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Wild Rose Country

아름다운 캐나다의 로키산맥과 광활한 대평원의 동네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초대된 행복한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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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2020. 8. 16.

 

앤의 널찍한 텃밭에서 자라는 싱싱한 꽃나무, 채소와 허브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지고,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을 자제하다 보니

누군가를 편하게 만나보지 못한지가 몇 달이 넘었다.

 

그렇게 격리 생활을 오래 하던 중에,

지난 주말 오랜 친구인 앤이 우리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다는

문자를 받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Anne's bountiful garden

 

올해 1월 초에 이웃집에서 정교회 신자인 이웃이

정교회 크리스마스/Orthodox Christmas 만찬에 초대해준지

7개월 만에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식사를 하게 되어서

앤의 집을 가는 동안 그 어느 큰 명절 때보다 마음이 설레고 들떴다.

 

 

 

Sour Cherry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선홍색의 체리들

열매를 얼렸다가, 맛난 사워 체리 파이를 종종해 먹는다고 한다.

 

 

지난 3주 동안 우리 집 안팎 페인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집 안도 엉망이고,

부엌 사용이 쉽지 않아서 무엇을 만들어서 가지고 가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함께 마실 맛난 와인이나 가지고 오라고 해서,

마음 편하게 프랑스 알자스 여행 중 가지고 온 집에 있는 알사스 와인 두병과

페인트 공사 직전에 만들어 두었던

딸기잼과 복숭아잼을 초대해 준 앤과 피터를 위해서 들고 갔다.

 

 

알사스 와인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서향인 앤의 뒷마당은 서서히 지는 눈부신 햇살이

마당 그득히 채워져서,

마당의 꽃나무와 채소들이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그렇게 좋은 여름 저녁에 7개월 만에 가지고 간 와인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하면서,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새삼스럽게 우리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만 더 그 존재감이 빛난다는 것이 느껴졌다.

 

 

 

딸기잼

 

 

 

복숭아 잼

 

 

 

매년 시 주최로 매년 '아름다운 정원'을 뽑는데,

다양한 야생화와 나무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그녀의 마당 정원이

후보에 올라서 마당에 그 팻말이 꼽혀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원 출입이 아주 꺼려지는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그녀는

격리생활이 시작된 지 3월부터 집에서 병원까지 10 Km 거리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직장 외 여러 가지 활동이 전면 중지되면서 생긴 여유 시간을

정원과 텃밭에서 보내다 보니, 몸과 맘이 건강해졌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이 되어서

코로나에게 감사할 일도 생겼다라면서 크게 웃는다.

 

 

작년 우리 집에서 가진 크리스마스 만찬 때에 초대된

앤과 남편 피터(가운데 앉은 남편 오른편 부부)

 

합창단에서 같은 소프라노 단원으로 함께 오랫동안 활동해 온 앤의 세 자녀는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모두 악기를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앤의 큰 딸 소냐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나의 피아노 제자이기도 한데,

그날 메인 요리와 디저트를 만들어서 솜씨를 발휘해서

앤과 피터는 우리와 느긋하게 앉아서 요즘 돌아가는 세상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 교육과 장래에 대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앤의 텃밭에서 수확한 자이언트 호박

 

 

그리고, 스웨덴으로 잠시 유학을 떠난 큰 아들을 제외하고

큰딸 소냐와 작은딸 아리아나는 

11시 즈음에 우리가 자리를 일어날 때까지 함께 식탁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주어서, 너무 기특하고 흐뭇했다.

 

 

 

앤의 정원에서 절로 떨어진 씨에서 피운 붉은 양귀비가

넓은 마당에 피어서 부러워했더니,

얼른 씨를 받아서 이렇게 담아서 건네주었다.

 

 

 

9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약 3주가 소요되는 부엌 전체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새로 말끔하게 단장한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는 약속을 하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앤의 집을 나서는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탄력이 붙어서, 몸이 가뿐해지고

가슴 저 아래서부터 따스함이 번져옴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