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刻舟求劍 2006. 4. 1. 22:42


‘론스타’ 외환은행 급매 속사정

 ◇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과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보도진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이들은 이에 앞서 외환은행 인수 지분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교환했다. <연합>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한 뒤 세금 한푼도 안내고 ‘먹튀’(먹고 튄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론스타 펀드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64.62%를 1주당 1만5,400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론스타 측과 인수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최대 4조5,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는 론스타가 탈세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어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한마디로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고 먹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에 대한 과세 근거가 미약해 론스타가 한푼의 세금도 물지 않고 철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여서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년 만에 ‘꿩먹고 알먹고’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국민은행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공식 발표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잠정 인수가격은 주당 1만5,400원으로 애초 입찰할 때 제시한 가격”이라며 “론스타 보유지분과 론스타가 콜옵션을 갖고 있는 코메르츠방크·수출입은행 보유 지분을 합쳐 64.62%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0월30일 외환은행 주식 3억2,585만주를 1주당 4,245원에 사들였다. 총 매입원가는 1조3,832억원이다.
이번 국민은행이 인수가격 제안서에 제시한 1주당 1만5,400원으로 총 5조 181억원(지분 50.53%)이다. 론스타는 3조6,349억원의 매각 차익을 올리게 되는 셈.
여기에 콜옵션을 활용해 함께 매각할 수 있는 코메르츠방크 지분(7.84%)과 수출입은행 지분(6.25%) 매각차익 6,199억원까지 합치면 매각차익은 4조2,548억원이다.
또한 그간 원·달러 환율이 210원 가량 떨어져 환차익으로 2,460억원의 이득을 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론스타는 1조 3,832억원을 투자하여 총 4조 5,000억원의 대박을 터트리게 된 것.


주당 1천원 더 제시 ‘비난쇄도’
론스타의 대박 배경에 국민은행이 있다. 국민은행은 론스타가 제시한 1주당 인수가격 1만5,400원으로 예상금액보다 1,000원을 높인 것이다. 이는 지난 24일 종가 1만2,700원보다 2,700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국민은행은 하나은행, DBS은행(옛 싱가포르개발은행)과의 막판 경쟁이 가열되면서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 국부를 유출하는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은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론스타는 현행법상 과세 근거가 미약해 막대한 매각차익을 올리고도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LSF-KEB 홀딩스’의 본사가 우리나라와는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체결돼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제조세조정법도 7월부터 발효되기 때문.
이와 관련, 국민은행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과거 한미은행 매각 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95배, 제일은행은 1.89배였지만 두 은행보다 규모가 크고 사업구조도 다양한 외환은행의 인수 PBR는 1.76배에 불과하다”며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은 다음주부터 4주간의 ‘확인실사’를 벌인 뒤 5월 초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의 새주인으로 국민은행이 내정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 규제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하나은행측에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과세방지협약으로 이득봐
론스타는 지난해 부과됐던 1,400억원의 세금에 대해 “단 한푼도 낼 수 없다”며 국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금융권에선 론스타의 이번 심판청구를 한국시장 철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과세문제와 관련, 일반적으로 신청하는 과세전적부심사절차를 피해 곧바로 국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국세청과 타협 없이 전면적인 법적 공방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기 때문.
특히 일선세무서나 지방 국세청에 제기하는 ‘이의신청’과 국세청에 제기하는 ‘심사청구’ 대신 제3의 기관인 국세심판원을 선택했다는 점도 론스타가 세금을 한푼도 안내고 도망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론스타는 국세심판원의 심판청구 절차가 대부분 210일 정도 소요되는 장기간이기 때문에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외환은행을 최대한 빨리 매각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것.
무론 론스타의 전략대로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론스타가 국세심판원을 통해 납부불복 의사를 밝히자 국세청이 징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
따라서 국세청과 론스타의 힘겨루기가 외환은행 매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정밀 자산부채실사와 가격협상, 정부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세청의 과세 방침이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과 관련해 양도세 징수를 위해 외환은행 주식 압류 등 강경조치를 할 경우 외환은행 매각과 함께 세금문제를 국민은행 측에 떠넘길 가능성도 높다.


독과점 논란공방 ‘치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게 돼 공정거래위회로부터 독과점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과점 규제는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업무로 상위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기업결합을 금지시키는 법안이다.
하나금융지주측은 “금융업의 특성상, 한 은행이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사실상 독과점이 된다”고 전제한 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0%를 초과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국민은행이 기업결합 심사를 청구할 경우 업종별 특수상황을 고려해 철저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경제관료 로비 여부 집중수사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M&A하는 과정에서 ‘기업사냥’브로커인 김재록 인베스투글로벌 전대표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대검 중수부는 금융기관 대출 알선과 기업인수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록이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금융권 핵심 관계자들에게 불법 로비를 펼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김재록은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막후에서 관여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했다.
론스타가 김재록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쉽게 이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외환은 노조 반발 거세져
외환은행노동조합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반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독자생존’과 ‘독립법인 유지’가 투쟁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없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영업확대를 통해 위상을 되찾은 외환은행이 왜 흡수합병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리며 “국내 최고의 우량은행이 론스타의 지분매각으로 간판을 내리는 것은 한국 금융 역사에 길이 남을 오욕”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매각 과정은 감독당국의 노골적인 개입을 비롯해 온갖 추문으로 얼룩지고 국부유출 및 국민은행 독과점 논란, 은행권 추가합병 우려 등 온갖 부작용을 양산했다”며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경호 기자>news00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