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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평면제 약제, 가격인하 압박은 사실상 합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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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약뉴스

2021. 6. 22.

최은택 기자/ 승인 2021.06.22 07:26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경평면제)가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제도는 환자 수가 적어서 경제성평가를 실시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접근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가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지출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게 효과적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보험당국이 경평면제 적용 약제의 비용효과성 판단기준을 일괄적으로 20% 낮추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약업계는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평면제 규정이 '사문화'되거나 앞으로는 이 트랙으로 등재되는 약제가 없어져 '코리아패싱'이 고착화 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심사평가원은 왜 환자 접근성과 재정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효과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 제도를, 그것도 이해관계자 중 중요한 당사자인 제약계 의견수렴도 없이 임의로 손질해서 이런 혼란을 자초한 것일까.

심사평가원 측은 해외가격을 참조하는 경평면제 약제 가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을 더 낮춰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보자는 심산인데, 이는 제도 도입취지와 도입당시 정부와 제약간 사실상의 합의에서 크게 벗어난 조치다.

경평면제는 기본적으로 A7조정최저가와 총액제한이라는 두 가지 축을 골격으로 운영된다. 정부와 심사평가원, 제약계는 제도 도입 당시 경제성평가를 실시하기 어려운 약제의 특성을 감안해 비용효과성 판단기준을 A7의 조정최저가로 정하고, 등재 때 약품비 총액이라는 '캡'을 씌워서 재정을 관리하자고 사실상 약속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여주고 재정관리는 타이트하게 하는 윈윈전략이었는데, 이는 현격히 떨어지는 경평면제 적용 약제의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보험당국, 제약 상호간의 양보와 합의의 산물이기도 했다. 총액관리는 가격 관리보다 재정을 관리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심사평가원은 돌연 총액으로 재정관리하고 있는 경평면제 제도에 새로운 가격 잣대를 들이 밀어서 기본 틀, 그 판을 흔들고 있다. A7 조정최저가의 20%가 비용효과적인 수준인 지 입증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경평면제는 지난해 10월8일 적용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등재 때 설정한 총액의 130%가 아닌 100%를 초과하면 초과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전액 돌려주는 명문화된 규정도 마련됐다. 많은 소통을 통해 제도 도입당시보다 한걸음 더 앞으로 전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가격관리 만능주의적' 조치가 또 나오니 제약계가 발끈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경평면제는 환자접근성과 재정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정부와 보험당국, 제약간 양보와 합의의 산물이었다. 이 합의정신이 훼손되고 '갈등의 골', '불신의 벽'이 높아지는 건 모두에게 좋지 않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