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거야

멋진그대™ 2008. 2. 5. 16:03

지금 헤아려보니 제대한 지 18년 7개월이 되었군요.. 요즘도 각 부대에서는 나름대로 명절행사를 치르고 있으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대단위에서는 아침점호 시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한 기도와 취사장에서 끓여주는 떡국만 먹고  쉬는 게 명절일 겁니다. (솔직히 명절에 대한 뚜렷한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꼽아보니 소대장이라서 군대에서 보낸 4번의 명절 중에 2번은 외박을 나왔더군요.) 그러나 소대단위 생활을 하면 조금 융통성은 있습니다. 

 

문득 중서부 전선(덕현골) 철책선에서 보낸 설 명절 사진이 생각 나 이렇게 올려봅니다. 200만 화소의 폰카라서 화질이 별로입니다만 그 시절의 군대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단면을 느끼기엔 충분할 거라고 봅니다. 40대 중반 이상 분들은 국방색 군복에서 어떤 젊은 향수를 느끼고 있겠죠.

 

우리 소대의 전경입니다. 다른 소대는 그 시절 신형막사라서 난닝구만 입고도 겨울을 거뜬히 났습니다만 우리 소대는 구형막사인데다 계곡 쪽에 있어서 잘 때는 깔깔이와 야전상의를 입고 자야 '좀 잤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추웠습니다. 뒷 산 너머  한창 올라가면 중대 OP가 있습니다.

부속 건물이 2개 보이는데 화장실이고 나머지는 기밀(^^)입니다.

 

경계근무를 전반야, 후반야 나눠서 서는데 후반야 근무를 마치고 인원점검, 장비점검을 합니다. 이 모습은 점검을 마치고 '전방에 함성! 5초! 악악악!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군가를 하는 장면입니다. 아침에 하루 일을 끝마치는 경계부대입니다.

 

모두 족구장만한 소대 연병장에 차례를 지내려 나왔습니다. 선임하사가 정성스레 공수해 온 제사상을 차리고 그 앞에 판초우의를  깔았습니다. 소대장과 선임하사가 제주노릇을  하기위해 자리에 섰습니다.

 

집사노릇을 하는 내무반장이 술을 따라주는 모습입니다.

  

계급 별로 조상님께 절을 합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형제를 생각하며 이 일로써 고향 가고픈 마음을 달래봅니다.

 

중대장님 오시고..  분대장 이상 간부들 기념촬영. 실습나온 석사장교후보생(이 제도도 한때 있었다  없어졌죠. 전두환, 노태우 아들들 땜에 생겼다나 어쨌다나..)도 보이네요..  

 

그리고 병장 이상 고참들.. 이분들., 소대장과 알력 쫌 있었죠.. 예나 지금이나??

  

주간초소(보이는 목조건물) 가는 길에  무덤이 하나 있는데,  이 누군지 모를 조상님께 성묘를 했습니다.  군인의 신분으로 각자의 조상님께 성묘르 못 가는 대신에 더불어 우리 소대 곁에 있어 소대를 잘 보살펴 달라는 마음으로. 통일이 된다면 이 분의 후손들이 찾아뵙겠죠.

 

주간 초소입니다.  그 아래로 155마일 철책선이 지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콘크리트로 바뀌었을지 모릅니다만 그 때는 목조건물이었습니다.  저 멀리 GP너머 임진강 역곡천도 보입니다. 아침마다  '위대한 수령 머시기 장군 만세. 어쩌고 저쩌고..'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름달이 훤하게 뜬 날, 역곡천에 안개가 밀려오면 우리 소대의 산 높은 초소에 바라볼 때  저 멀리 초병의 노고를 덜어주는 휘황한 경계등 빛에 둘러싸인 GP는 말 그대로 불야성, 환상의 섬 같아 보였습니다. 

 

우리 소대 식당입니다. 막사에서 한100m쯤 떨어진 계곡에 있습니다. 후반야(자정께부터 아침까지)근무를 서고 밥 먹으려 갈 때면, 어떤 때는 그냥 자고싶은 마음에 100m가 1km쯤 되어 보이는 때는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침 식사가 한 달에 한 두번 나오는 빵과 쨈이 그걸로써 매일 아침을 대신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던이 것이 생각나는군요. 식당 앞에는 어느 때 세웠는지 '내가 아니면 누가 여길 지키랴! 덕현골 사자'란 글자가 씌어진 입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소대 내무반.. 허름하죠?

 

예나 지금이나 군인들은 고생 많습니다. 정든 가족, 친구, 애인을 두고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누군가는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절대명제 아래 국방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전후방 각지에서 임무를 다 하는 군인 여러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멋진그대-

 

밑에 저의 사진 3컷 더 있습니다...

--------- 아래는 제가 근무했던 부대 카페(무적태풍/28사단)에서 퍼옴 -----------

 

♡-1984년 GOP 설날의 하루-♡

오늘은 아침부터 새하얀 눈발이 날린다.
많지는 않아도 하얀 눈이 날리는 것을 보면
옛 생각이 난다.

