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刻舟求劍 2006. 5. 19. 10:10
현대차그룹의 시계는 멈췄다. 현대차는 풍전등화의 위기이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환율 하락 등으로 인한 경영악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던 현대차 정 회장의 부재는 그룹의 균열로 나타나고 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현대차가 위기를 맞자 해외 자동차업계가 연합하여 현대차 죽이기에 나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로선 최대 위기가 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현대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해외자동차 업체는 도요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다. 이들에겐 현대차의 위기상황이 더할 나위없는 호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다각도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한편 해외 현대차 딜러망 파괴, 기술인력 스카우트 등으로 현대차 초토화 전략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기업 호시탐탐 노려
“현대차의 핵심 기술 인력을 잡아라”
현대차의 핵심 인력에 대한 국내외 유력 헤드헌터들의 활발한 스카우트 활동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의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을 강력 추진하면서 연구개발 분야에서 남다른 기술력과 노하우를 터득한 핵심 연구 인력들이 대거 양성됐다. 이 때문에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현대차 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연구 인력 외에 재무 수출 마케팅 등 주요 부서의 임직원 사이에서도 동요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현대차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는 노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구 인력에 대해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7일 “핵심 연구 인력의 이탈 조짐이 보이는가 하면 본사 임직원을 중심으로 이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현대차의 위기를 성장 기회로 삼고 있는 듯싶다.
현대차의 인력 스카우트는 물론 환경친화적 미래형 자동차와 지능형 자동차 등과 관련한 고급 기술을 빼내기 위한 산업 스파이 활동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동차 열강의 생산 기지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은 제4의 자동차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값싼 자동차는 물론 고급차까지 생산하는 무서운 경쟁자로 변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 인력의 유출은 기술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업체들이 현대차 인력을 노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국부유출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의 위상과 직결된다. 자동차산업은 한 나라의 경쟁력 및 기술 수준을 대표하는 종합 기계 산업이다. GM은 미국을, 도요타는 일본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일을 대표한다. 각 국가마다 자동차산업엔 국가산업 차원의 전략적 배려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각국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산업의 속성상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2만 ~3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철강, 기계, 전자, 전기, 플라스틱, 유리, 고무, 섬유 등 거의 모든 소재 분야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또 자동차 판매, 정비, 보험, 운수, 관광 등 광범위한 서비스 산업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어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고용창출이 크다.

현대차 전세계 딜러망 붕괴 위기
현대차가 위기를 겪는 동안 수입차 업계에선 국내 시장 점령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언론 매체에 광고를 내는데 인색하던 외국 수입자동차 업체들은 매일 일간지에 광고를 쏟아내며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검찰의 현대차 수사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잔인한 4월’을 보낸 국내차 업체와 달리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자동차는 모두 3,183대로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1만2,950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판매한 7,880대에 비해 64.3%나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판매 증가율 32.5%의 두 배 수준으로 수입차가 빠르게 국내시장을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해외 판매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그 중 현대차그룹의 주력시장은 북미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며 유럽,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현대차그룹 전 세계 딜러망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고객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회사의 제품구매를 꺼리는 계층이 대부분이다. 현대차 사태이후 판매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일본 경쟁업체인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판매 사원에게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현대차그룹 관련 수사기사를 발췌해 방문 고객에게 보여주며 흑색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번 현대차그룹 수사 확대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몰고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요하고 있는 해외딜러들과 해외법인 직원들을 다독이며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 같다”며 “최악의 사태로 90년대처럼 급격한 해외시장 붕괴가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딜러망 파괴는 해외 자동차 업계가 헤드헌터를 이용한 교묘한 스카웃 작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정책으로 옥죄기도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호평을 받자, 성장이 주춤하던 도요타는 이번 기회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요타의 마케팅 전략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저가정책을 들고 나와 현대차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도요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차의 안방인 인도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내세우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도 강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신차개발이 ‘올스톱’상태여서 도요타 등의 이머징마켓(자본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시장) 확대 전략이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범희 기자>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