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刻舟求劍 2006. 5. 23. 10:56
대우건설 인수 통해 세계적 건설기업 도약 ‘시동’

 
대우건설 인수가 재계 화두다. 매출 5조원, 자산 5조5,000억원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재계 서열이 바뀐다. 본 입찰을 앞두고 막판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인수전에 뛰어든 한화가 중도하차를 선언한데 이어 산업은행, 군인공제회 등 투자사들도 연이어 하차를 선언하며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지난해 형제간 싸움으로 불거진 비자금 사태로 도덕적 신인도가 추락한 두산도 도중하차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최대 레미콘 기업으로 부상한 유진이 눈길을 끈다. 인수전에 뛰어든 다른 기업들이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데 정신이 팔려있는데 반해 건설전문기업으로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을 키우기 위해 알짜 기업인 드림씨티 방송을 팔았다. 이는 유진은 대우건설 인수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강력한 인수 의지 ‘천명’
유진그룹의 비전은 미국의 벡텔과 견주는 세계적인 전문건설기업이다. 미디어 사업과 건설재료 부문 사업으로 나뉘어진 유진그룹은 기업의 역량을 한데 모아 전문 건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고려시멘트 인수, 지난 2005년 레미콘 계열사 간의 합병, 지난 3월 3일에는 주력 계열사인 드림시티 방송을 매각했다. 유진은 미디어사업을 정리하여 건설사업의 전문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이번 드림시티방송 매각을 통해 유진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자체 자금조달 계획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대내외에 강력한 인수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유진의 부채비율은 100%에서 81%대로 낮아졌다. 재무 구조의 건전성이 경쟁기업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그룹 CFO인 김종욱 사장은 “유진의 목표는 세계적인 건설회사 벡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건설전문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기획에서 설계, 파이낸싱, 물류, 시공 등에 이르는 건설 관련 제반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PM(Project Management)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원과 역량을 한군데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장은 “전문건설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했다”면서 “유진은 대우건설의 해외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중동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의 불모지로 여기는 세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아울러 PTL, 해외 자원 개발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채비를 마쳤다”고 강조한다. 유진의 생각은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건설전문그룹이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유진의 경쟁 상대는 세계적인 건설전문기업 벡텔과 스칸스카라는 것. 두 기업은 미국내 1, 2위 기업으로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건설업 노하우는 ‘시너지 효과’
유진은 경쟁기업들과 달리 대우건설 인수에 가장 준비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군인공제회와 산업은행이 철수하면서 일부 경쟁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서느라 바쁘다. 그러나 유진은 담담하다. 이미 드림시티 방송을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했고,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하나-CJ-ABN암로가 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 계열사의 업종을 건설업과 관련된 업으로 뭉쳐진 유진은 시멘트, 레미콘 등의 사업에서 얻어진 노하우를 대우건설 시공능력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시멘트-레미콘-건설-물류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유진그룹의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유진만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여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투명 경영을 통해 도덕성을 검증받았다. 특히 전문건설그룹이라는 점에서 대안인 것“이라고 말한다.
유진은 대우건설 노조에 임직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인수 후에도 구조조정보다는 우수 인력을 재활용하여 유진과 대우건설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고도의 인재 채용 전략이다. 사실 유진은 2004년 고려시멘트를 인수한 뒤 점령군을 파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도록 그룹차원에서 경영지원을 하는 정도였다는 것.
유진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대우건설에 남아 정상화시킨 직원들이야 말로 진정한 대우인이다. 그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의 이 같은 고용승계 정책이 대우노조 우리사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타 경쟁사에 인수되면 고용불안을 느껴야 하는데 유진이 인수할 경우 고용 불안이 해소된다는 점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
백화점식 선단 경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문건설그룹으로 거듭나는 유진의 비전이 과열되는 대우건설 인수전과 함께 붉게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