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바로알기

刻舟求劍 2006. 4. 1. 22:32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 ‘신경영 전략’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상 무게 중심이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정몽구 회장에서 그의 외아들 정의선(35)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하나의 과정인 셈.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 기아차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룹 후계 과정을 통해 정의선이 사장으로 있는 기아차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기아차가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전제는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체제가 확고해지기까진 CEO로서 경영 실적과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 지난 3월 11일로 취임1년을 맞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 마인드와 경영 비전에 대해 진단해 본다.


위기를 기회로 ‘잰걸음’
현대기아차그룹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지난 3월1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 변화가 예고된다.
임기 2년차인 정의선 사장은 글로벌 경영으로 위기의 기아자동차를 구하고, 경영 실적을 통해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지어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사장은 지난해 3월11일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뒤 해외사업 부문을 직접 챙기며, 기아차의 해외생산 규모를 현재의 연 13만대(중국 1공장)에서 향후 3년 동안 100만대(슬로바키아공장, 중국 2공장, 미국공장 각 30만대)규모로 확장하는 밑그림을 완성했다.
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다보스포럼 등 주요 해외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얼굴을 알렸고, 최근 상장된 글로비스 주식으로 6,575억원(지난 3월 9일 종가 기준)대의 자산을 형성하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같은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사장에겐 고민이 많다.
적극적인 공격 투자와 해외진출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의 주요 경영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 기아차는 지난 2005년 환율 하락과 재료비 상승, 내수 부진 등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최악의 영업성적표를 냈다. 영업이익률이 0.5%대로 급락(2004년 3.3%)했고, 순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0.66배(2004년 4.23배)에 그쳤다. 순이자보상배율이 0.66배라는 것은 수익금으로는 차입금의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환율 하락과 내수부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적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기아차가 겪고 있는 위기는 브랜드 한계, 현대차와의 차별화 실패 등이 원인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정의선 사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선 실적개선을 통해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일부에선 정의선 사장의 경영능력이 낙제점에 가깝다며 평가 절하한다.
정의선 사장은 일부 경영평가에 개의치 않고 10년, 20년 후 현대기아차의 비전을 갖고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정의선 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의선 사장이 장기비전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은 브랜드 개발과 현대차와의 차별화 전략이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기아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를 만들어내는 것. 그 첫 번째 작품은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카렌스 후속모델인 UN. 국내와 유럽시장 중심으로 판매됐던 카렌스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4만2,202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UN은 그동안 수출되지 않던 북미지역을 새롭게 개척하며 올 한 해 동안 총 13만5,280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추정한다.
UN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차량으로 출시된 데다, 국내에서는 연비가 가솔린 엔진의 90%선에 달하는 LPI 엔진을 장착해 판매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CUV는 SUV를 기본으로 세단의 승차감을 살린 차종으로, 유럽에서는 소형 SUV(60만대)보다 많은 연간 100만대, 미국에서도 40만대 규모로 성장한 시장이다.
지난달 기아차 내수 판매는 로체 등 신차 마케팅에 힘입어 전월 대비 22.7% 늘어난 2만1,503대, 미국시장 판매는 1.3% 늘어난 2만719대를 각각 기록했다.
UN출시를 앞두고 실적 개선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증권 김학수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업종은 치열한 경쟁과 환율 여파로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아차는 여건을 이겨낼 만한 모멘텀이 확실한 편”이라며 “올해 신차 출시 등으로 늘어나는 영업이익이 1,5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원화 절상에 따른 손실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공장은 ‘전초기지’
기아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확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아차 미국 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현대기아차는 오는 2009년 연간 해외생산 300만대, 국내생산 200만대 등 총 500만대를 넘어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특히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이은 기아차의 미국 공장 건설은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서 미국·일본 업체와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13일 기아차는 미국 현지공장을 조지아(Georgia)주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시에 건설키로 하고, 정의선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 소니 퍼듀(Sonny Perdue) 조지아 주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계약주체인 KMA(Kia Motors America, 기아차 미국법인)와 조지아 주정부 간의 기아차 북미공장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기아차의 미국 현지공장 입지로 선정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는 미국 남동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대차의 미국공장이 소재하고 있는 앨라배마 몽고메리(Montgomery)시와는 북동쪽으로 134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2009년까지 총 12억달러를 투자해 270만평의 부지 위에 90만평 규모로 연산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날 투자계약서 체결식에서 정의선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은 “미국공장 설립으로 세계자동차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보다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며 “현지시장 소비자들의 수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를 미국 현지공장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사장은 “기아자동차와 조지아 주정부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아차 미국공장을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공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는 “기아차 미국 공장 건설은 조지아주뿐만 아니라 북미자동차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성공적인 공장건설로 북미 현지 시장에서 더욱 사랑 받는 기아차가 될 수 있도록 조지아 주정부가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혀 조지아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언론 인터뷰 등 외부 노출을 가급적 자제해 왔던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산업도 세계화가 필요하다. 기아차의 미국공장 설립도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 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1,700만대의 시장이다. 기아차가 미국의 조지아주에 최신 시설의 공장을 만들고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예정에도 없던 인사말을 했다.
정 회장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의선 사장에게 기아차 경영을 맡겼는데, 불과 1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영인으로보다 아버지로서 흐뭇해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건설에 들어가 올해 안으로 공장 부지 정지 작업을 마치고 내년 이후 건물 및 설비 공사에 착수, 오는 2009년 상반기 중 본격 가동에 들어가 북미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 차종을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기아차는 현지공장 가동을 위해 약 2,500여 명의 현지직원을 채용할 예정으로 현대모비스 등 웨스트포인트에 동반 진출하는 5~6개 부품업체의 현지 채용인원 2,000여명을 포함, 총 4,50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북미시장에 30만4,000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15%가 늘어난 3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2010년 북미시장 80만대 판매라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난 1년간 미국 동남부 지역을 대상으로 미국 현지공장 건설을 위한 사업성 검토 및 부지 선정 작업을 추진해 왔다.
기아차는 이번 미국 현지공장 건설로 현재 13만대 규모의 중국 제1공장과 올해 말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유럽공장, 내년 말 완공 예정인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까지 103만대 규모의 해외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아차는 북미 현지공장 건설로 자동차 개발과 생산의 현지화를 통해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에 부응하는 우수한 품질의 차량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북미시장에서 확고한 판매 기반 구축을 통해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초석을 다질 전망이다.


