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2. 11. 11:23


울산지법, 소송제기한 홍영기업에 승소판결 내려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싸움을 보통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한다.
또 한마디로 바위에 계란치기라고도 한다. 그 만큼 대기업의 입김이 세다는 것이다.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 추가 공사비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홍영기업의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골리앗 현대중공업과의 1차 법정소송에서 승리한 것.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나 몰라라!" 배짱을 부려온 현대중공업이 패소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소송에 얽힌 사연을 살펴보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자적 상생 경영’이 글로벌기업의 조건이다.
삼성, 포스코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상생경영을 모토로 하여 글로벌 소싱을 경영에 도입하여,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중소기업과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으며 망신을 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인 홍영기업과 지난 2005년 수주한 초대형 원유설비 공사와 관련 계약을 맺고, 홍영기업 근로자들을 공사에 참여시킨다.
그런데 홍영기업은 예상 공사비의 3배 이상 들어갔다고 현대중공업에 추가 인건비를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물량도급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추가 인원 투입분에 대해 지급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홍영기업은 골리앗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2일 울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박희승 부장판사)는 홍영기업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근로자의 채용과 관리, 공사내용과 방법까지 통제해 왔던 점으로 미뤄 도급계약이라기보다 사실상 (인력중심의) 용역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용역계약상 책정되는 금액 25억7,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한 핵심은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불법파견 여부라는 것. 그런데 법원은 도급계약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했지만 불법파견 여부는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서인섭 변호사는 “이번 법원 판결의 쟁점이 불법파견 보다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이냐 아니냐 여부였다. 도급이 아닌 인력공급 계약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 야근 여부, 업무 지시, 공사 방법 등 현대중공업 근로자와 똑같이 취급했다는 것. 현대중공업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의 차이점은 임금차이 뿐이라는 것.
서인섭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근로자와 같은 노동 행위를 한 것은 협력업체의 ‘독립성’이 결여된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울산지법의 판결에 대해 한 노무관계자는 “법원이 도급계약이 아니라는 근거로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채용 및 관리 등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사실상 불법파견으로 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물적 계약이 아닌 인적계약 등 용역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용역계약이 불법파견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인사노무·경영의 독립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홍영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싸움을 하는데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향후 협력업체로서 계약에 탈락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데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갑과 을 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상생 관계가 필요하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향후 현대중공업이나 저희 같은 협력업체가 서로 상생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누구에게 피해를 보라고 전가해선 안 된다. 갑과 을이 고통과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중노위는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는 △현대중공업 협력회사선정위를 통해 선정되고 △도급비 산정방식이 인원의 투입량과 시간의 양으로 결정되며 △하청기업들은 특별한 장비 등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인사 노무관리의 독립성 인정이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현대중공업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정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20일 호텔현대울산에서 ‘협력회사 신년회’를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회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협력업체들에 대해 △현금 결제 범위 확대 △성과공유제 도입 △기술개발 지원 △정보화 시스템 지원 △인재 공동 육성 등을 단행하기로 했다.
협력회사 지원 방안은 총 21가지. 현재 1,000만원까지 현금으로 결제하던 납품대금의 범위를 대폭 상향하고 선지급금을 확대하는 등 재무부문 지원을 강화한다.
또 품질 우수업체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이 회사 교육부서와 울산대학교 등을 연계해 인재 공동 육성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연구설비 및 기술정보를 지원해 기술개발도 돕기로 했다.
이밖에도 공정정보 공유·계약 출하정보 연동·출장 검사·신용 평가 등 각종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납품 절차 간소화 및 공동 배송센터 운영 등으로 물류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협력회사 신년회’를 지켜본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이 홍영기업과의 분쟁을 통해 ‘상생경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을 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