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2. 11. 11:24


 

동양그룹이 지분 변칙거래를 통해 후계구도를 가시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양그룹의 후계구도의 중심축에 선 인물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외아들 현승담(25)이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현승담은 그룹이나 계열사에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승담은 동양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양레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동양레저가 금융지주회사 동양종금증권과 제조지주회사 동양메이저의 최대 주주라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재계의 분석이다.
비상장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지분구조 변화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현회장 외아들 현승담,
그룹 지배구조 강화 주력

동양그룹이 계열사간 부동산매매에 이은 주식매매를 통해 후계 밑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그의 외아들 현승담이 각각 80%와 20%를 보유한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동양레저의 부동산을 동양생명에 매각하여 자금을 마련한 뒤 동양종금증권과 동양메이저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업과 제조업으로 분리된 동양그룹은 금융업은 동양종금증권이, 제조업은 동양메이저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종금증권 15.2%와 동양메이저의 24.6%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다. 이에 따라 동양레저의 최대주주인 현재현 회장 부자는 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대학에 재학중인 현승담은 그룹이나 계열사의 직책은 맡고 있지 않지만, 이미 경영권 후계 구도에 들어와 있다. 때문에 재계에선 현승담이 졸업을 하면 회사에 입사하여 경영 수업을 받고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본금 10억원에 불과한 동양레저가
5조원 규모 동양그룹 지배

동양레저는 자본금 10억원인 골프장 업체. 경기도 안성 파인크리CC와 강원도 삼척 파인벨리CC를 운영하고 있다.
동양레저가 동양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된 것은 강원도 삼척과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골프장 인근 부동산과 시설물을 계열사인 동양생명에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한 뒤 동양종금증권과 동양메이저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2005년 5월말 삼척의 골프장 시설물 등을 600억원에 매각한 뒤 6월초 동양메이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다.
또 2004년 3월에는 안성골프장 인근 부동산을 동양생명에 1,533억원에 매각하여 자금을 마련한 뒤 장내 매수를 통해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400여만주를 동양메이저에서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매수해 동양종금증권의 제1대 주주가 됐다.
동양레저는 2004년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장내 매입할 때 ‘투자’라고 밝혔으나, 이후 동양메이저에서 동양종합금융 주식을 매입할 때는 ‘경영참가’로 명시했다.
아무튼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의 종금증권 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현승담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계구도를 확고히 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2005년 12월 동양레저는 현재현 회장이 지분 80%를, 현승담이 20%를 갖고 있는 식으로 지분구조가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현재현 회장 부자는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상장기업 동양금융증권과 동양메이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같은 지배력 강화 방침은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등 재벌 2세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일찌감치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넘겨주어 경영권 승계에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레저가 상장전이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은 미흡하다. 그러나 최근 참여연대가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상장사인 글로비스를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한 뒤 지주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행위에 대해 지배주주의 특수 관계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가로챈 ‘회사기회의 편취’(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라고 맹비난을 한바 있다.
이 같은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차지함으로써 사실상 부의 증여가 이루어지게 하는 회사기회의 편취는 삼성그룹 이재용이 사용했던 CB·BW의 헐값인수 방식을 대체하는 재벌 상속의 신종 수법이라는 것.
동양생명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는 아직 멀었다. 경영권 승계와 경영상 문제에 대해 연관을 짓지 말라.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또한 순환출자구도를 끊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라고 해명한다.
동양메이저가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처분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였다. 동양메이저는 1,430여만주를 동양레저, 도이체방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에 약 1,160억원에 팔았다. 부채비율을 1,430%대에서 700~800%대로 낮추었다.
올해 현재현 회장은 유휴 부동산 매각과 금융 계열사 지분정리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평균 30~50% 이상 낮추고, 계열사의 지배력 강화를 통해 그룹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현 회장은 올해 제조업 부문 계열사의 매출 극대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동양매직, 동양시멘트, 동양시스템즈 등 제조업 3사의 매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는 더욱 공격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동양그룹은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는 점에 착안, 그룹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국문과 영문 브로슈어를 제작해 배포했다. 동양그룹은 구조조정에 주력하는 와중에 지난 7년간 그룹 브로슈어 제작도 미뤄왔었지만 그룹 회생작업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외에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가 필요해진 것.
그룹 실적의 발목을 잡아온 동양매직과 동양시스템즈가 흑자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금융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및 동양시멘트의 상장 임박 등 잇단 호재도 현재현 회장의 대외활동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부분.
현재현 회장은 최근까지 동양그룹의 동양매직, 동양생명, 골프장 등 잇단 매각설이 터질 때마다 내부 결속을 단단히 주문했다. 이 결과 소문과 달리 매각설의 대상이었던 계열사들이 건실한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고 강조한다.
한편 동양그룹은 지난 2005년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은바 있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부당 내부 거래 혐의에 대해 감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 일 없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동양그룹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부동산 매각 과정의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