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노정 2015. 7. 5. 20:51

    2. 출발(2015. 6. 13. 토 - 6. 14. 일), 그리고 도착

    그렇게 공들여 준비한 부탄 여행은 메르스에 대한 커다란 공포와 함께 다소 칙칙하게 시작되었다. 여행 시작점에서 메르스에 감염되어 여행을 망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나는 부탄에 도착할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기나긴 비행, 그보다 더 긴, 환승을 위한 기다림….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파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눈부신 하늘, 언뜻 눈에 들어오는 비행기 두 대. 시골 버스정류장 만한 건물…. 아담한 공항 규모에 대한 놀라움은 (사전 공부로 인해) 없었다. 깨끗하고 한적한 시외에 내린 듯한 인상이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을 만나고, 파로공항처럼 아담한 24인승 버스에 올랐다. 도로 사정 때문에 부탄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버스란다. 가이드 락바와 기사 페마가 입은 전통의상이 보기 좋았다. 마치 의상만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공항 건물을 비롯한 건물들도 모두 전통가옥의 양식을 지키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나는 ‘집 구경’을 하느라 넋을 놓았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는데, 우리는 왜 이런 소중한 것들을 쫓기듯이 버렸을까?

    파로를 끼고 흐르는 파추를 따라 우리는 팀푸로 향했다. 우기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푸르고 맑은 하늘, 한적한 길, 초록빛 산과 강…. 그 사이로 차는 느리게, 아주 천천히 달렸다. 지쳤던 몸과 마음이 깨어났다.

    파추와 왕추가 만난다는 춘잠을 거쳐 ‘흰 말을 타고 파추강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를 품은 따쵸 종에 들렀다. 거창한 종교적 의미를 가진 사원이라기보다는 평화로운 언덕 위의 별장 같았다. 쓰고 싶지 않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림같았다.

    흔들다리를 건너 강 맞은편 따쵸 종까지 다녀오는 동안 나는 일상에서의 모든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홀씨처럼 가벼워졌고, 경망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