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평화/자본언론과 진실

자마구 2012. 10. 22. 02:32

 

진보적 연립정부 좌절시킨 책임,혁신파에게 물어야

                                                                                                  2012.8.15 

                                                                                                       김민우 

 

시절이 하 수상하니 확실히 해두자.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옛 민주노동당에도 당원으로 가입한 적이 없다. 당적을 가져본 일조차 없는 나를 특정 정파로 예단해 버리는 폭력은 정중히 사양하겠다. 내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무조건 반대파, ‘적군으로 몰아붙이고 죽기살기로 덤비는 짓은 건전한 이성을 마비시키고 애꿎은 피해자만 만들어낼 뿐이다.

 

당원은 아니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하고 힘있는 진보정당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뒤흔들어놓고 있는 진보당 사태에 대해 말 한 마디 보탤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진보 언론인’, ‘진보 지식인을 자처하는 유명인사들마저 무책임하고 감정적이며 편파적인 선동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 말없이 지켜보던 사람까지 입을 열게 만든다.

 

길 아닌 길을 간 강기갑 지도부

 

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 지난달 26일 통합진보당 4차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된 다음날 강기갑 대표가 발표한 대국민사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명을 밀어붙이는 데 앞장섰던 심상정 원내대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와서 너무나 아득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당게시판에는 김제남 의원과 구당권파를 난도질하는 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진보정치가 길을 잃었다니?! 진보적 가치와 이상이 한꺼번에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박근혜도 복지를 말하고 안철수도 남북화해와 평화를 말하는데? 그럼, 진보 정치인들이 모조리 실종됐다는 건가? 아니면, 여론조사 때마다 진보 성향이라고 답하던 국민들이 모두 새누리당 지지자로 돌변하기라도 했다는 뜻일까? 명제 자체가 틀렸는데 올바른 해석이 나올 리 없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사실을 과장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기사와 주장들을 차분히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길을 잃은 것은 진보정치가 아니라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혁신파, 실제 일어난 일은 진보정치의 괴멸이 아니라 이석기, 김재연 제명안이 부결된 것뿐이다. 총선 전에는 함께 가자며 껴안았던 동료들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참혹하게 짓밟은 사람들, 자기들이 당권을 장악하는 것만이 혁신이라고 부르짖던 사람들, 그들이 강행해온 정치 숙청이 좌절된 것, 이게 사실의 전부다.

너무나 아득해서 다리가 후들거려할 필요도 없다. “경선부정의 의혹을 씻기 위해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했으나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당의 화합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부결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안고 있는 오해와 우려를 거둬내기 위해서라도 지난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고 이제부터 모두가 합심하여 새롭게 통합과 혁신을 완성해 나가겠다라는 내용으로 국민을 설득하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했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지도부선거에서 승리한 혁신파가 아닌가. 그런 그들이 당의 화합을 위해 아량과 이해심을 발휘한다는데 누가 욕할 수 있겠나? 처음부터 제명=혁신의 도식을 만들어놓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밀어붙인 것부터가 지나친 욕심이었고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제 손으로 차린 밥상을 엎어버리다

 

돌아보자. ‘비례후보경선부정 의혹으로 시작된 분란이 종북 적출이라는 마녀사냥 광풍으로 번지다가 온갖 의혹과 비난의 화살이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게 집중되는 제명 사태로 모아지던 과정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당내 권력투쟁에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평범한 지지자의 눈에는 죄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의 연속일 뿐이다.

3주체의 통합을 자축하여 맞잡은 손 치켜들며 환호하던 출범 당시의 감동이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가 돼버렸다. ‘원내교섭단체 달성을 외치며 격렬한 선거판으로 당차게 뛰어들던 자랑스런 얼굴들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비록 4.11총선에서 야권이 뜻밖의 패배를 당하고 원내교섭단체로 등극하는 데도 실패했지만 13명의 장수들을 배출하며 제3당으로 우뚝 선 통합진보당이 숫자를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던 기대감도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보수정권의 무한질주를 저지할 절호의 기회라던 대선이 네달 정도 남았는데 대선후보 선출도 요원하고 야권연대는 한다, 못한다 말만 무성하다. 누가 이런 참담한 짓을 저질렀나?

 

가정해보자.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됐을 때, 언론플레이로 상황을 꼬이게 하기보다 당내에서 공정하게, 정치적으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당대표가 네 명이나 있었고 총선 성적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경기동부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말라. 당시에 그 사람들이 당권을 독차지하려는 의도로 무슨 모략을 꾸미고 있었다는 얘기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 정도로 신뢰가 없는데 통합은 어떻게 했나.