현장경영 강화 ‘발로 뛴다’
정의선 사장은 99년 현대자동차 자재본부 이사로 회사에 들어왔다. 이후 2001년 상무로, 2002년 전무로 국내영업본부 영업과 기획을 담당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 사장으로 올라섰다. 정의선의 공식적 직함은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 구조조정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기획담당 사장이다.
지난해 3월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정의선이 매달 두 번씩 해외 자동차 시장의 동향 파악을 위해 해외 출장을 나간다. 또한 해외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장에 직접 나가 확인을 하고 매번 즉석에서 경영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 정몽구 회장과 같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사장까지 정씨 집안엔 현장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직성을 풀리는 현장경영 DNA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정의선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눈으로 확인·관리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할 때도 조용히 듣는 편이지만, 한번 입을 열면 핵심을 꼭 집어 지적하기 때문에 임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잘못을 수정하는 열린 마인드를 가진 CEO”라고 강조했다.


재계 인맥 ‘탄탄’ 인프라 활용도
정의선 사장의 재계 인맥 가운데 제일 친한 사람이 삼성그룹 이재용(삼성전자 상무)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정 사장은 재계 2,3세 경영자 가운데 이재용 상무와 유난히 친해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른다는 것. 정의선은 1970년생이고, 이재용은 두 살 많은 1968년생이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한 시기는 2002년 전후. 삼성과 현대는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로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으나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정리하면서 두 집안의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
지난 2001년 삼성이 사장단 차량을 SM5에서 현대차의 에쿠스로 바꾸었고, 현대는 영업사원들의 노트북컴퓨터를 삼성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화답하며 갈등을 끝낸다.
이어 2002년 3월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사망하자 이건희 회장은 문상을 갔고, 정몽구 회장은 장례를 마친 뒤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을 직접 방문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세대 간의 갈등은 해소되고 정 사장과 이 상무가 자연스럽게 친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는 것.
정의선과 이재용은 최근 조선일보의 ‘21세기 한국 경제를 이끌고 나갈 30·40대 기업인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나란히 선정되기도 했다.
임기 2년째를 맞이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재 기아차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을 통해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을까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