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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구 2012. 10. 21. 18:34

   2012년 5. 2 통합진보당에 관한 소식을 한겨레로 접하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진상 조사 보고서를 통하여 '총체적 부실,부정'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사회의 분단 체제와 비정규, 영세자영업자 증가로 인한 양극화,부동산 계급사회, 식량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진보정당이 반드시 집권해야 된다고 믿고 진보정당 모두(진보신당, 통합진보당, 녹색당)를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13석이라는 약진을 했던 통합진보당이 부정시비에 휘말리고 내분사태에 이르자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주류언론의 주장대로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모두 사퇴가 순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1차 진상조사 보고서가 부실한 보고서임이 확인되고 조중동 찌라시의 실체없는 종북,부정 보도 태도와 이에 편승하여 한겨레 조차 편향적 기사를 계속 내보내면서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무엇보다 공정, 객관, 사실에 근거하여 보도해야 할 언론태도가 균형을 잃고 보도하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매우 거부감이 느껴지며 조봉암의 진보당 사태가 생각났다.  박영재 당원이 통합의 정신으로 돌아가라, 1차 진상조사위 폐기를 주장하며 몸에 불을 붙이고, 사망에 이르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한겨레 신문뿐 아니라, 다른 언론, 페이스북, 트윗을 주의깊게 관찰하였다.

무엇보다 페북의 여러 벗들로부터 사태의 본말을 들으면서 진보대란이 음모와 마타도어로 일방적 매도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유시민, 심상정 대표가 '애국가 타령'에 '지하세력 운운' 하면서 분단체제를 악용하는 언론플레이를 일삼을때 진실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였다.  근 두달간 언론은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를 회생불능의 부정,패권,종북 정당으로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2012년 6월 28일 '가해자가 피해자된 뺑소니 사고'라는 김인성 보고서가 나왔지만 신당권파에 의해 다수결로 폐기되었으며 2차 진상조사위원장은 '법학자의 양심에 기초해서 봤을 때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사퇴하였다

 

■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2012년 5월,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뒤로 현재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신당권파에 의한 ‘비례대표후보 일괄사퇴’라는 주장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과연 이석기와 김재연은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마땅한 정치적 패륜아들인가. 한 정당의 비례대표 선거를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를 종북몰이로까지 확대하는 이념공세는 온당한 것인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금 통진당 사태의 진상과 해법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 책은 통진당 사태의 진실에 대하여, 언론들이 전하고 있지 않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통진당 사건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검증 가능한 사실들을 제시하여 가리고자 한다. 그리고 진실 규명의 목소리는 묵살한 채, 한 정파를 처음부터 마녀로 규정하고 잔인하게 사냥해대고 있는 다른 정파들, 언론들, 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의도와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 언론은 외면하고 국민은 알지 못하는 충격적인 진실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최초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 뺑소니와 마녀사냥

“이번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건이고, 지역의 건설업자가 자기 이권 챙겨 줄 국회의원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건이다. 2차 진상조사 과정에 참여하면서 이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나는 그 증거를 가지고 있다.”(김인성_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나는 지금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그들 스스로 그토록 무서워하던 나치의 논리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이병창_동아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 사건은 진보진영, 특히 구당권파에 극도로 불리한 언론지형을 이용하여 당권을 탈취하고 진보를 제 입맛에 맞춰 재편성하려는 세력의 정치공작형 쿠데타였다.”(김준식_소설가)

“이정희는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내린 침묵의 형벌 기간에 사력을 다해 마주해야 할 것이다. 광야에서 홀로 분투한다는 것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세상을 향한 재생의 장소라는 걸 역사는 웅변하고 있다. 이런 사명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김영종_작가)
 

■ 본문중에서

지난 5월 2일 조준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뒤, 거의 모든 언론과 지식인이 좌우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와 ‘종북’을 내세우며 구당권파를 질책했다. 유명 언론인 중엔 유창선 박사만이 국민의 눈높이도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라며 진실 규명을 강조했다.

