닌 순수 지주회사 CEO자리를 물려 주고 싶다”고 피력한 바 있다.
김남호는 경기고와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을 나와 최근 2년간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AT커니 한국지사에 근무한 바 있다. 내년에 뉴욕대학으로 건너가 MBA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김남호는 아직 동부그룹에서 공식 직함은 없다. 그러나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부화제(14.06%), 동부증권(6.8%), 동부제강(7.35%), 동무정밀화학(21.14%) 최대주주로 등재돼 그룹 경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놓고 있다.


효성그룹 삼형제 중심 가족 경영체제
효성그룹에서는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이 이번에 다시 승진할지도 관심사.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 등 30대 중반의 3형제는 2003년 2월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는 등 거의 3년 주기로 승진을 해와 내년 인사에서도 다시 동반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형제간 우애가 깊어 금호그룹처럼 형제간 가족경영 형태로 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 후계구도 안개속
전경련 회장인 강신호 회장이 이끄는 동아제약의 경우 흥밋거리다.
작년 말 아버지에게 밉보여 대표이사를 박탈당한 채 ‘동아제약 부회장’이란 이름뿐인 타이틀만 받고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강문석 부회장이 올 들어 동아제약그룹의 계열사인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급부상한 인물이 바로 강신호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다.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한 강 전무는 그동안 후계자로는 별로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강 전무가 동아제약의 실세로 부상하면서 후계구도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이 돼 버렸다. 이에 따라 강문석 부회장과 강정석 전무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이밖에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으로 후계 구도가 그려지고 있는 상황. 김동관은 (주)한화 지분 3.11%와 함께 한화S&C 지분60%를 갖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로 변신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



# 창업주의 창업정신은 유전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역사는 100년도 안된 짧은 역사이다. 그 짧은 역사 속에서 삼성, 현대, LG 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주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해 기업을 일구어 냈다.
그러나 오너 2세로 넘어오면서 부실경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들도 무수히 많다. “왜 우리 기업은 백년대계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일까” “두산 등 가족주의 경영은 왜 깨지는가?” 하는데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재벌 2~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창업주의 기업정신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미국의 유명 부호 가문에서는 2세를 금방 승진시키지 않고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게 교육시켜 경영자로 키운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그룹은 대체로 후계자 교육이 부실한 편이어서 학업을 마친 뒤 곧바로 중견간부나 임원으로 시작해 해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미국 대학의 MBA 취득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격증처럼 돼 있는 획일적인 학력도 문제고, 그래서 2세 경영인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최대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벡텔 가문은 후계자에게 사막의 공사현장 같은 밑바닥 체험부터 쌓게 하고,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회장 역시 포드자동차에 입사할 때 가명으로 들어와 다른 신입사원들과 똑같이 세일즈 업무를 배우며 근무하게 했다”면서 “국내 재벌 2세들도 일반사원들과 똑같은 입사과정을 거쳐 회사 실무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경영수업을 받게 한다면 창업주의 기업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기업이 100년이 되고, 200년이 지나도 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