GOP에서 교통호에 가득 찬
눈을 퍼내던 생각이...
하루 종일 눈을 치우다 보니 설날 하루가 
저물어 간다.

어둑어둑  해가 저물어 갈 무렵
GOP초병의 일상이 시작된다.
온 종일 눈을 퍼내느라
지친 몸이지만 155마일의
휴전선 초병의 눈망울은 밤하늘의 별처럼
광채를 내 뿜는다.

그날은 설날 저녁인지라 유난히도 고향생각이 난다.
고향에 계신 분들도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집 저집 세배 다니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겠지.

서쪽 하늘로 하루해가 저문 시간도 제법 흘러갔다.
철조망 너머로 가득 쌓인 하얀 눈은
싸늘한 바람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캄캄한 밤 푸른빛을 발산하며
미약한 광채를 낸다.

밤의 일기는 언제 눈이 내렸느냐는 듯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나름대로의 역활을 하며 반짝 반짝 빛이난다.
밤하늘의 셀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을 보노라면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어머니!

내가 어릴 때 아무도 모르게 종적을 감춘
울 엄마가 너무도 그립다.
어린 시절 어느 곳에 계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동생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동내 입구에서 한없이 기다리며 눈물짓던
시절이 있었다.

GOP의 밤 기온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싸늘하지만
너무나도 그리운 엄마생각에 추위도 잊은 채
눈 가에 촉촉이 맺히는
눈물방울을 남몰래 훔치며 건강하게
이 땅에서 살아만 있어 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다.

고향이 있는 남쪽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볼 때
북녘 GP에서 들려오는
대남 방송의 앰프소리는
왜 그리도 짜증이 나든지......

잠시 후 독수리 OP[태풍전망대] 에서도
대북 방송으로 대응을 한다.
쌍방이 서로에게 유혹의 방송을 할 때
철책 넘어 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해 울어대는 
산짐승의 울음 소리는 왜 그리도
처량하게 들려오는지
방한복으로 둘러싸인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 멀지않은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정초의 강바람이 초병의 뺨을 스치며
어디론가 호련이 사라 질 무렵
싸늘한 새벽공기 와 함께 먼동이 튼다.

1984년 GOP 설날의 하루를 기억하며.......

---황 산 벌--- 
----------------------------------------------------------------
 

글을 쓰고나니 정작 철책이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군요.. 혹 철책이 아니랄 까봐서.. 덧붙입니다.^^*..

 

 

 대공초소 가는 길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
스캔 사진이 아닌가봐~.
나처럼 디카로~?
그대보다 키는이는 없구먼. ^^*

이 글 올리면서 감회가 참 새로왔겠다는 생각을 해봤내.

난 지금도 고향이 그립고...
명절이면 가고픈 맘은 간절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세계가 놓여졌기에
이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최선을 다하며 즐거이 보내기로 했지.

글, 사진 잘 보고 가오~.
나는 디카도 없어서 폰카로 찍어 올렸오..
그게 좀더 아쉬운 점이지.
오랫만에 이곳에 들렀다. 언제쯤 인가~
기억속에 아물거렸던 나의 군 생활도 생각이 나는군~
명절때면 남쪽으로 향하던 야간열차의 불빛을 보면서 고향의 향수에 젖곤했던 기억이
이 글을 보면서 새록새록 떠오른걸 보면
우리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은 생각에
20년이 넘어 버린 군 생활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그때에도
키는 역시 컷었고 멋진그대도 저런때가 있었구나 싶다.ㅋㅋㅋ
28사 80연대 11중대 2소대 지금 저 막사에서 근무했던 박형근 입니다. 참 오래전 전우들..그 고생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ta118@hanmail.net 그때 전우들 그리운 전우들 보고싶습니다.
제가 87년 6월 하순에 덕현골에 가서 88년 3월 초 왕림리로 부대 교체했는데,
근무한 때는 같지만 연대는 다르군요.
전 82연대인데 님은 80년 연대.. 무슨 착오가 있나 봅니다.

그 곳 2소대 막사는 구형 막사라 어둑하고 추웠지요.
1소대, 3소대 막사 소대원들은 난닝구만 입고도 지내던데..

어쨌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시기를 보낸 추억이 있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88년 1월 28일 60트럭을 타고 덕현골을 빠져나와 사회 복귀를 했습니다. 사진이 흐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으나..많이 낮이 익어보이네요.
2소대장님이시구나~ 얼굴이 가물가물 기억이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1소대 박XX병장입니다!! 이젠 너무 오래되어서 우리소대장님 이름도 기억이 안나네요.. 2소대장님이랑 동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중대장님.. 성함도 가물가물.. 박영길??? 인사계님이 성함이 박영찬이셨나.. 여하튼 소대장님 너무 반갑습니다!!! 제 이름을 말씀 드리면 기억이 나시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