그는 5월 16일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통합진보당 내분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한겨레, 경향을 비롯한 진보언론들의 책임도 컸음을 나는 지적하고 싶다. 이들은 조준호 보고서가 나오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팩트에 관한 기본적인 검증과 확인은 제쳐놓고 당권파-비당권파 간의 갈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이 언론 본연의 책무인 사실에 대한 검증과 확인에 노력했다면, 내 판단으로는 잘못된 판단과 오해들은 상당부분 해소되었을 것이고, 통합진보당 내부 갈등이 이 지경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는 지적을 했다.

왜 언론들은 사건 초기에 중요한 의혹과 팩트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는지, 2차 진상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주요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집중취재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강조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도 아래의 사항은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 애초에 1차 진상조사위가 결성된 첫 번째 이유는 윤금순과 참여계 오옥만 후보의 부정 시비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조준호 보고서에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아예 빠져 있었다. 그런데 언론들은 부실한 보고서에 기초해 의혹만 제기할 뿐 윤금순과 오옥만 부정사건을 심층취재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이 점이 궁금하지 않았나?

- 2차 진상조사위의 김동한 위원장이 “법학자의 양심에 기초해서 봤을 때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는데, 기자들은 왜 이 점을 파고들지 않았나? 만약 2차 진상조사위가 구당권파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였고,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했다면, 언론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 조준호 보고서 발표 뒤에 언론들이 부정선거 의혹사례라며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던 대부분의 기사들(주민번호 뒷자리가 같은 당원 무더기 발견, 소스코드 열린 뒤 이석기 당선자 득표율 수직상승, 뭉텅이 투표용지 발견, 이석기 득표 60%가 IP 중복투표 등)은 모두 허위 보도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본 기억이 없다.

- 그리고 구당권파의 부실한 선거관리에는 엄격하면서, 신당권파의 무능한 선거 관리에는 너그러운 보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주요 저자들

김인성_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한국 IT산업의 멸망>

이병창_동아대 철학과 명예교수. <반가워요 베리만 감독님>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현대사상사>

김영종_작가. <빛의 바다> <티벳에서 온 편지> <헤이, 바보예찬> <너희들의 유토피아> 사진소설집 <난곡 이야기>

김갑수_소설가, 정치평론가. 장편소설 <오백년 동안의 표류> <압록강을 넘어서> 시론집 <이승만에서 2PM까지>

김준식_소설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비익조>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 <약속>

이시우_사진작가. <민통선 평화기행> <한강하구> 사진집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최진섭_ 전 <월간 말>지 기자. <한총련을 위한 변명> 시집 <뼈로 누운 신화>

김귀옥_한성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전쟁의 기억 냉전의 구술> <동아시아의 전쟁과 사회>

김대규_서울디지털대학교 법학과 교수
 

■ 차례

1장. 김인성의 블랙박스

1. 2012 통합진보당 사태 진실 찾기 디지털 포렌식 실습 31문제_김인성

2. 인터뷰 - 김인성 교수 : IT 블랙박스로 억울한 누명 벗겨주겠다


2장. 진실 찾기와 이정희

1. 어느 철학자가 본 통합진보당 사태 : 나에게 돌을 던져라_이병창

2. 나비족 마녀를 위한 변론서 : 이정희 진실 세우기에 뛰어들다_김준식

3. 진보파 언론과 지식인은 왜 카인이 되었나_김영종


3장. 언론 권력, 지식인 권력 비판

1. 언론인 유창선의 페북 어록과 외로운 진실전쟁_나미꾸

2. 조중동과 경쟁하다 조중동 선정주의 닮아가는 진보매체들_김갑수

3. 강남좌파의 허상과 편견 : 조국 교수는 왜 보수자경단원을 자처하나?_김대규

4. 패권세력의 배제전략 : 종북과 낙관주의_이시우

5. 이성의 죽음과 민중의 꿈_김귀옥


4장. 사람아 사람아

1. 불이 되고 바람이 되어 : 고 노동자 박영재 장례식 참관기_최진섭

2. 조윤숙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 48일 농성기_편집위원회


5장.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1. 좌담회 - 통합진보당 사건의 진실과 거짓 : 통합진보당 우경화가 문제다

