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Angel 2010. 2. 3. 15:49

 

모호한 파국-크로아티아(English/Serbo-Croatian)번역본 알랭 바디우 서문(2009)

 

 ‘포스트-사회주의자’ 총서 서문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을 주제로 다룬 『모호한 파국(1990)』은 특히 관련 국가들을 다루었다. 그러나 내 책이 그 국가들에 도착하기까지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우리는 이것을 역설로 취급할 수 있겠지만, 실책일 수도 있다. 책 출간이래, 사실 이 책은 동유럽은 물론 서유럽 누구에게도 도달하지 않았으며 독자들이 곧 보게 되겠지만, 그 시대를 주목했던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아래의 항목들을 효과적으로 변호하지 못했다.

 

 1-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라는 사건은  사건이 아니었다. 사실 이 사회주의국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서서히 죽어왔다.

2- 이 몰락과 죽음은 결코 꼬뮌주의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꼬뮌주의는 벌써 자주 실패했고, 앞으로도 다시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꼬뮌주의는 계속해서 승리할 것인데, 왜냐하면 꼬뮌주의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유용한 이념이다.

3- 꼬뮌주의의 실패는 사회주의국가들의 독재적 특징이나 경제적 결함들로 귀착될 수 없다.  인민들이 그들 자신들의 지도자들을 지지할 수 없게끔 그런 구조들을 만든 것은 정치의 소멸이란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인민은 실천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4-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이 증언하는 정치적 위기란 동구뿐만 아니라 서방세계 역시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정치적 위기는 일반적 위기이다.

 

그 당시는, 위 주장과는 전혀 대립되는 상식들에 기초한 일반적 동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소련과 여타의 사회주의국가의 몰락은 제일가는 규모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선전되었다; 사회주의 몰락과 더불어 꼬뮌주의 이념은 망했으며, 인민들이 더 이상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탄압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들은 망한 것이고, 서방세계의 민주적 모델은 그 장점 때문에 보편적 모델이 될 것이라는 선전이 90년대 초반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모호한 파국>의 독자는 90년대 유행했던 그와 같은 상식들과 관련해서 오늘날 우리들의 자리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특별히 나는 소련, 루마니아, 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연방과 같은 국가사회주의의 경험을 지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이 책이 동유럽에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니다. 20년 전, 이 책은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자본주의는 거대한 시스템 위기에 봉착해 있고, 서구의 민주주의는 병들었으며, 정당政黨들은 빈껍데기로 전락했고,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제 진정한 꼬뮌주의에 대한 논의의 재개는 필연적이다.