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향기/문화 - 책,영화,예술

자마구 2010. 5. 23. 10:22
 
  나는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
프롤로그

1부 부동산거품의 해악과 그 해결책들
1 부동산거품의 실태
2 개발 5적이 내세우는 어설픈 정책논리
3 공영개발론
4 올바른 주택정책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2부 건설산업의 실태 대해부
1 참을 수 없는 건설부패의 고약함
2 공공공사 예산낭비, 나라를 덮고도 남는다
3 하도급 실태,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3부 부패의 핵심고리, 개발 5적
예산낭비와 부동산거품의 핵심고리, 개발 5적을 해부한다
 
  
 
<춮판사 서평>

대한민국에는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 강한 기득권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온 국민을 투기판으로 끌어들인다.
부동산거품과 국가예산 낭비의 핵심고리인 개발 5적,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능력이나 노력에 상관 없이 부동산에 눈 밝은 사람만이 돈 버는 사회이고,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
집값, 정확히 말해 아파트값 폭등으로 또다시 대한민국은 어수선하다. 7월 초에 발표된 국세청의 강남지역 아파트 거래실태 분석결과는, 열심히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국민들에게는 허탈감을 줄 만큼 충격적이었다. 지난 5년 간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은 2.82배인 6억 8,800만 원이나 올랐는데 이들 아파트 취득자의 58.8%가 3주택 이상의 다주택 소유자로 나타났다. 강남 지역 9개 단지를 골라 벌인 표본조사지만 투기가 얼마나 극심한지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이로써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이 공급부족이 아니라 투기세력의 준동 때문이었음이 명확해졌다. 월급쟁이로 생활하며 20년 가량 모은 돈보다 지난 3년 동안 아파트값이 올라 번 돈이 더 많은 사례도 수두룩하니, 20년 동안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가 이렇게 하찮은 것이냐는 한탄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땀 흘려 일하고,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한국의 집값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005년 3월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과 사무실 임대료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도심지 중상급 주택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의 집값은 7억 5,000만 원인데 비해 일본은 6~7억 원, 런던은 7억 원 가량이었다. 경제력은 이들보다 한참 처지는데 집값은 거의 같은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지금의 집값은 각종 투기수요 등으로 인해 평균 20% 이상, 강남의 경우는 40% 이상의 거품이 끼여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예로, 대신경제연구소가 2005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 중 20% 정도가 거품이라고 한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장정이 져야 할 짐을 10대 청소년이 지고 가는 것"에 비유했다. 현재의 집값이 유지될 경우 국민들은 상당 기간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산낭비와 부동산거품의 핵심고리, 개발 5적은 누구인가
저자 김헌동(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단장)과 선대인(미디어다음 기자)은 이 책에서 '개발 5적'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이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 빗댄 표현으로, 일본의 '건설족'이나 ' 토건족'에 대응하는 말이기도 하다. 『치명적인 일본』 『일본, 허울뿐인 풍요』 등의 책을 통해 일본이 '토건국가'라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으나, 한국도 일본 못지 않은 토건국가라는 사실은 정작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설사 알려져 있다고는 해도 이 같은 토건국가적 성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동산과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관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다양한 실태와 이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 및 기득권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김헌동은 20여 년 간 건설업계에서 겪은 국내외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의 건설, 주택, 도시 등 국책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이 책을 구상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건설부패와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건설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기술자와 200만 명의 건설인력이 극소수의 '개발 5적'들에게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를 밝히고자 애썼다. 또한 주택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국민의 혈세를 '임자 없는 돈'이라 여기는 개발 5적의 행태를 널리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선대인 기자와 이 책을 집필했는데, 그가 말하는 '개발 5적'은 과연 누구인가.

개발 5적은 1)재벌로 성장한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계, 2)국민의 요구보다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와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중심의 관료, 3)재벌과 건설업계의 뒤를 봐주면서 '검은 돈'을 챙기고 지역개발사업에 개입하는 정치인, 4)독자의 알 권리보다 재벌과 건설업체 광고매출에 신경 쓰는 일부 언론, 5)업계와 관료들로부터 각종 용역을 받아 기생하는 관련 연구인력 등을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이 개발 5적의 구조를 해부하는 데 상당 부분 공을 들였다.