2. 조준호의 오판, 심상정의 노림수, 유시민의 과욕, 이정희의 무대응_김철민

3. 진실과 거짓 밝혀졌다_인병문


6장.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퍼올린 이야기들

1. 페이스북 : 처음부터 솔직하지 그랬어

2. 트위터 : 분신에 대해 조롱 일삼은 자, 진보의 가면을 벗어라

 
부록. 이정희 보고서와 사건일지

1. 사실이 아닌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_이정희

2. 사건일지

 

 

 

 

 

 

 

 

 

언론사중 유일하게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란 책의 서평을 실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랙박스는 닫혀야 한다

 

 

[48호] 2012년 09월 12일 (수) 18:49:45 유영초 info@ilemonde.com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김인성 외 지음, 들녘 펴냄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블랙박스라니! 무슨 비행기 사고도 아니고, 대체 진보에 무슨 사고가 났기에 블랙박스까지 열어야 했을까?

블랙박스라는 게 알다시피 한번 추락하면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사망하는 비행기처럼 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장치이다. 물론 요즘같이 흉흉한 인심에는 블랙박스를 교통사고 증거 확보용으로 많이 장착하고 다닌다.

비행기의 진짜 블랙박스는 이름과는 달리 발견하기 쉽게 빨간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도장되어 있다.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역시 발견하기 쉽게 검은색 바탕에 진한 오렌지색 '박스'로 디자인되어 있다.

다만, 불행히도 이 블랙박스에는 어디론가 진보하는 비행(飛行)에 관한 기록이 아니라, 그릇된 행동으로서의 '비행'(非行) 기록과, 너절하고 더러운 행위로서의 '비행'(卑行) 기록과 처참한 분석이 담겨 있다.

'2012년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것이 책의 부제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죽고, 백주대낮 통합진보당 게시판에 아직도 서로 씹고 뜯고 때리고 할퀴는 일이 그치질 않는지, 그 내막을 밝히는 일종의 '고발서'라고 해야 할까.

흔히 내부 고발자들의 이야기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내용이 적나라하고 진실성이 있을수록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철저히 차단당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 이해 관계자들, 이른바 '진보'를 정치적 브랜드로 삼은 정치인, 이와 결탁한 언론과 지식 권력자들에 의해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한 정당이 처참하게 일그러질 정도의 사고가 일어났고 그 와중에 사람이 죽었다면, 그 중대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면 이렇게 '따돌림'당할 리 없다. 오죽하면 책 서문에 지난 엄혹했던 시절 언론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때 출판사와 서점들이 그 역할을 했음을 상기시키겠는가.

 

책이 출간되자마자 초판이 절판되고, 한 달도 안 되었는데 3쇄를 찍어내고, 지역별로 북 콘서트가 열리는 이 책을 소개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혹자는 그럴 것 같다.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은 구당권파이거나 종북파이고, 책이 팔리는 것은 종교적 집단과 같은 구당권파들이 사재기를 하거나, 또 이 책을 통해 이정희의 재기와 반전을 노리는 정치적 술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가 부실하고 진실하지 않은 책 한 권으로 반전을 일으킬 만큼 독자들과 '실체적 국민'은 어리숙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믿거나 말거나, 필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통합진보당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필자들은 페이스북에서 형광을 발하는 반딧불이와 같은 존재였다. 정치적으로 매장당한 이정희의 무덤 위에서 반딧불이들이 진실을 찾아 하나둘씩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에서 드라마틱한 부분은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제1장 김인성의 블랙박스이다. 컴퓨터 법의학(Digital Forensic)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 혐의 관련 온라인 진상조사의 결과를 밝혀내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선거 부정과 관련된 다양한 편견을 단번에 바꿔버린다.