 

부정경선 의혹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당대표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선에서 각 세력들이 마음을 모았다면 종북 소동도 없었을 것이고 야권연대가 골치라는 말도 안 나왔을 것이며 통합진보당은 예정대로 5월에 새 지도부를 세워서 지금쯤 힘있는 대안정당, 참다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일군사협정 추진 논란, 이명박 측근, 친인척 비리, 박근혜의 사생활과 정수장학회 문제, 5.16쿠데타 논쟁 등 대여투쟁의 호기들을 이런 식으로 흘려보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진보당-안철수가 34각 경주를 벌임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한데 묶어주면서 대선국면을 주도하는 흐뭇한 광경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경선부정 의혹의 합리적인 처리를 거부하고 첨예한 당권투쟁을 선택한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유시민의 사전엔 반성이 없다

 

당권에 눈이 멀어 당을 이 지경으로 망가뜨린 사람들 속에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도 있다. 사태의 전모가 드러날수록 그의 범죄적 과오와 해당행위 또한 뚜렷이 밝혀질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해볼 생각이다. 여기서는 제명안 부결 뒤로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대해 지적하려 한다.

유시민 전 대표는 729“(제명안 부결로) 혁신이 좌절됐다당의 혁신을 도모할 수단이 남아 있는지, 그 수단으로 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지, 그 성공이 국민과 민중에게 의미가 있는지 세 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경우에만 혁신을 가로막고 작은 기득권 때문에 당의 자살까지 불사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과 대전에 모여서 탈당, 당해산, 공개적인 당내 혁신연합 결성 등 이후 진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이 좌절됐다는 그의 판단에는 제명=혁신’, ‘구당권파 척결=혁신이라는 논리가 전제돼 있으며 탈당해산을 언급한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당을 깨버리겠다는 오만한 태도가 깔려 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협박을 가하는 행위이자 혁신파를 지지하는 세력에게 향후 행동지침을 하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참여당 계열이 진로를 결정하면 따라오라며 지휘봉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명안에 반대해온 사람들을 혁신을 가로막는 세력”, “작은 기득권 때문에 당의 자살도 불사하는 세력으로 지칭했다. ‘나와 뜻이 다르면 적이라는 아전인수의 흑백논리이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보호하는 것이 작은 기득권이라고 했는데 부당한 정치숙청에 맞서는 것은 기득권을 논할 문제도 아닐뿐더러 결코(!) ‘작은사안도 아니다. 당권을 장악한 혁신파는 어째서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탈당분당을 거론하는가. 궤변은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자체모순에 빠지는 자가당착을 피하지 못한다.

 

유시민 전 대표의 글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 전략은 효력을 상실했다거나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진영과 연대할 필요가 있을 경우 민주노총, 농민회,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직접 손잡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건부 지지 철회라는 기존입장에서 나아가 지지 철회와 조직적 탈당을 논의할 것이다라는 대목은 더욱 가관이다.

 

야권연대의 전망이 어두워진 책임을 경쟁세력에게 뒤집어씌울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는 통합진보당을 거부하고 진보단체들과 직접 상대하라고 조언하고 민주노총에게는 지지를 철회하고 탈당하라고 훈계하는 꼴이다. ‘구당권파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말겠다는 독기마저 느껴진다. 진보단체들을 거론하면서 전농이라고 하지 않고 농민회라고 한 것도 눈에 띈다.

이광석 의장이 이끄는 전농이 구당권파와 가깝다는 사실을 의식한 발언이다. ‘인천연합과 가까운 전여농 등을 염두에 두고 농민회라고 부른 것이다. 유시민, 참 영악한 사람이다.

 

진보적 연립정부의 꿈은 저 멀리로

 

통합진보당의 분당이 거론되는 지금 모양새로 봐서는 야권연대도 물 건너가고 정권교체마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야권이 힘을 모으기만 하면 얼마든지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던 수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은 신기루 잡는 소리로 들린다. 5년만으로도 지긋지긋한 보수정권을 끝장내고 최초의 진보적 연립정부를 만들어보자던 이 나라 민중의 열망도 복날 개꿈이 되고 말았다. 이번 대선은 잘해봐야 진보 아닌 진보’, 안철수-민주당 연립정부가 되기 십상이다.

 

유시민, 심상정, 강기갑국민의 대다수가 사랑하고 신뢰하는 진짜 힘있는 진보정당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자주, 평등, 평화, 통일의 꿈을 곱게 피워나갈 유능한 진보정치인이라고 믿고 싶었다. 지난 석 달은 평범한 지지자의 믿음과 희망을 한때의 착각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눈앞의 당권을 위해 진보의 역사를 유린하고 민중의 가슴에 칼질도 서슴지 않는 불한당들일 것이라고는 차마 상상도 못했다. ‘지하 지도부운운하며 동료들을 죽여달라고 적수들에게 손짓하는 배신까지는 정말이지 꿈도 꾸지 못했다. 당신들은 이 엄청난 죗값을 무엇으로 감당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