참을 수 없는 건설부패의 고약함
대상그룹 비자금조성 사건, 행담도개발 사건, 철도청 러시아유전 의혹 사건, 서울시 부시장 수뢰혐의 사건, 재건축 재개발 비리 사건, 경기도 광주시장 및 지역 국회의원

구속 사건, 한국노총 회관 건립 관련 노총 간부 수뢰 사건, 대한주택공사 전 사장 구속, 수자원공사 전 사장 구속 등 2004년 하반기 이후 1년 동안에만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은 각종 비리 및 부패 의혹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되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점 만점에 4.5점으로 146개국 가운데 47위다. 이처럼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국사회 '부패의 진원지'는 바로 건설과 개발이다.

각종 '한국병'의 온상인 건설산업의 문제점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웬만한 지식인이라면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문제점이나 의료제도, 교육제도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할 것이다. 하지만 건설의 문제점을 아는 지식인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 공공공사 예산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이라는 것이 수십 년 전 기준 그대로여서 매년 예산 10조 원 이상이 그냥 줄줄 샌다는 사실을 아는 건설업계 외부의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1970년대 개발경제시대에 형성된 구시대적 제도와 관행이 일본식으로 지속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관 주도의 경제체제에서 외형적 성장, 물량적 성장 모델의 중추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건설산업이다. 박정희 정권이 경부고속도로, 강남개발 등을 통해 경제개발을 추진해왔고, 한국의 대표적 재벌 대부분이 건설사를 모태로 성장했던 점에 비춰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정경유착, 부정부패, 관치경제의 온상이었던 건설의 구태는 시대가 바뀐 오늘날에도 크게 바뀌지 않고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에까지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 있다.

이 같은 폐해 중 대표적인 것이 엄청난 예산낭비와 국민주거부담, 그리고 각종 부패와 부실한 사회기반시설이다. 매년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각종 공공건설사업의 예산 50조 원(민자사업 포함 70조 원) 가운데 30~40% 가량이 재벌과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하청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이들 기업에 있는 근로자들은 '현대판 노예'처럼 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건설산업이기도 하다.

매년 100조 원 가량의 건축공사가 이뤄지는 민간시장에서도 엄청난 거품이 형성돼 있다. 주택(아파트)의 경우 선분양특혜와 공공택지 독점분양권, 공공택지 헐값공급특혜도 모자라 분양가마저 자율화되어 2000년 이후 2005년 초까지 주택가격만 500조 원 가량 상승했다. 국민들이 아파트값 거품으로 고통을 겪는 근저에는 구시대적인 건설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재벌과 대형건설업체들이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취한 폭리는, 사실은 중소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선량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긁어모은 것이라는 점에서 부도덕하기 그지없다. 아파트값의 급등, 빈부격차의 심화, 양극화 현상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건설산업 부문에서 엄청난 이권이 생겨나다 보니 정부관리나 정치인들을 향한 로비 공세가 쉴새없이 벌어진다. 그 실체가 모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매년 수십조 원이 넘는 돈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되거나 뇌물과 향응, 접대 등을 위해 뿌려진다. 지난 10년 간 국내 부패사건의 55% 가량이 건설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최근 청계천 재개발과 서울시내 재개발조합과 강남 재건축조합 등의 비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 밖에도 시대착오적인 건설산업과 이를 떠받치는 기득권 구조는 국가경쟁력 향상의 발목을 잡아 한국이 선진경제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낙후된 건설산업이 사회인프라비용과 유지비용을 높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재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도시와 주택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반만 년 동안 이땅을 잘 보전해주셨다. 그런데 우리는 50년 만에 반만 년을 보전해온 국토를 개발의 논리로 훼손했다. 이제라도 살맛나는 도시와 살고 싶은 주택을 건설하고 지속·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공 부문은 지속적인 공영개발을 통한 공공보유주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민간 분야는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해 부풀 대로 부풀어오른 집값 거품을 빼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보다 질 좋은 주택을 싼값에 건설하는 방법으로 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