 

마치 DNA 검사를 통해 범인을 잡는 한 편의 다큐메터리를 보듯이 스토리를 구성했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디지털 포렌식 실습이라는 형태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사태를 판단해나가도록 한다.

그는 "1차 진상보고서는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감추고 상대의 부실을 모아, 총체적 부정인 것처럼 위장한 잘못된 보고서이다"라고 결론짓고 "이 사회는 지금 비이성적인 상태로 보인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를 외면하는 것은 진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된 언론의 문제, 지식인의 문제를 망라해 다루고 있다. 필자 김갑수는 구당권파에 대한 진보언론의 편파적 보도가 이른바 조·중·동을 뛰어넘는다는 점을 일부 진보 언론의 기사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한편 경선 부정에 관한 진실 규명의 우선에 논점을 맞춰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구당권파의 처지를 옹호해온 유명 언론인으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존재라 할 수 있는 시사평론가 유창선의 페이스북 단문도 전재되어 있다.

6장에는 '천개의 눈들'이라고 할 만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들의 짤막한 기록을 정리해놓았고, 그 어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록의 자료집으로 사건일지와 이정희의 보고서가 실려 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글은 이병창과 김대규가 제기한 진중권 등과 같은 지식인들이 취하는 종북문제와 관련된 허위의식의 문제, 그리고 이시우와 김귀옥이 쓴 종북 논쟁의 역사적·철학적 맥락과 배경, 전략을 분석한 글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을 사회적·역사적·철학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짚어내는 김영종의 글은 가히 압도적이다. 삶의 깊이와 애정 없이 정치공학으로 만들어내는 글과는 차원이 다른 지적 성찰과 사유를 하게 한다. 그의 이정희에 대한 사유를 근거로 내린 주문이다. "광야에서 홀로 분투한다는 것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세상을 향한 재생의 장소라는 걸 역사는 웅변하고 있다. 이런 사명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윤숙의 48일간 농성기는 이번 사태를 쉽게 간파하게 한다. 진실 규명 후 책임이라는 단순한 요구는 묵살되었고, 제명과 꼼수를 통해 장애인 명부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승계를 파탄내고, '국민 판사' 서기호가 국회의원직을 줍게 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생태적 종다양성의 역사가 자연 속에서 진보의 역사이고, 사회적 종다양성 획득의 역사가 인류 진보의 역사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장애인의 사회적 지위는 사회적 종다양성 획득의 역사를 보여주는 진보의 징표이다. 통합진보당은 그것을 가차 없이 자른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무겁고 비장한 것은 역시 고 박영재 당원에 대한 글이다. "영등포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책을 한 장도 읽지 못했는데 벌써 도착했네요." 어쩌면 사건현장에서 치여 죽은 불나방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 그의 분신을 두고 광신도쯤으로 치부하는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도 다수 있었다.

흔히 교통사고가 나면 우선 뒷목을 움켜쥐고 나와 우격다짐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문화다. 그런데 사고가 났는데 차량이 얼마나 흠집이 나고 찌그러졌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가장 저질스러운 일이지만, 부끄럽게도 이게 가장 현실적인 '국민의 눈높이'일 것이다.

과연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 엄청난 '사고현장'에서 사람이 치여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보라는 차량 엔진이 망가졌다'는 둥, '이렇게 진보가 찌그러져서야 팔리겠느냐'는 둥, 아예 '진보는 죽었다'는 둥의 말을 지금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필자 김영종은 이렇게 썼다. "나는 보았고, 천개의 눈이 보았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만큼 많은 눈들이 보게 될 것이다." 블랙박스는 빨리 닫힐수록 좋다. 그것은 사건의 종결이자 새로운 비행(飛行)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종결은 당사자의 손으로 하는 것에 제일 좋다.

 

글/유영초 작가. <숲에서 길을 묻다> <바다사자의 섬> 등을 썼다. 녹색문화운동 단체인 풀빛문화연대와 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로 있다.

 

출처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