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刻舟求劍 2006. 4. 10. 11:01


고건 ‘서부권 벨트 구축 프로젝트’ 실체

정동영 의장이 지방 선거 2개월을 앞두고 서부전선 공략에 적색등이 켜졌다. 수도권에서 최소 1석을 차지하고 ‘호남 싹쓸이’를 기대했던 정 의장이다. 하지만 호남에서 한 석도 얻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고건발 ‘호남-충청연대’(이하 호충연대)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측도 예상했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호충 연대 복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 의장의 위기 뒤에서 표정 관리하는 인사가 있다. 바로 고건이다. 고건은 민주당 및 국민중심당과 손을 잡고 서부권 벨트를 완성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호충연대를 통한 고건 대망론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부 전선 공략에 교두보를 마련한 고건은 이참에 서울 시장선거에도 개입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던 민주당 박주선 전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고건발(發) 민주당-국민중심당의 ‘정동영 죽이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DY 집안단속 ‘실패’
DY 위기론의 실체는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내우(內憂)로는 당내 경선 불만에 따른 강현욱 현전북지사와 권선택 의원의 탈당이다.
정 의장은 ‘종이당원’이라는 경선잡음을 조기에 진압하고 강 지사의 불만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 의장은 강 지사가 경선에 불참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만남에서도 이렇다 할 당근도 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 24일 강 지사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정 의장도 자신의 전주고 선배인 김완주 전주 시장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자기사람 심기에 열중한 나머지 화를 자초한 셈이다.
하지만 정 의장에겐 강 지사가 탈당하기 전에 고건 전총리를 만났다는 점이 무엇보다 부담이다. 전북지사를 두고 고 전총리와 자신의 대리전 양상이 벌어질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지지도는 정 의장에 비해 고 전총리가 두 배 정도 높게 나오고 있다. 텃밭인 전북에서 고건-강현욱 연대에 패한다면 정 의장은 사실상 정치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어 권선택 의원도 탈당했다. 권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염홍철 현 시장의 전략 공천에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도 엿보인다. 권 의원의 탈당 조짐이 일자 염 시장이 ‘당에 전략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경선 수용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의원은 탈당을 감행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정치권에선 국민중심당으로 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심대평 공동 대표도 권 의원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대전에서 심대평-권선택 연대가 후폭풍을 몰아 올 수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 전총리와 심 대표의 인연은 깊다. 88년과 98년 서울시장과 충남도지사로 일했다. 이런 인연으로 심 대표는 대권 주자 영입대상 1호로 고 전총리를 희망하기도 했다. 심-권 연대에 고 전총리가 보이지 않는 가교역할을 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충남도지사도 여당에는 쉽지 않다. 전 도지사인 심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이명수 충남행정 부지사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이어 충남에서 여당의 고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호남-충청 연대 수면위로
고건발 호충 연대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합세하고 있다.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이나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체적으로 분석을 마친 상태이다. 특히 김재록 파문으로 인해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면서 호남민심이 ‘또 DJ를 건드리는거냐’라며 결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남 도지사 선거에는 변수가 존재했다. 박 지사와 경선을 치르던 박주선 전의원이다. 3번 구속 3번 무죄로 유명한 그가 박준영 대세론에 불만을 품고 당을 뛰쳐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건을 등에 업고 나선다면 박 전의원도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열린우리당도 ‘어부지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당이 바라는 이런 시나리오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박 전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한 대표의 ‘끈질긴 요구’로 서울시장으로 U턴한 박 전의원은 한 대표보다는 고건 전총리와 친한 사이다. 최근에도 3번이나 식사를 함께 했을 정도로 고 전총리가 관심을 보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런 박 전의원이 서울행 티켓을 잡은 것에 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일단 박 전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선언에 ‘민주개혁세력 통합후보’라는 점을 내세웠다. 단순히 한 대표의 명령에 따른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여당에 불만이 많은 민주당과 그가 합세해 여당의 서울시장 참패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광주가 낳은 천재소리를 듣고 사시에 수석 합격을 한 박 전의원이다.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하나로 고 전총리를 꼽고 있다.
박 전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아우르는 통합을 주장하며 고 전총리와 연대를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고 전총리를 고리로 박 전의원은 민주당 후보보다 민주세력 통합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 전총리는 지방선거 불참을 선언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개입논란도 비켜가기 힘들 전망이다.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바람 잘날 없는 처지가 바로 고 전총리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박 전의원과 고 전총리 사이 ‘후일도모’를 통한 사전 교감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說)도 나오고 있다.


고건 역할론에 여권 ‘긴장’
고건발 호충연대에 잔뜩 긴장한 사람은 정동영 의장이다.
정 의장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목표는 분명했다. 무주공산의 호남에서 맹주로 자리잡고 강금실, 진대제 카드를 통해 수도권에서 최소 1석을 차지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한 DY의 장밋빛 대망론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 영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천 장관 영입 배경은 단순히 지방선거 패배를 전제로 한 제3후보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목포가 낳은 3대 천재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천 장관이 광주·전남 선거에서 일조하길 내심 바랐던 것이다.
정 의장의 핵심 측근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천 장관)본인의 결심이 중요했지만 사실 광주와 전남에서 목포 출신인 천 장관이 나서기를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천 장관은 ‘대통령의 의사에 달렸다’며 이런 제의를 완곡히 거절했다. 정 의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나아가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정 의장에게 반한나라당 표가 분산되는 현상황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60일을 앞두고 서부전선을 지키기 위한 정 의장의 필승 카드가 무엇인지 기대된다.
<홍준철 기자>mariocap@ilyoseoul.co.kr
출처 : 누우드(NuDe) 정치
글쓴이 : 기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